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보 및 독자의견
후원안내 정기구독 미디어워치샵

기타


배너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온갖 시련을 딛고 쪽방촌에서 재기를 꿈꾸던 세입자들이 갑작스런 화마(火魔)에 생계수단을 모두 잃고 실의와 절망에 빠졌다.
서울 중구 남대문로 5가 속칭 `쪽방촌' 내 4층짜리 건물에 살던 권모(38)씨와 김모(46)씨에게 불행이 찾아온 것은 23일 오전 3시께.
이 건물 3층에서 불이 나 3층에서 자고 있던 권모(38)씨가 쇠창살을 뜯어내고 옆 건물로 뛰어넘어가 겨우 목숨을 건졌지만 생계 수단이던 판매용 가방 더미가 모두 타버렸고 일용직 노동자인 김씨는 삶터를 잃게 된 것이다.
권씨는 제조 과정에서 결함이 생긴 가방을 싸게 구입해 호구지책으로 삼았다. 지하철에서 염가에 팔아 입에 풀칠을 해온 것.
권씨는 "동생이 집을 담보로 대출받아 도박을 하다가 망해서 결국 집이 날아갔다. 형편이 너무 어려워 4개월 전 서울로 올라와 가방을 팔아왔다"며 "방에 놔둔 가방이 다 타버리니 살 길이 막막하다. 이제는 노숙을 할 수밖에 없다"라고 눈물을 흘렸다.
한달 전 자신이 운영하던 노점상이 망한 뒤부터 쪽방촌에 들어와 살던 2층 주민 김모(46)씨도 다행히 부상은 면했지만 계속된 불운에 땅을 쳤다.
김씨는 "노점이 망하면서 일용직 노동을 시작했는데 많아야 하루 1만5천원을 벌었다. 최근 다리를 다쳐 일을 못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불까지 났다"라고 한탄했다.
불이 난 쪽방촌 건물은 하루 7천원의 방세만 내면 누구나 들어와 살 수 있기 때문에 형편이 어려운 중장년층 서민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유명하다.
주민들은 "노숙을 하면 습관이 되기 때문에 이런 곳에서라도 떳떳하게 산다는 자신감을 갖기 위해 7천원씩 내면서 살고 있다. 이 곳에는 일용직이든 노점상이든 일을 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지 노숙자나 구걸하는 사람이 오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건물은 1평 남짓한 쪽방이 층당 10여개씩 다닥다닥 붙어있고 비상구를 갖춰놓지 않는 등 화재에 취약한 구조라 피해가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화재경보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새벽 시간대 잠을 자던 주민들이 신속하게 대피하지 못하는 바람에 1명이 숨지고 5명이 중경상을 입는 인명피해까지 발생했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쪽방촌을 비롯해 컨테이너하우스, 주거용 비닐하우스 등 화재에 취약한 빈민층 거주 시설은 2006년 기준으로 전국에 5천300여곳이 있다.
소방방재청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겨울철 소방안전 대책'에 따라 이와 같은 사회 소외계층 주민들을 대상으로 소방시설 안전 점검과 교육을 실시하고 `1가정 1소화기 갖기' 운동을 전개했으나 형편이 어려운 서민들이 충분한 소방 안전시설을 갖추기는 쉽지 않은 형편이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스프링클러처럼 비싼 시설은 사회 소외계층은 물론 일반 가정집에서도 갖추기가 어려워 소화기 구입을 권장하고 있다. 또 화재로 인한 인명 사고는 야간에 잠을 자다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단독경보용 감지기 등 경보장치 설치를 유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firstcircle@yna.co.kr
(끝)



배너

배너

배너

미디어워치 일시후원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현대사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