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5일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열어 대북 식량 차관 40만t 제공을 위한 자금 집행을 의결하지만 북한의 `2.13합의' 지체 상황 때문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오후 이재정 통일부 장관 주재로 관계부처 차관 등이 참석하는 협의회에서 쌀 차관 40만t 제공을 위한 비용으로 남북협력기금 1천649억원의 집행을 의결할 예정이다.
이는 정부가 지난 달 18~22일 제13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협위)에서 쌀 40만t을 북측에 제공하는 식량차관 제공합의서를 채택하고 첫 배를 5월 하순에 보내기로 합의한데 따른 것이다.
우리측은 경협위 당시 북한의 2.13합의 이행 여부에 따라 쌀 차관 제공시기와 속도를 조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는 2.13합의 이행이 쌀 차관 제공의 전제조건이 됐음을 의미한다.
정부의 고민은 이렇듯 쌀 차관을 2.13합의의 이행에 연동시킨 상황에서 첫 배가 떠나는 시점이 이 달 하순으로 임박했기에 발생한다.
정부로서는 남북 간 합의도 이행해야 하지만 한반도 최대 안보현안인 북핵 문제의 진전상황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여기서 먼저 북한의 2.13합의 이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왜 이날 자금집행을 의결하는지에 의문이 생긴다. 2.13합의가 이행된 다음에 의결해도 된다는 논리에 따른 것이다.
정부측은 이에 대해 쌀 북송 준비에 필요한 시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지금은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계좌의 송금 문제에 걸려 2.13합의 이행이 지체되고 있지만 이달 하순까지 이행될 경우 합의한 첫 북송시기를 지켜야하는 상황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게 통일부 측 입장이다.
이 경우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쇄.봉인 조치를 포함한 2.13합의가 5월 하순까지 이뤄질 경우 아무 문제 없이 쌀 차관 북송도 이뤄지게 된다.
하지만 2.13합의의 실천이 5월 하순까지도 지체될 경우 불과 1~2개월 전에 있었던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정부가 지난 3~4월 북한의 초기조치 이행에 대비해 그에 따른 상응조치로 대북 중유 5만t 북송을 준비했다가 체선료와 중유처리비용 등 36억 가량을 날린 상황을 말한다.
쌀 차관 역시 구매와 도정 등 준비절차를 마치고도 북측에 보내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할 경우 매일 창고 보관료만 발생하게 된다.
작년에도 대북 수해복구 지원사업을 통해 쌀 10만t을 제공하던 도중에 북한의 핵실험으로 지원이 중단되면서 지난 3월말 잔여 물량 북송이 재개될 때까지 창고임대비가 발생했다.
정부는 이 같은 추가 손실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산 15만t 모두에 대한 구매절차에 들어가지 않고 일단 최초 선적분에 대한 구매 등 관련 준비를 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최초 선적분은 5천t 가량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prince@yna.co.kr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