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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시적 신변보호요청 외면…국가 배상해야"



경찰관에게 묵시적으로 신변보호를 요청했다가 외면당해 피해를 봤다면 국가가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김모(여)씨는 2002년 8월 헬스클럽에서 알게 된 이모씨와 사귀어 왔으나 이씨가 이혼 경력이 있고 부양할 자녀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결혼 제의를 거절했다.

이후 이씨는 자신과 결혼해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김씨를 수차례에 걸쳐 때리고 협박, 감금도 서슴지 않았다. 급기야 2004년 4월에는 몰래 혼인신고를 마치기도 했다.

이씨는 그 해 9월 김씨 집 앞에서 자신이 타고 온 차 위에 올라가 공기총을 들고 "만나주지 않으면 분신하겠다"며 난동을 부리다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그러나 입건되지는 않았다.

참다못한 김씨는 부모와 함께 경찰서에 가서 그간의 이씨 행태를 설명하며 "더 이상 행패 부리지 못하도록 구속해 달라"며 고소장을 접수했다.

그러나 경찰관은 김씨가 이씨와 사귀는 동안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단순히 남녀 간의 애정문제로 인한 갈등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 해 10월 김씨는 집앞까지 찾아 온 이씨를 어쩔 수 없이 만났으나 "아이를 지웠다"는 말에 격분한 이씨에게 흉기로 수십차례 찔려 살해됐다.

이에 김씨 부모는 경찰이 신변보호 요청을 묵살하고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으나 1심은 "김씨 사망과 경찰관의 직무상 과실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서울고법 민사4부(주기동 부장판사)는 1심을 깨고 "피고는 원고들에게 7천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씨가 결혼해 달라며 난동을 부리고 김씨를 폭행, 협박, 감금하고 분신자살소동을 부려 고소장이 제출된 상황을 고려할 때 김씨가 명시적으로는 자신과 가족의 신변보호 요청을 하지 않았으나 묵시적으로는 요청을 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적어도 묵시적 신변보호요청이 기재된 고소장을 접수받고 상황을 파악한 경찰관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수사를 신속히 진행하는 등의 조치로 김씨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으나 단순한 애정문제로 인한 갈등으로 판단해 전혀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숨진 김씨도 이씨로부터 수시로 생명과 신체 등에 심각한 위해를 직접 받아 왔으므로 담당 경찰관에게 사태의 심각성을 정확히 깨우쳐 주고 직장이나 거쳐를 옮겨 스스로를 보호했어야 했지만 이런 노력을 게을리해 사고를 당했다"며 국가의 책임을 25%로 제한했다.



(서울=연합뉴스) taejong7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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