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 수사 늑장ㆍ외압 의혹과 관련해 경찰 사무실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진 7일 일선 경찰관들은 치욕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선 현장에서는 이미 검찰에 의혹 수사를 의뢰할 때부터 이런 치욕적 사태는 예견된 것이라며 경찰 수뇌부가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수도권에 근무하는 한 총경은 "검찰이 압수수색을 한 것은 수사기법상 당연한 것이니 검찰을 탓하기는 어렵지만 경찰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무너지는 참담한 일이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때부터 압수수색과 관련자 소환이 잇따르고 경찰의 위신이 실추될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라며 "그런데도 수사의뢰가 불가피했다면 과연 경찰 조직의 명예와 자존심을 대변해야 할 치안총수가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하는 것이 합당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 경찰서에 근무하는 경정급 간부는 "보통 때 같으면 검찰이 경찰로부터 임의제출을 받아도 되겠지만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마당에 압수수색을 당해도 할 말이 없다"며 "경찰 입장에서는 자업자득 아니겠느냐. 경찰청장이 책임을 져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사이버경찰청 자유발언대, 무궁화클럽, 와우폴 등 경찰관들이 자주 드나드는 인터넷 게시판에도 치욕감과 함께 수뇌부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글이 잇따랐다.
경찰관 이모씨는 "기가 막힌다. 검찰에서 경찰이 '수사권 독립'이라는 찍소리도 못하게 밟아 버릴 모양이다. 경찰 창설 이래 최대의 수치다"라며 "아무리 눈총을 받아도 경찰청 특수수사과에서 수사했어야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경찰관 박모씨는 "치욕이다. 더럽혀진 조직의 명예와 자존심은 누가 책임지나"라고 한탄했으며 김모씨는 "검찰이 경찰을 완전히 깔아 뭉개려는 것이다. 너무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발했다.
하위직이나 초급·중견 간부들과 대조적으로 경찰 고위 간부들은 이번 압수수색에 대한 반응을 자제했다.
경찰청에 근무하는 치안감급 간부는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으니 지켜 봐야 되지 않겠느냐. 별다른 의견이 없다"라며 의견 표명을 유보했다.
한 경무관급 간부는 "그 동안 개인비리 등 혐의를 받은 경찰관의 책상이나 사무실을 검찰이 압수수색한 적은 있지만 이처럼 대규모로 경찰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적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만일 자료제출 요구 등 임의수사 과정을 거쳐 경찰의 자존심을 배려해 줬다면 좋았겠지만 지금 수사 주체인 검찰이 수사 방법에 대해서는 가장 잘 알지 않겠느냐. 검찰을 원망할 수도 없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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