친노(親盧) 세력의 재결집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참여정부에 몸담았던 친노 인사 중심의 참여정부 평가포럼이 조만간 출범하는 한편 열린우리당내 친노 직계인 참정연(참여정치실천연대)이 해산을 통해 창당 등 새로운 진로 모색에 나서는 등 당안팎 친노 그룹의 두 축이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양 갈래의 움직임이 각각 독립변수로 진행되고 있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친노세력의 재조직화를 통한 정치세력화로 귀결되는 수순을 밟게 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적지 않다.

정치권에서는 특히 오는 27일로 예정된 참여정부 평가포럼 발족이 참정연의 해산 여부를 놓고 찬반투표를 실시하는 전국회원총회(29일) 직전에 이뤄지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포럼이 e-메일, 홈페이지 등을 통해 노사모 등을 대상으로 전국적으로 회원모집에 나설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전국 조직인 참정연이 해산을 결의할 경우 자연스레 포럼에 힘을 보태는 쪽으로 연대가 이뤄질 가능성에 힘이 실리는 것.

양측 모두 조직 차원의 통합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대선정국의 상수로 작용할 `노심'(盧心)을 고리로 공조를 이어가며 대선과 더 나아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적극적인 역할을 모색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인 셈이다.

사실상 2차 분화에 가까운 친노세력의 재결집이 가시화될 경우 창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친노그룹의 최근 움직임이 `영남신당', `친노정당' 창당을 통한 독자세력화의 전초전이라는 일각의 관측도 이러한 연장선상에서다.

이런 가운데 참정연은 해산과 함께 담론 및 정책 중심의 진보적 개혁정당 창당도 하나의 선택지로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주목된다.

참정연 대표인 김형주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당 해체와 통합 등의 논의가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더이상 우리당이라는 틀을 사수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을 수 있다"며 "참정연만의 틀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뜻을 같이 하는 외부세력까지 참여하는 방식으로 외연을 넓히고 민생 등 정책 쪽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새 정당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대안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포럼이 정책 및 비전에 대한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참정연과 노사모 등이 조직 등을 뒷받침하는 형태로 결합해 당 복귀가 임박해 있는 유시민 복지부 장관과 이해찬 전 총리 등 친노 대선주자를 지지하는 형태로 틀이 갖춰지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한 노 대통령 측근인 안희정씨와 김만수 전 청와대 대변인 등 상당수가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정당 창당 작업은 대선 뿐 아니라 총선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친노세력의 행보에 탄력이 붙는 데는 최근 들어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는 노 대통령의 지지도도 한 몫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지도 상승을 토대로 일부 왜곡되거나 평가절하된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가 복원된다면 친노그룹의 활동반경도 그만큼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 친노인사인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은 이날 평화방송 `열린 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 "대통령께서 국정현안 등에 대해 할 말은 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정치현안에 대해 나름대로 목소리를 내실 것 같다. 나름대로 대선 국면에서 일정 정도 영향력이 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대통령이 아무리 레임덕이 있어도 2008년 2월 24일 자정까지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을 미치는 분이라는 이야기가 있지 않느냐"며 "아마 포지티브하게, 괜찮은 분이 국정을 맡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며 대선에서의 `노심' 변수를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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