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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훈련 추락사' 목격 아이들 정신적 외상 징후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와 울기만 하고 잠을 못 자는데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눈앞에서 끔찍한 고가 사다리차 추락사고를 목격한 서울 원묵초등학교 학생들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징후를 보이고 있어 교육 당국이 정신과 전문의를 투입하는 등 바짝 긴장하고 있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란 화재, 자동차 사고 등 신체적인 손상 및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한 후 나타나는 정신적인 장애가 1개월 이상 지속되는 질병으로 불면, 과민반응 등의 증세를 수반하며 심할 경우 사회적 복귀를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18일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글귀가 새겨진 검은 현수막이 내걸린 원묵초등학교에서 만난 어린이들은 어제의 참사가 아직도 눈 앞에서 어른거리는 듯 내내 어둡고 시무룩한 표정이었다.
부슬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 가슴에 `謹弔' 리본을 단 어린이들은 오전 9시 교내 방송을 통해 교장으로부터 사고 소식을 공식적으로 전해들은 뒤 하늘나라로 떠난 친구들의 어머니를 위해 다 같이 묵념했다.
전날 사고로 인한 충격 탓에 두 학부모가 한꺼번에 숨진 4학년 3반 학생은 9명이나 결석을 했고 4학년 전체적으로는 15명이 학교에 나오지 못했다.
졸지에 엄마를 잃은 두 학생이 결석한 4학년 3반 교실은 다른 교실보다 더욱 침울한 분위기였다.
점심 시간인데도 이 교실의 대부분 어린이들은 아예 복도에도 나오지 않고 마치 시험을 치르는 날처럼 자기 책상에 앉아 서로 얘기도 나누지 않았다.
사고 소식을 듣고 대책마련을 위해 학교에 나온 학부모들은 한결같이 자녀들이 받은 정신적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징후를 호소했다.
4학년 아들을 둔 김모(41)씨는 "자기가 탔던 소방차에서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로 엄청난 충격을 받은 것 같다"며 "원래 자기 방에서 자던 아이인데 집에서조차 어두운 곳에 가지를 못해 데리고 잘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4학년 자녀를 둔 다른 어머니는 "엄마를 잃은 아이 만큼은 아니겠지만 우리 아이도 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며 "집에 온 애가 숨진 어머니의 아들을 보러가야 한다고 말하며 계속 울기만 했다"고 전했다.
서울시 교육청은 이날 문제가 가장 심각할 것으로 보이는 4학년 3반 교실에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교사를 들여보내 어린이들을 상대로 집단상담을 실시했다.
아이들의 충격을 고려해 19일 재량휴업을 결정한 원묵초교 관계자는 "전문의 상담을 계속해 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보이는 아이들을 가려내 체계적인 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도 서울정신보건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에 심한 심리적 외상 징후를 보이고 있는 어린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치료방법을 마련해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동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김규영 교수는 "이번 사건처럼 직접적인 상처를 받지 않아도 외상후스트레스장애가 충분히 올 수 있으며 특히 어려서 좋지 않을 일을 겪었거나 예민한 아이들의 경우 그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고를 목격한 아이의 부모들은 자녀들이 갖는 불안감을 잘 살펴 이상한 조짐이 있으면 충분한 위로를 해 주고 며칠 안에 상황이 호전되지 않으면 빨리 병원으로 데리고 가 심리치료 또는 약물치료를 받게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setuz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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