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과 검찰이 수사기관을 농락한 전대미문의 `자기 무고(誣告) 교사범'의 처리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3일 서울서부지법에 따르면 윤모씨는 2005년 1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혐의로 부산구치소에 수감된 뒤 나중에 들어온 장모씨를 알게 됐다.
윤씨가 `전입 고참' 노릇을 하며 괴롭히기 시작하자 장씨는 윤씨의 말을 거절할 수 없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 날 윤씨는 장씨에게 자신을 횡령 혐의로 고소해 달라는 엉뚱한 부탁을 했다.
수감자는 별도의 형사사건이 계류 중이면 수사나 재판의 편의를 위해 형이 확정되더라도 추가 기소된 사건의 재판결과가 나올 때까지 교도소나 다른 구치소로 이감시키지 않는 점에 착안, 집에서 가까운 부산구치소에 남으려고 잔꾀를 낸 것.
추가 처벌을 받기 위해 그가 짜둔 시나리오는 꽤 구체적이었다.
윤씨는 2003년 10월2일부터 2004년 1월2일까지 경남 양산에 있는 장씨의 중장비업소에서 덤프트럭, 굴착기 등을 관리하고 거래대금을 수금하는 임시직으로 일했던 것으로 꾸몄다.
또 2003년 10월18일, 11월8일, 11월30일, 12월20일 등 4차례에 걸쳐 거래업체인 A개발에서 60만원, B건설에서 50만원, C개발에서 30만원, D건설에서 50만원 등 4차례에 걸쳐 190만원을 몰래 수금해 가로챈 것으로 입을 맞췄다.
장씨는 교도관을 통해 윤씨를 이런 혐의로 관할 수사기관에 고소했고 윤씨는 구치소에 파견 나온 경찰관에게 시나리오 대로 진술했다.
거짓임을 꿈에도 몰랐던 검찰이 장씨의 고소장과 피의자 진술을 근거로 아무런 의심 없이 윤씨를 업무상횡령 혐의로 기소할 때만 해도 계획이 성공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장씨가 기존 진술을 뒤집고 법정에서 진실을 폭로하면서 상황은 전혀 예상치 못한 쪽으로 흘러갔다.
서부지법 형사2단독 최병철 판사는 장씨의 법정 증언을 받아들여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지난 1일 윤씨의 업무상 횡령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결국 `자기 무고'를 교사함으로써 수사기관을 우롱한 윤씨는 처벌할 법 규정이 없는 반면 사실상 피해자인 장씨는 무고죄로 처벌될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서부지법 관계자는 "자기무고 교사는 범죄구성 요건이 성립되지 않아 죄가 아니지만 다른 사람에 대한 무고는 국가법익을 해치는 범죄로 처벌된다"며 "기소를 잘못해 벌어진 일이니 윤씨와 장씨에 대한 처리는 검찰이 알아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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