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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쌀차관 정부 입장 뭔가

사실상 2.13합의와 연계..`모호성'은 유지
북 2.13합의 이행이 해결 `열쇠'

대북 쌀차관 제공 시기에 대한 정부내 의사결정 과정을 놓고 `뒷말'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가 28일 브리핑에서 공식 입장을 밝히고 나섰지만 여전히 `모호성'을 유지함으로써 해석이 분분하다.

통일부는 이날 `북한의 2.13합의 이행 여부에 따라 제공시기와 속도를 조정할 수 있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조정할 수 있다'는 문구가 갖는 모호성이 그대로 유지됨으로써 정부의 진의를 놓고 추측이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 모호한 정부 입장 = 통일부 당국자는 쌀 차관 지원에 대한 정부 입장은 지난달 22일 제13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협위)에서의 우리측이 발표한 그대로라면서 "경협위 이래 입장을 바꾼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남북협력기금집행 결정, 식량차관합의서의 공포 및 발효 절차, 식량차관 계약서 교환 등 필요한 절차도 중단 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쌀을 제공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의지에도 변함이 없다고 했다.

이 당국자는 다만 "현재 여러가지 여건상 1항차 집행이 다소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애초 남북은 식량차관 제공합의서에서 쌀을 실은 첫 선박의 출항시기를 5월 말로 합의했지만 지킬 수 없게 된 점을 인정한 것이다.

이는 경협위 당시 입장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당연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쌀 지원을 2.13합의와 연계, 지원을 유보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은 정부가 지난해 대북 수해복구용 쌀 10만t 가운데 핵실험으로 보류됐던 잔여분 1만500t을 4~5월 모두 보내겠다고 발표했다가 아직까지 한 톨도 보내고 있지 않다는 점만 봐도 충분히 이해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경협위 때 입장에 따라 쌀 1항차가 예정대로 출발하지 못하고 있고 앞으로도 2.13합의 이행에 진전이 없을 경우 북송이 어려운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논리적으로 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는 향후 방침에 대해서는 확답을 피하고 있다.

실제 복수의 당국자는 `경협위 입장이 유지된다면 2.13합의나 그 이행을 막고 있는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의 진전이 있을 때까지 쌀 차관 제공이 늦어지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선 "두고 보자"는 반응을 보였다.

한 정부 당국자는 더 나아가 쌀 차관 북송을 유보한 것이냐에 대해서는 "다르게 전개될 것이다. 두고 보면 알게 될 것"이라며 쌀 북송이 이뤄질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이런 반응과는 달리 정부 내 일각에서는 "2.13합의 이행에 진전이 없을 경우 쌀을 보낼 수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하는 입장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은 `제공시기와 속도를 조정할 수 있다'는 문구에 대한 해석의 차이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협위 당시 입장을 유지하고 이에 따라 1항차가 늦어지고 있는 점까지는 이견이 없는 반면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서는 대부분 당국자는 `판단 유보', 일부에서는 `북송 유보'에 가까운 입장을 보이기 때문이다.

`판단 유보'는 일단 경협위 입장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아직 어떻게 방향을 잡아나갈지 명확히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는 점을 의미한다. 실제 경협위 당시 입장도 `조정할 수 있다'였지, `조정한다'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상황에 따라 방향을 바꾸는 정책적 결단도 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BDA 문제의 해결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고 국민 여론 역시 북한에 부정적인 점에 비춰 정부의 이런 모호한 태도가 제21차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북측의 채근을 모면하기 위한 전술에 가깝다는 평가가 우세해 보인다.

같은 맥락에서 정부 핵심 당국자가 "북한에 대해 BDA 문제 해결 지연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보지 않고 있다"고 한 것도 당장이라도 쌀 지원이 가능하다는 쪽에 무게를 둔 것이라기 보다는 `북한 달래기' 차원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해석이 적지 않다.

◇ 대통령 지시 여부 놓고 논란 = 이처럼 정부의 모호한 입장 못지 않게 경협위 당시의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과정을 놓고도 뒷얘기가 나오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 방침이 모아진 것은 국무회의가 열린 지난 22일로 알려졌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관계부처 장관들이 참석한 회의였다.

이에 앞서 통일부 쪽에서는 5월에 첫 배를 보내겠다고 남북이 합의한 점, 2.13합의의 틀이 유지되고 있고 BDA 해결을 위해 관련국이 노력중인 점 등을 들어 첫 배라도 예정대로 띄우자는 입장이 나왔다.

5천t 정도만 먼저 보내 `시기'도 맞추고 합의도 지키지만 그 다음에는 나머지 물량의 북송 시기를 늦춰 `속도'를 조절하자는 논리였다.

하지만 이런 의견은 22일 회의에서 관철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놓고 노 대통령이 2.13합의의 초기조치를 북한이 이행할 때까지 쌀 차관 제공을 유보할 것을 지시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이 따로 지시한 바 없다"고 말했고 통일부 당국자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당시 회의에서는 대북정책에 대한 여론 악화, 남북관계와 6자회담간 속도 조율 필요성 등을 전반적으로 감안해 경협위 당시의 입장을 유지하는 쪽으로 공감대가 형성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결국 북한의 2.13합의 이행이 쌀 차관 지원에 대한 정부의 `모호성'을 없애줄 수 있는 `열쇠'가 되고 있는 셈이다.

◇ 장관급회담 성패 걸려 = 북한은 29일 개막하는 장관급회담에서 이런 우리 측 입장에 반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때문에 쌀 차관은 이번 회담의 성패를 좌우할 변수가 될 공산이 크다.

북측이 5월말에 첫 배를 보내지 못한 점을 지적하면서도 우리측 입장을 이해할 경우 정부가 계획대로 남북 간의 평화 논의를 본격화할 수 있겠지만 북한의 강경한 입장이 회담 내내 이어질 경우 상황이 달라질 전망이다.

더욱이 북측은 쌀을 2.13합의에 연계한 남측 조치를 `외세와의 공조'로 몰아붙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엄밀히 말하면 쌀 차관은 장관급회담 의제가 아니지만 북한이 궁금해하면 우리 준비상황을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작년 6월 발효된 남북관계발전법에 따라 식량차관합의서가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심의, 대통령 재가, 관보 게재 등의 절차를 밟느라 시간이 걸린 과정을 알리고 준비절차가 곧 끝날 것임을 설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연합뉴스)
princ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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