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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의 낙마는 이미 예상되었다

대통령이 되려면 곤조가 필요하다

백화종 국민일보 전주필은 ‘4·25 보선과 대선정국’이란 제목의 칼럼을 통해 DJ가 정운찬 전서울대총장을 밀 것이라 전망했다. 저작권침해의 우려를 무릅쓰고 문단 하나를 통째로 인용하겠다.

“그러면 대항마로 누가 검토될까. 상식선에서 그 윤곽을 그려본다면 우선 한나라당 후보가 영남 출신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그 대항마로 그곳 출신은 적절치 못하다. 다음 호남 출신일 경우 타 지역과의 연합은커녕 고립만 자초하기 쉽다. 결국 충청 이북 출신이어야 좋으며 충청 이북에서 지역 결속력이 강한 곳의 출신을 선택해 연합하는 게 그 효과가 가장 높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는 서울 경기나 강원도보다는 충청도 출신이 유력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지지율 면에서 장기간 나아질 여지가 안 보이는 인사보다는 아직 검증이 끝나지 않은 다크호스를 선호할 것 같다.”

백전주필의 예측은 신문이 배달된 지 반나절을 채 넘기지 못하고 순전한 희망사항으로 귀결되었다. 정운찬이 자신은 자격과 능력이 부족하다며 대통령선거 불출마를 전격적으로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의 폭탄선언으로 말미암아 백화종씨는 졸지에 양치기소년이 된 셈이다. 대한민국에서 보통 얼굴두께로는 도저히 해먹을 수 없는 대표적 직업이 아마 일간지 주필일 터. 그럼에도 노무현 부산대통령은 청와대 주필 노릇을 열심히 겸업하고 있다. 개헌을 소재로 또 논설을 발표했더라.

내가 입에 거의 달고 사는 이야기가 있다. 3족이 멸문지화를 당할 각오가 되어있지 않으면 대권경쟁에 함부로 뛰어들지 말라는 거다. 이는 대선캠프에 모여든 책사들에게도 적용되는 논리이자 법칙이다. 대통령 선거전은 전형적인 고위험 고수익 프로젝트다. 출혈 없이 이익만 챙기겠다고 작심한 부류는 여지없이 중도탈락한다. 고건이 그랬고, 정운찬이 그러하다.

객관적이고 냉정한 정치공학의 견지에서 정운찬은 이명박-박근혜에 맞설 최상의 카드다. 정씨의 승리를 점치는 근거는 백화종씨의 글에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으므로 새삼스럽게 부연설명할 필요가 없으리라. 그는 구도의 힘에 의지에 정권을 쟁취하기에 제일 적합한 경우였다. 충청과 호남을 아우르면서 무능한 진보의 사이비 개혁에 실망한 광범위한 유권자들을 재결집시킬 포지션을 점유하고 있었다. 허나 구도와 포지션이 다가 아니다.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는 명실상부한 대권주자로 탈바꿈하는 과정은 자기에게 유리하게 짜여진 지형을 과감하고 효과적으로 세력화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정운찬에게는 결정적 하자가 존재했다. 정운찬을 낙마로 이끈 근본원인은 고건과 단 한 치의 다름이 없다. 권력의지가 미흡해서다. 권력의지란 표현도 사실 거창하다. 그는 이른바 곤조, 즉 투지와 승부근성이 결여됐다. 주차단속에 걸리는 것조차 겁낼 새가슴이 멸족의 위험성이 따르는 대권싸움에 어떻게 나설 수가 있겠는가? 여기까지나마 버틴 게 솔직히 기적이다. 이러한 모순과 역설의 변증법이야말로 대통령선거의 묘미다. 여건이 좋으면 인물이 모자라고, 인물이 괜찮을 만하면 환경이 받쳐주지 않는다.

정운찬은 기회가 닿을 적마다 본인이 충청도 태생임을 강조해왔다. 그의 출생지는 분명 충청남도 공주다. 하지만 사고방식은 영락없는 강남부자다. 머릿속에서 부지런히 주판알을 굴리다가 조금이라도 손해다 싶으면 즉시 발을 빼는.

고건과 정운찬은 한국사회에서 계산기 잘 두드려 도달 가능한 최고봉이 국무총리와 국립서울대학교 총장자리임을 증명한다. 더 높은 지점을 등정목표로 삼은 인간은 심장에서 36기통 엔진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야 한다. 같은 공주출신임에도 내가 그를 그동안 소 닭 보듯 무시한 이유가 이쯤이면 충분히 밝혀졌으리라 믿는다. 관공서 책상머리에 앉아 결재도장 찍으며 출세하고, 교수연구실에서 애들 답안지 채점하면서 유명해진 사람들의 가슴이 강철처럼 단단해질 리 만무하다. 시련과 실패가 백년해로하며, 위기가 포기의 전주곡인 온실 속 화초에 불과하다.

덧붙이자면 나는 박근혜가 이명박을 이기리라고 본다. 그러므로 이명박은 일찌감치 한나라당 탈당을 결행하는 편이 낫다. 여론조사 지지율이 월등하게 앞선 이명박이 당내 경선에서 박근혜한테 필패하는 까닭은 뻔하다. 후보자는 물론이고 핵심참모와 열성지지자들 전부 박근혜쪽이 훨씬 곤조가 강하다. 인재와 자원은 차고 넘치되 오기와 헝그리정신은 실종된 곳이 이명박 진영이다. 내 의견에 선뜻 동의하지 못하는 분들은 주판과 망치를 세게 부딪쳐보시라.

유복하고 안정된 신흥중산계급만 주변에 남은 친노세력은 17대 대선국면에서 특별한 의미를 띠지 못할 게다. ‘참여정부 평가포럼’ 발족행사에 참석한 300명의 잔노빠들 가운데 연소득 1억 미만은 드물 테니까. 오~오~오! 예컨대 안희정 당신, 지금은 곧 죽어도 대형승용차만 타야지? 마인드는 페르시아 주제에 어디서 주워들은 풍월은 있어서 대가리숫자만 스파르타를 흉내낸 꼬락서니다. 그들은 여전히 영남지역주의에 관대하다. 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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