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이나 대만인들의 수법을 모방한 한국인들의 전화 환급 사기가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24일 지시대로 현금인출기를 작동하면 만기 보험금을 입금해주겠다고 속여 오히려 거액을 입금받아 달아나는 수법으로 수억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이모(43)씨를 구속했다.
경찰은 범행에 사용된 `대포통장'을 만들거나 자금 세탁을 도운 일당 6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3월 8일 정모(49)씨에게 전화를 걸어 보험사 직원을 사칭한 뒤 만기 보험금을 돌려주겠으니 현금인출기로 가서 지시하는 대로 단추를 누르라고 한뒤 2천400만원을 송금받는 등 올해 1월부터 3월 말까지 38차례에 걸쳐 3억7천5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이씨 등은 영등포, 수원역 등의 노숙자 100여명에게 18∼10만원씩을 주고 그들 명의의 대포통장과 현금카드를 만든 뒤 전화사기로 입금받은 돈을 다른 대포통장으로 여러 차례 옮기는 수법으로 자금을 세탁, 경찰의 단속을 피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한국인들로만 이뤄진 `모방 사기단'일 가능성이 높다"며 "전화의 발신지가 국내로 확인됐고 가로챈 돈이 이들이 관리하는 통장에 보존된 것으로 미뤄볼 때 중국이나 대만인 등 외부의 개입은 없는 걸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조선족 등이 어눌한 말투로 시도하던 전화 사기가 우리말이 더 능숙한 한국인들의 모방범죄로까지 확대되는 경향이 있으니 수상한 전화가 오면 속지 말고 침착하게 신고하라"고 당부했다.
(서울=연합뉴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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