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손으로 100만분의 1m 크기의 벽돌을 가지런히 정렬할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이 국내 화학자에 의해 발견됐다.
서강대 화학과 윤경병(51) 교수는 최근 작성한 논문 `손으로 마이크로 결정 단층막 만들기(Manual Assembly of Microcrystal Monolayers on Substrates)'가 세계 최고 권위의 화학전문지 `앙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 5월호에 실렸다고 10일 밝혔다.
화학 분야에서 피인용 지수(impact factor) 9.5로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독일의 화학전문 종합학술지인 앙게반테 케미(응용 화학)는 "급격히 발전하는 분야의 최신 관심사"라며 윤 교수의 논문을 화제의 논문(핫 페이퍼)으로 꼽았다.
윤 교수는 0.5∼3μm(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제올라이트(zeolite) 결정을 유리판에 올려놓고 손가락으로 문지르면 타일을 벽에 붙여놓은 듯이 단층으로 정렬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제올라이트는 연탄처럼 생긴 결정으로 나노 입자가 삽입될 수 있는 100만여개의 구멍(나노채널)이 있어 건축자재, 흡착제, 탈수제, 토질개선제, 이온교환제, 사료첨가제, 촉매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인다.
앙게반테 케미는 윤 교수의 논문을 일반인이 새로 알아야 할 획기적인 발견이자 새로운 상식으로 설명하며 이례적으로 `일반인을 위한 보도자료'까지 따로 만들어 배포했다.
윤 교수는 화학적으로 제올라이트 단층막을 만드는 것은 이미 수 년 전에 발견했지만 손으로 문지르는 물리적 방법으로 더 촘촘하고 잘 정렬된 단층막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은 다소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제올라이트 뿐 아니라 모든 미세결정을 손가락으로 10초 정도 문지르면 물체를 단층막으로 코팅할 수 있다"며 "인간의 손으로 깔 수 있는 벽돌의 크기가 1만 분의 1㎝까지 줄었다는 개념의 변화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이 같은 단순한 사실이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은 데 대해 "제자들에게 시켜보고 관찰하다가 우연히 알게 됐다"며 "`화학쟁이'가 화학으로 해결하려고 했지 손으로 해결할 생각은 못했다"고 말했다.
제올라이트를 첨단소재로 개발하는 데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윤 교수는 이번 발견을 토대로 섬유, 화장품 용기 등을 제올라이트로 코팅해 실용화할 계획이다.
윤 교수는 "제올라이트 구멍에 항균 효과를 내는 은이온을 넣어 수건, 커튼, 옷 등에 단층막을 입히면 훌륭한 병원 용품을 만들 수 있고 화장품 용기를 코팅하면 방부제를 전혀 쓰지 않는 화장품이 나오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형광물질을 넣은 제올라이트를 코팅하면 더 효율적인 교통사고 방지용 옷을 만들 수 있고 `붉은악마'도 더 멋진 응원복을 가질 수 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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