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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광주서 지역주의 부활 심판론 꺼내

사실 상 우리당 해체 및 민주당과의 합당 반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8일 광주의 5.18 민주영령 앞에서 지역주의 심판론을 꺼내들었다.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영남 출신인 자신을 대통령 후보로 만든 '광주의 선택' 이후 지속돼온 지역주의 극복 노력이 "후퇴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노 대통령은 이날 5.18 민주화운동 27주년 기념사에서 "제게 대통령의 중책을 맡긴 것은 제가 일관되게 지역주의에 맞서왔기 때문일 것"이라고 전제한 뒤 "아직 그 책임을 다하지 못했으나 제게 더 남은 힘이 있는 것 같지 않아 참으로 안타깝다"고 했다.

지역주의 타파 노력이 임기말의 정치적 한계에 부닥쳤으니 민주세력의 본산이자 참여정부의 요람인 광주가 다시 역사를 진전시키는 제2의 결단을 내려달라는 호소에 다름 아니다.

노 대통령은 "이제 다시 국민의 몫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며 "국민의 깊은 헤아림이 필요한 때"라고 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5.18 기념사에서 지역주의 회귀 세력을 특정해서 지칭하지 않았다.

다만 "지역주의는 어느 지역 국민에게도 이롭지 않다. 오로지 일부 정치인들에게만 이로울 뿐"이라며 '일부 정치인들'을 거론한 점에 비춰 "열린우리당을 통째로 이끌고 지역주의 정치에 투항하자는 세력"(5월7일 '정치인 노무현의 좌절' 청와대 브리핑 원고)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우리당 해체를 주장하고 나선 정동영(鄭東泳), 김근태(金槿泰) 전 의장을 겨냥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 7일 최근 정치상황에 대한 심경을 밝히는 글에서 두 사람에 대해 "그들은 당을 해산하자고 하고 당을 나가겠다고 한다"며 "정치인 노무현의 정치인생에서 가장 심각한 좌절이자 절망"이라고 말했고, 이날 지역주의 부활을 경계하는 메시지도 그 연장선에서 나온 것으로 읽혀진다.

노 대통령이 말하는 '정치인 노무현'의 소망은 "87년 통일민주당의 분열과 90년 3당 합당으로 일그러져버린 한국의 정당구도를 바로잡자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이 이날 자신의 정치적 소망을 지켜달라고 호소하고 나선 것은 우리당 해체 및 민주당과의 합당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범여권이 우리당의 진로를 놓고 요동치는 민감한 시점에서, 호남 민심을 좌우하는 광주에서 이 같은 호소를 한데서 이런 해석을 낳게 한다.

물론 그 근저에는 범여권이 '지역'을 매개로 통합할 경우 결국 87년 양김씨 분열 이후 각종 선거에서 마다 반복돼온 영.호남 지역대결 구도를 이번 대선에서도 재현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노 대통령이 이날 "지난 대선과 그 이후 선거에서 영남에서 30% 내외의 국민이 지역당(한나라당)을 지지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또 일부 범여권 대권주자들이 주장하는 호남 중심의 통합, 호남.충청 연대론이 아니라 지역주의를 벗어나려는 '영남의 30%'를 함께 끌어안고 갈 수 있는 노선이 정권재창출의 길이라는 뜻을 우회적으로 피력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노 대통령은 7일에도 "지역정치는 호남의 소외를 고착시킬 것"이라며 호남+충청 연대론을 환상이라고 치부했었다. 영남이 분열하지 않는 한 호남, 충청의 지역주의 연합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결국 노 대통령의 지역주의 극복 메시지는 탈(脫) 지역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민주세력의 대동단결만이 정권재창출의 길이라는 의중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노 대통령이 이날 보수 정치세력을 중심으로 제기하는 '민주화세력 무능론'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군사정권의 업적은 부당하게 남의 기회를 박탈하여 이룬 것", "그 업적이 독재가 아니고는 불가능한 업적이라는 논리는 증명할 수 없는 것"이라고 쐐기를 박은 것도 민주세력 정권재창출론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민주세력이야 말로 한국의 미래를 새롭게 열어가고 있는 것"이라는 노 대통령의 언급처럼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관통하는 민주세력의 노선을 이어가고, 참여정부의 자산과 부채를 함께 짊어지고 나가는 기조를 바탕으로 범여권의 통합 노력도 진행돼야 한다는 점을 5.18 기념사에 담았다는 분석이다.

jahn@yna.co.kr
(끝)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07/05/18 11:19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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