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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실 개편안..`대통령 지시에서 보고까지'

정부 부처 기자실 통.폐합과 전자브리핑제 도입을 골자로 한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방안'이 22일 그 모습을 드러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지난 1월16일 국무회의에서 "기자들이 죽치고 앉아 기사 흐름을 주도한다. 기자들이 보도자료를 가공하고 담합하는 구조가 있는지를 조사해 보고하라"고 말한 지 4개월 여만이다.

이날 국무회의에 보고된 방안은 관련 예산 확보와 시설공사를 거쳐 8월에 시행된다. 지난 과정을 보면 노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이 있은 후 넉 달만에 홍보처가 상응 조치를 강구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노 대통령의 문제의식 제기는 지난해 7월에 이뤄졌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한 고위 관계자는 "당시 2003년 7월에 도입된 개방형 브리핑제 시행 3년을 맞아 중간점검을 해보니까 도입 취지가 상당부분 퇴색하고 유명무실화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어떻게 원래의 취지에 맞도록 바로잡을 것인지 논의하고 있던 차에 대통령께서 그 문제를 추가로 짚어 주셔서 저희가 속도를 더 냈을 따름"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이 추가로 짚었다는 '그 문제'에 대해 이 관계자는 "일부 부처의 기자실이 사실상 폐쇄적 운영을 하고 있고, 공무원 업무공간에 대한 무단출입이 되살아나고, 효율적 브리핑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정홍보처의 이날 발표 자료를 보면 국내외 기자실 실태조사에 착수해 조사결과 보고가 마무리된 것은 지난 1월부터 3월21일까지인 것으로 돼 있다.

노 대통령의 이른바 '죽치고 앉아' 발언이 브리핑제 개편의 '박차'가 됐을 것이란 추정을 낳는 대목이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선진 OECD 회원국의 취재환경과 국내 사례도 조사하는 한편 언론계를 비롯해 취재대상인 공무원과 학계를 상대로 4월까지 여론수렴 절차를 밟았다고 밝혔다.

홍보수석실 고위관계자는 "기자실을 없앴던 전례가 유신 직후, 80년 언론통폐합 직후에도 있었지만 바로 유명무실화했다"며 "기자실이 없으면 가장 불편한 것은 언뜻 기자들이겠지만 사실은 관리자(정부)도 그런 부분이 있다. 서로 이해가 맞아떨어져 다시 부활하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외국의 선례에 비춰 비교적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되 최대한 한국 실정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청와대와 국정홍보처간의 논의 과정에서는 일선 경찰서 기자실의 존폐를 놓고 다소 의견이 엇갈렸으나 "대학교 공보실이나 (기업) 홍보실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고위관계자)는 판단에 따라 없애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런 점에서 관계부처의 의견수렴 노력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나, 고위관계자는 "(홍보처장이) 한국기자협회 집행부와 언론학자 및 단체와 사전 협의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37개 기자실을 3곳으로 통.폐합한다'는 식의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통합송고실이 3개 만들어지고, 브리핑룸은 37개에서 27개로 줄어드는 것"이라며 "엄청난 선동을 하고 있다"고 강한 불만을 터트렸다.

그는 청와대 기자실이 존치된 것은 '힘이 세기 때문'이란 냉소가 나오자 "우리가 추구했던 개방형 브리핑제의 방향에 가장 근접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굳이 임기말에 부처 기자실 개편방안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참여정부가 매듭을 짓지 않으면 다음 정부에서는 어렵겠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그래서 역풍에도 불구하고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개편안 발표 과정에서 특히 주목되는 점은 언론인 출신들이 논의를 주도했다는 데 있다. 지난 7월 브리핑제 개편 논의가 시작됐을 당시 각각 비서실장과 홍보수석으로 재직했던 이병완, 이백만씨는 한국일보 경제부 기자 출신이고, 현 윤승용 홍보수석과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은 각각 한국일보와 중앙일보 기자로 활동했다.

실무라인의 청와대 양정철(언론노보) 홍보기획비서관과 김종민(내일신문) 국정홍보비서관, 안영배(미디어오늘) 국정홍보처 차장 역시 언론계와 인연이 있다.

한 관계자는 '언론인 출신으로서 취재환경이 불합리하고 비정상적이라고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민국의 취재 시스템은 문제가 많다고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서울=연합뉴스) j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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