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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대전 대통령상은 6천만원" 공공연한 비밀

경찰이 밝힌 미셥 비리 천태만상
지연ㆍ학연ㆍ뇌물 `총체적 부패'…이사장 자리는 `30억'



"미술협회라는 곳이 부분적으로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전체가 썩었다고 보면 된다"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 비리 등 한국미술협회와 관련된 부정 행위를 수사해온 경찰청 특수수사과 관계자는 16일 브리핑 도중 이 같은 말로 미술계의 총체적 난맥상을 표현했다.

안에서만 곪던 각종 부패가 외부에 드러나게 된 것은 `짜고치는 고스톱' 식으로 이뤄지던 미술대전 심사 관행에 대한 제보가 잇따르면서부터다.

1949년부터 정부 주도로 시작된 미술대전은 82년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을 거쳐 89년 미술협회로 운영권이 넘어가는 과정에서도 50년 넘도록 국내 최대 규모의 신인 작가 등용문이라는 명성을 유지해온 최고 권위의 미술 공모전이다.

그러나 미술협회 고위 간부와 대회 심사위원들이 돈을 받고 미리 수상작을 선정해 왔다는 사실은 이미 미술계 안팎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수사가 집중된 문인화 부문의 경우 심사위원들이 모텔에 모여 합숙을 하면서 입상작으로 사전에 결정된 출품작을 촬영한 사진을 집중적으로 외운 뒤 심사에 들어가 해당 작품들만 골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제25회 미술대전 문인화 부문의 경우 2천여점의 작품이 출품됐으나 1차 심사에서 선정된 입선작 391점과 2차 심사에서 선정된 특선작 113점은 대부분 이와 같은 방식으로 미리 결정된 것이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부정행위로 수상의 `영광'(?)을 누린 작가들은 대다수 협회 고위 간부나 심사위원들의 제자 또는 후배들로 지연과 학연은 물론 뇌물까지 동원해 미술대전에서 입상할 수 있었다.

미술계에서는 "입선이 되려면 300만~500만원, 특선이 되려면 1천500만~2천만원, 대통령상을 받으려면 상금(3천만원)을 포기하고 3천만원을 더 줘야 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돌 정도로 뇌물 수수가 만연해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문인화 부문보다 규모가 큰 서양화나 한국화 등 다른 부문 심사에서 더욱 심각한 비리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심사 부정 등 각종 미술계 비리는 선출직인 미술협회 이사장이 무소불위의 막대한 권한을 휘두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미술계에서 미술협회 이사장이 누리는 권한은 독보적이다. 그래서 다들 이사장을 하려고 난리다. 그러다보니 이사장에 당선되려면 30억원은 써야한다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당선이 되는 과정에서 막대한 선거 비용을 쏟아붓다보니 `본전'을 뽑기 위해 각종 금품비리를 저지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술협회는 전국 137개 지부, 2만4천여명의 회원들로부터 연간 2만5천원(지방) 또는 3만6천원(서울)의 회비를 걷는 데다 미술대전 운영 비용으로 매년 1억~1억2천만원의 문예진흥기금을 정부에서 지원받고 있어 자체 예산만 해도 10억원이 넘는다.

현직 이사장 노모(57)씨는 작년 선거에서 무자격자를 협회 회원으로 등록해 표를 모았고 낙선자 김모(53)씨는 회원들의 밀린 회비를 대납해주고 지지자수를 불리는 등 부패 선거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협회뿐 아니라 미술계 인사들의 개인 비리도 여러 건 적발돼 화가들의 자존심에 먹칠을 한 사례가 여러 건 눈에 띈다.

중견 화가인 유모(65)씨는 2005년 11월 궁핍하게 살던 무명 작가 윤모씨에게 접근해 "출품작을 대필해 특선에 입상하게 해주겠다"며 1천500만원을 받고 한국화 1편을 그려줬으나 이 작품이 미술대전에서 낙선한 뒤에도 돈을 돌려주지 않았다.

울화가 치밀어 술독에 빠져 살던 윤씨는 유씨가 올해 2월 경찰 대질신문에서도 끝까지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자 화가 나 과음을 계속하는 바람에 결국 간경화로 숨졌다고 경찰은 전했다.

또 화가 김모(49)씨는 W건설에 자신의 작품 5점을 8천700만원에 팔고 1억6천만원을 받은 것처럼 이중계약서를 써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연 면적 1만㎡ 이상의 신축 또는 증축 건물에는 건축비용의 일정 비율을 미술 장식에 사용해야 한다는 문화예술진흥법 제11조를 의식한 오피스텔 건축 시행사의 부정 행위에 작가가 동조한 셈이다.

경찰은 이날 심사 비리와 그림 대필 등 각종 불법 행위에 연루된 미술계 인사와 관련자 121명을 형사 입건해 이 중 9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연합뉴스) firstcir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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