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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폐기를 위한 '2.13 베이징 합의'가 23일로 꼭 100일째를 맞는다.

합의 직후 급류를 탈 것 같던 북핵문제와 북미관계는 그러나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의 북한자금 송금 지연이라는 복병을 만나 한치의 진전도 보지 못하고 있다.

국무부의 강력한 '대시'로 당장 풀릴 것 같던 BDA 문제가 재무부의 '저항'과 BDA자금의 송금을 매개로 국제금융 거래의 재편입을 원하는 북한의 의도가 맞물리면서 좀처럼 해결의 기미를 찾지 못하고 난항을 거듭하는 형국이다.

그간 낙관론을 펴온 인사들도 "기술적 문제가 의외로 어려운 것 같다"면서 "정말 언제 해결될 지 모르겠다"며 차츰 신중한 자세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 와코비아 재무부 각서 요청설 대두 = 그간 미 국무부와 재무부가 북한 동결자금 2천500만달러를 전액 해제하고 제3 은행으로의 송금허용 방침을 밝혔지만 아직 계좌이체의 기술적 문제에 걸려 타결을 보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이에 반발, 2.13 합의 이행을 보이콧하자 미 국무부는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직접 나서는 노력끝에 어렵사리 와코비아 은행을 찾아냈다.

미국내 자산규모 4위 은행인 와코비아는 마카오에는 지점이 없고 홍콩 중심가에 한곳의 현지법인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지만 그간 마카오에 위치한 BDA와 거래해 온 미국 은행들 중 하나인 점이 감안됐다.

현재 국무부는 와코비아의 BDA자금 중개가 가능하도록 '빠져나갈 구멍'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BDA를 '돈세탁은행'으로 지정하게 된 근거가 된 애국법 311조 규정이다. 311조는 대통령의 집행면제 권한조차 적용되지 않는다고 법적 한계를 명시할 정도로 엄격하다.

게다가 미 형법상 범죄와 관련된 1만달러 이상의 금융거래에 개입을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처벌 대상이 된다.

물론 국무부는 북핵폐기를 견인하기 위해 기존 정책까지 바꿔가면서까지 2천500만달러 전체를 해제해 주었지만 미 재무부는 여전히 이들 자금의 일부가 달러화 위조 등에 관련된 '불법자금'으로 간주하고 있어 이들 법망을 피해 BDA 문제를 해결하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당초 적극성을 보이던 와코비아 은행측도 최근들어 주춤하는 기세가 역력하다. 와코비아 대변인 크리스티 필립스 브라운이 일관되게 "정부측과 계속 논의하고 있지만 감독기관(재무부)으로부터 어떤 적절한 승인이 없으면 (국무부의) 어떤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일각에서는 와코비아측이 송금중개는 하겠지만 이로 인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재무부의 각서를 원한다는 관측도 있다.

재무부가 지난 3월 BDA 자금 해제에 동의하면서도 이 은행을 돈세탁은행으로 지정, 미국 금융기관과의 거래를 중단시킨 사실을 주목, 자칫 재무부의 비위를 건드렸다가 낭패를 당하는 우를 범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 재무부 강경파들 제동 = 재무부 내에 BDA 문제 해법을 놓고 장관과 차관, 실무자 사이에 현격한 시각차가 존재하고 있다고 한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라이스 장관의 입장에 적극 동조하고 있는 반면, 로버트 키미트 재무차관은 BDA 자금 중개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는 실무진들의 입장을 두둔하고 있다는 얘기가 적지 않다.

특히 실무진들은 아직도 미국계 은행을 통한 송금에 부정적이고, 애국법 311조 적용의 예외를 인정하길 꺼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몰리 밀러와이즈 미 재무부 대변인이 와코비아의 송금중개 가능성에 대해 "그런 요청은 국무부에 의해 이뤄졌으니 그들에게 물어보라"고 싸늘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런 배경을 깔고 있다.

워싱턴의 한 고위소식통도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해찬 전 총리와 신기남 국회 정보위원장이 최근 방미했을 때 미 고위관리들은 대체로 조기해결쪽에 무게를 두었다"면서 "그러나 재무부는 물론 법무부까지 걸려 있는 BDA 문제가 언제 풀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6자회담 러시아 수석대표인 알렉산더 로슈코프 외무차관도 지난 16일 "러시아 은행들도 BDA 자금 송금을 거부했다"며 "미 재무부가 BDA에 내린 제재를 해제하기 전에는 북한자금을 중개할 은행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을 정도다.

◇ 국무부, 1.2단계 핵폐기이행 프로세스 준비 = 그러나 미 정부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BDA 논란은 단지 시간 문제일 뿐 언제가는 풀릴 문제라는데 큰 이견이 없다.

기술적 문제가 해결되면 곧바로 와코비아를 거쳐 러시아 또는 이탈리아에 있는 은행의 북한 계좌로 송금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북한도 BDA 문제가 해결될 경우 영변핵시설 가동 중단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초청 등의 조치를 취할 것임을 분명히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15일 "자금 송금이 실현되면 우리는 곧바로 2.13합의에 따른 핵시설 가동중지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고 확인한 바 있다.

따라서 북한이 실제 핵폐기 초기이행조치에 돌입하면 6자회담을 재개하고, 핵시설 가동중단 확인차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라이스 장관의 연내 방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변이 없는 한 북한의 1차 이행조치까지는 큰 문제가 없겠지만 2단계부터는 북미간에 본격적인 샅바싸움이 벌어질 것이라는데 대체로 의견이 일치한다.

비확산 전문가인 미 외교협회(CFR)의 개리 새모어 부회장이 20일 "북한이 2.13 핵합의 1단계 조치는 이행하겠지만 2단계는 진척을 보이기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부시 대통령의 임기동안 이뤄지기는 더더욱 힘들 것"이라고 전망한 것은 미국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워싱턴=연합뉴스) cb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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