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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전 의장이 2005년 6월17일 전격적으로 이뤄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면담 뒷얘기를 자신의 저서 `개성역에서 파리행 기차표를'을 통해서 공개했다.

정 전 의장은 면담이 성사된 6.17 당일 아침에서야 장소와 시간에 대한 언질을 전해들은 상황을 전하면서 면담 장소인 대동강 초대소에 도착하자 김 위원장이 20m 전방 홀 중앙지점에서 떡 버티고 서 환영의 인사를 건넸다고 회고했다.

정 전 의장은 김 위원장이 고 김일성 주석의 유훈임을 상기시키면서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한 점,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에 대해 `각하라고 못 부를 이유가 없다. 각하라고 부를까요'라고 언급한 대목, `중대제안'이었던 `200만 ㎾의 직접 송전 구상'에 대해 신중한 답변을 내놓은 부분 등 이미 공개된 대목 외에도 당시 상황을 비교적 소상히 소개했다.

김 위원장은 남북한 통행 활성화 문제에 대해 "금강산 관광하러 올 때 누구라도 개인 승용차를 몰고 와도 좋다"는 파격 제안과 함께 "걱정 하지 말라. (북으로) 넘어오는 사람이 있으면 넘어오는 족족 돌려보내겠다"고 화통하게 답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또 이산가족 화상상봉 제안에 대해서도 "흥분되는 제안"이라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식량문제와 관련, 김 위원장은 "실무자들로서는 통상 남쪽에 요구하는 것이 편할 수 있겠지만 북쪽도 체면이 있고, 그래서 바쁜 일이 지나가면 식량 증산 문제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겠다"며 북측의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놨다는 것.

그는 또 남북회담 관행에 언급, "그동안 5분 정도 덕담이나 날씨 얘기, 모내기 얘기 하다 회담에 들어가면 주먹질하고 말씨름하고 소모적이었다"고 평했으며 "고이즈미 (일본) 총리 임기내에 북일 수교를 매듭짓고 싶다"는 일본측 메시지를 정 전 의장으로부터 전해듣자 "정확하게 들었다고 전해달라"고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은 전적으로 인정하면서도 회담 장소 등 구체적 부분에 대해 여전히 검토가 필요하다는 신중한 입장이었다고 정 전 의장은 전했다.

정 전 의장은 6자 회담 재개에 대한 김 위원장의 답변을 이끌어내기까지 진땀을 흘렸던 당시 상황도 소개했다. 당초 1시간으로 예정됐던 면담 시간이 2시간30분으로 연장되는 중간중간에 김 위원장은 몇 번이나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는 것.

김 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는 우리의 목표이며 미국이 공화국(북한)을 압살하려 하니 핵을 가지려 할 뿐", "언제든지 6자 회담에 나갈 준비가 돼있으나 미국이 업신여기니 못 나가는 것이며, 미국측 태도 변화 없이 먼저 약속했다 못 지키면 신의없는 사람이 되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피력했다고 한다.

정 전 의장은 김 위원장을 `시원하고 결단력을 갖춘 지도자'로 회고하면서 면담에 이어진 오찬 에피소드도 곁들였다. 김 위원장은 사진기자들 앞에서 정 전 의장에게 귀엣말로 의례적 인사말을 건네는 능수능란함으로 친분을 과시했으며 `곰발바닥' 요리를 내놓으면서 "다음에 폭탄주 한 잔 하자"는 제의도 했다는 것이다.

정 전 의장은 같은 해 중국 베이징에서 이뤄진 9.19 공동성명 채택이 당초 18일로 예정돼 있었으나 미국측이 북미간 `평화공존' 원칙 문구에 이의를 제기해 하루 미뤄진 사연, 평화협정 문제를 놓고 남북간, 남측 내부에서 이견이 적지 않았으나 미국측이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며 신축적 입장을 보이면서 우여곡절 끝에 성명에 포함됐다는 뒷얘기도 소개했다.



(서울=연합뉴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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