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보복 폭행'을 주도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대해 10일 구속영장을 청구해 영장 발부 여부를 놓고 법원이 `장고'(長考)에 들어갔다.
법원은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김 회장의 구속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데 영장이 발부될지, 기각될지를 놓고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예측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영장실질심사에서는 김 회장이 직접 범행을 실행했거나 범행에 가담한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됐는지, 범죄사실과 관련해 증거 인멸 우려가 있는지 등이 중요한 심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형사소송법상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거나,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 등인 경우 구속할 수 있다.
김 회장의 경우 4가지 사유 중 대기업 총수라는 점에서 주거ㆍ도망 우려 등의 요건에는 사실상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결국 `혐의 소명 여부'와 `증거 인멸 우려'가 구속 여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 사건에서는 피해자 진술과 휴대전화 통화내역 등 정황증거 등이 제출돼 있다.
그러나 목격자가 없고, 흉기 사용 여부 등 범행도구에 대한 가해자ㆍ피해자측 진술이 엇갈려 판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재경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일반적으로는 정황 증거가 있고 다수 피해자의 진술이 있다면 범죄에 대한 소명이 있다고 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영장심사에서는 범죄사실의 존재에 확신을 얻는 `증명'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개연성을 추측할 수 있는 `소명'(疏明.증명보다 낮은 단계의 입증)이 되면 영장 발부가 가능하다.
재판에서처럼 법관이 유죄의 확신을 할 수 있는 증명력이 있는 증거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법원이 피의자의 자백ㆍ혐의 시인이 없는 상태에서 피해자 진술이나 정황 증거 등을 토대로 어떤 판단을 내릴지가 관건이다.
영장심사의 다른 관건은 `증거 인멸 우려를 법원이 어떻게 보는가'이다.
김 회장이 아들과 관련한 개인적 보복 폭행에 회사 직원과 폭력배 등을 동원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들과 입을 맞춰 사건 실체를 조작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볼 수 있어서 중요한 심사 대상이다.
사건을 바라보는 여론과 법 감정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일반인들은 이번 사건을 `힘있고 돈있는 사람이 법치주의를 무시하고 저지른 보복 행위'로 인식하는 것 같다. `법 앞의 평등'이라는 관점에서 엄정한 법 집행을 바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은 체포된 피의자가 아니면 영장심사를 통상 주말에 하지 않는 점 등을 감안해 영장실질심사를 월요일인 14일께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이르면 11일 심사할 가능성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z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