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8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 폭행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늑장수사와 지휘소홀 책임에 대한 전면 수사에 착수함에 따라 경찰 조직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 결과에 따라 경찰 수뇌부까지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만큼 늑장수사 외압 사건이 김 회장의 폭행 사건 자체보다 폭발력이 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보복 폭행 사건 본체 수사를 지휘한 서범정 형사8부장을 팀장으로 사실상 `특별수사팀'을 꾸리고 외압 의혹의 실체를 조속한 시일 내에 밝히겠다는 입장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 외압ㆍ로비 실체파악 숙제 = 경찰의 자체 감사를 통해 수사 라인 곳곳에 최기문 전 경찰청장의 부적절한 개입이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검찰 수사의 핵심은 최 전 청장이 될 수 밖에 없다.
최 전 청장 외에 최 전 청장이 직접 전화 통화한 장희곤 남대문서장, 한기민 서울청 형사과장, 김학배 서울청 수사부장은 검찰의 우선 조사 대상이다.
검찰은 이들이 전화통화에서 최 전 청장으로부터 어떤 이야기를 들었는지, 외압이나 부적절한 회유, 청탁을 받지 않았는지 사실 관계를 파악하는 데 초반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최 전 청장이 한화측 누구에게서 사건 발생 사실을 전해듣고 행동에 나섰는지도 밝혀져야할 부분이다.
조사를 통해 최 전 청장이 금품ㆍ향응을 제공키로 하는 등 불법이 확인되면 최 전 청장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경찰 간부들은 직권남용 또는 직무유기로 처벌될 것으로 보인다.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되면 이택순 경찰청장도 수사 대상에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청장은 언론에 보도된 후에야 이 사건 발생 사실을 알았다고 주장하나 대기업 회장이 관련된 사실을 사건 발생 1개월이 지나도록 몰랐다는 점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최 전 청장의 경찰 수뇌부에 대한 로비, 외압 여부와 함께 사건 초동 수사 과정에 윗선의 개입으로 인한 부적절한 처신이 있었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사건 당일 현장에 출동한 남대문 태평로 지구대 직원들, 김 회장의 폭행 신고를 받고도 서장에게 보고하지 않은 남대문서 상황실장도 경찰의 감찰에 이어 검찰에서도 수사 선상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최 전 청장이 금품을 제공했거나 약속하지 않고 단순히 청탁전화만 했을 경우, 사건 지휘 과정에서 당사자들의 정책적 판단의 오류 또는 `판단 미스'로 판명될 경우 수사의뢰 대상자들을 형사처벌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대두되고 있다.
◇ 조폭 도피 개입 의혹 = 강대원 전 남대문서 수사과장과 이진영 남대문서 강력 2팀장이 지난달 중순 폭력조직 맘보파 두목 오모씨를 만난 경위 등 조폭과 경찰의 부적절한 연계 의혹을 밝히는 일도 검찰이 떠안은 숙제다.
강 전 과장은 첩보 수집차 만난 것일 뿐 별다른 의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수사 도중 사건 핵심 용의자를 3차례나 만난 이유가 뭔지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등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오씨가 사건 보도 직후 캐나다로 도피한 데 경찰 내부 인사가 모종의 역할을 했는지도 주요 수사 대상이지만, 오씨의 신병을 확보하기 전까지는 뚜렷한 수사 결과를 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인터폴을 통해 오씨의 소재 파악을 요청한 상태지만 아직 이렇다할 진전이 없고, 검찰도 오씨의 현지 소재를 몰라 아직 범죄인 인도청구 절차를 밟지 않고 있어서 수사팀으로선 우선 오씨의 행적을 파악하는 게 급선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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