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보 및 독자의견
후원안내 정기구독 미디어워치샵

기타


배너

범여 후보 오리무중...'노심'은 어디로

"후보 보다 당, 당 보다 정체성이 중요"



정운찬(鄭雲燦) 전 서울대총장의 불출마선언으로 범여권의 대선 후보 구도가 더욱 안개 속으로 빠져드는 상황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대선 구상은 어떻게 그려지고 있는 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노 대통령이 이번 대선 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 변수라는 점은 정치권의 누구도 토를 달고 있지 않은 상태이다.

`반노'(反盧) 세력들의 공세에도 불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을 계기로 국정지지율이 30%대로 안정적으로 진입하면서 역대 대통령들과는 사뭇 다른 임기말을 맞고 있다는 점에서도 노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은 간과할 수 없는 대선 관전 포인트 중 하나라는 분석이다.

범여권의 기대주로 제 정파들로부터 일제히 '러브콜'을 받았던 정 전 총장이 대선 스타트 라인에도 서지 못한 채 고꾸라지면서 범여권은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져들었지만, 이 사건에 반응하는 청와대 기류는 사뭇 달랐다.

정 전 총장이 대선불출마를 선언하던 지난 30일 청와대는 정치권 초미의 관심사였던 이 사건에 대해 일체 논평이 없었다.

오히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같은 날 저녁 '국민화합 기원 대법회'에서 지난 4년간의 국정운영에 대해 "된 고비는 넘어간 것 같다"고 자평했고, "입이 째지려고 한다"고까지 표현했다. 최근 국정 지지율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국정운영에 대한 자신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됐다.

이 같은 기류는 범여권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던 고 건(高 建) 전총리가 대선궤도에서 이탈한 지 불과 3개월여 만에 정 전 총장마저 도중하차하면서 충격에 휩싸인 여의도 범여권 제정파들의 침통한 분위기와는 확연히 대비됐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대통령은 차기 정부가 참여정부의 철학과 원칙을 이어가기를 누구보다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을 탈당, 법적으로 '무당적' 상태가 됐지만 차기 대선에 전혀 관심이 없지는 않다는 얘기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차기 대선 과정에서 자신의 적극적 의지를 실어 범여권 재편과정에 개입하거나,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여부를 표명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공통된 관측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은 차기 대선주자가 누가 돼야 하는지 언급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핵심관계자도 "대통령의 속마음이야 어떻게 알겠느냐"라고 반문하며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속마음을 겉으로 드러내신 적이 없다"고 말했다.

특정 주자에 대한 노심(盧心. 노대통령의 마음)을 표출하지 않는 것이 정치적 논란을 피하려는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오히려 "후보보다는 당, 당보다는 정체성이 중요하다"는 노 대통령의 철학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것이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정 후보 한사람 한사람을 놓고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분명한 정체성을 가진 정치세력으로서 국민들로부터 인정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노 대통령의 생각이라는 것이다.

이날 청와대 브리핑에 게재된 노 대통령의 4.25 재.보궐선거 결과 분석 글에서 "대선에서 각 정치세력이 기본을 갖춘 조직을 형성해 건전하게 맞서는 구도가 형성돼야 한다", "정치의 기본은 원칙과 대의이며, 정치에서 후보보다 중요한 게 정당이다"라는 언급들에서 이 같은 의중이 드러나 있다.

이 같은 인식은 고 전 총리나 정 전 총장 등 잠재적 여권 후보들의 연쇄 이탈에 대해 일희일비하지 않는 청와대 분위기와 연결된다.

과거 김대중(金大中), 김영삼(金泳三), 김종필(金鍾泌)로 상징되는 3김 지역주의 정치 시대에는 '당이나 정체성보다는 후보 우선'라는 구도가 성립했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는 지났다는 얘기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과거와 같은 정치 영웅의 시대는 지났다"며 "이제 유권자들의 표가 특정 개인을 보고 왔다갔다하는 시대는 지나갔고, 당장 후보별로 지지율의 편차나 등락이 있을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후보로 상징되는 정치세력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2월6일 열린우리당 개헌특위 오찬간담회에서 이 같은 인식을 드러내는 발언을 했다.

높은 지지율을 가진 후보가 없는데 대한 당의 우려에 대해 "현재 중요한 것은 누가 후보이건 간에 전체를 놓고 보는 것"이라며 "당이 순리로 정치하는 모습을 보여야 당내 후보도 뜨고, 당외 인사도 들어오려고 한다. 정치원칙을 지키면 금방 뜬다"고 말했다.

때문에 대선에 대한 '노심'을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여부, 호.불호로 국한시켜서 바라봐서는 안된다는 것이 청와대 핵심들의 설명이다.

오히려 열린우리당 등에서 추진하는 범여권 통합과정이 "지역간 대결을 극복하고 전국에서 경쟁이 있는 정치를 하자"는 우리당 창당 정신을 잇고, 외연을 확장함으로써 당의 정체성과 가치를 확고히 하는 것에 '노심'이 가 있다는 얘기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후보는 정체성과 가치를 분명히 한 정당에 나중에라도 태워가면 되는 것"이라며 "지지율이 낮다고 후보 중심으로 고민을 하면서 당을 깨고 만들고 하는 것에 대해 대통령은 안타까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노심'이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한명숙(韓明淑) 이해찬(李海瓚) 전총리, 유시민(柳時敏) 복지부장관, 열린우리당 김혁규(金爀珪) 의원 가운데 누구에겐가로 쏠리지 않겠느냐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지만 이는 노 대통령의 정치 방식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서울=연합뉴스) sgh@yna.co.kr



배너

배너

배너

미디어워치 일시후원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현대사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