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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다운로드 스타 '석호필' 과장된 신드롬

미국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를 둘러싼 호들갑 배경엔...

미국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의 인기가 국내에서 계속되고 있다. 미국 폭스TV가 지난 2005년 8월부터 방영한 직후, 소수 마니아들 사이에서 회자되던 프리즌 브레이크가 본격적인 인기몰이에 나선 것은 국내 케이블 채널에 편성된 직후다. 캐치온은 시즌 1을 고정 편성했고, 수퍼액션은 설 연휴를 맞아 유례없는 22시간 연속 방영 이벤트를 마련해 전체 케이블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프리즌 브레이크의 인기 요인은 단연 주연배우 웬트워스 밀러의 영향이 크다. 한국 나이로 30대 중반이면서도 동안이다 못해 짧은 헤어스타일로 인해 앳되게까지 보이는 외모는 동안열풍이 불고 있는 국내에 강하게 어필했고, 탄탄한 근육질의 몸매와 카리스마 있는 눈빛도 한 몫 했다. 그동안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국내에서 인기를 모은 해외 스타는 숱하게 많았지만, 극중 이름을 본떠 ‘석호필’이란 애칭이 생길 정도의 예는 찾아볼 수가 없다.

웬트워스 밀러가 석호필로 불리게 된 것은 그의 외모만큼이나 극 중에서 주인공이 강렬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교도소라는 한정된 공간, 탈옥을 하기위해 펼치는 두뇌싸움, 정치적인 음모와 반전, 한 마디로 프리즌 브레이크는 국내 드라마에선 찾아볼 수 없는 흡인력을 가진 스토리와 반전 코드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여기에 드라마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스케일이 큰 화면이 이어지면서 국내 시청자들에게 마치 영화를 보고 있는 착각을 안겨줬다.

문제는 이상할 정도로 과열된 프리즌 브레이크를 둘러싼 국내 열기다. 사실 미국 드라마가 국내에서 인기를 끈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코스비 가족 만세’, ‘전격 Z작전’, ‘맥가이버’, ‘600만 달러의 사나이’, ‘베버리힐즈 아이들’, ‘레니게이드’ 등 어릴 적 우리의 눈을 사로잡았던 작품에서부터 최근의 'X파일‘, ’프렌즈‘, ’로스트‘, ’섹스 & 시티‘, ‘위기의 주부들’, ‘CSI' 등에 이르기까지 비록 국내 드라마에 비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진 않았지만, 국내 팬들은 이미 미국 드라마를 즐기고 있었다. 마치 전에 없던 하나의 문화현상처럼 프리즌 브레이크를 대하는 것 자체가 호들갑이자, 뒷북인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사실상 인터넷 연예매체들이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 사람들이 프리즌 브레이크와 웬트워스 밀러는 몰라도 ‘석호필’은 한 번쯤 들어봤을 정도로, 웬트워스 밀러가 유명의류 CF를 찍기 위해 내한할 당시 실로 엄청난 양의 기사를 쏟아내면서 사실상 홍보 역할을 자임했다. 실제 프리즌 브레이크는 미국 현지에서도 시즌 1에 비해 시즌 2가 작품성 면에서 상반된 혹평을 받고 있고, 시청률 순위에서도 속편이 크게 밀려나는 추세지만 이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드물다.

일각에선 미국 드라마 폐인을 줄인 ‘미드폐인‘이란 말을 동원해 가며 프리즌 브레이크를 집중조명하고 있지만, 이는 전혀 핵심을 잘못 짚은 얘기다.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는 것은 시리즈 전 회를 연속으로 방영했을 때나 기록할 수 있는 특수한 스코어고, 일반적인 편성에 따라 기껏해야 한 회 내지는 두 회 분을 방영되는 케이블 채널을 통해 프리즌 브레이크를 본 시청자는 그렇게 많지 않다. 지금 P2P 사이트 검색창에 프리즌 브레이크를 치면 곧바로 알 수 있듯이, 온통 불법 다운로드를 통해 프리즌 브레이크를 접한 것이다.

이 부분은 미국 드라마로 인해 국내 드라마가 피해를 입을지도 모른다는 주장의 허구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아무리 다시보기로 국내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가 많고, 인터넷 인구로 인해 드라마 시청률이 떨어지고 있다지만, 프리즌 브레이크가 국내 공중파 프라임 시간대에 걸릴 일은 거의 없다. 외국 영화는 다운해서 보고, 한국 영화는 극장에서 보는 공식처럼 인기 있다는 외국 드라마는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즐기면 될 일이다.

지금이야 유야무야 그냥 넘어갈 일이고, 이른바 ‘불법 다운로드 스타’ 웬트워스 밀러가 유명의류 CF모델을 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지만, 한미 FTA 저작권 협상에 따라 추후 미국 제작사가 소송이라도 걸어온다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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