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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동계올림픽 이어, 청와대까지 접수하라!

[공희준칼럼] 러시아가 부활하고 있다


역부족이었다. 푸틴이 과테말라에 나타난 순간 게임은 이미 끝났다. 우리로서는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짠 처절한 한 판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필드’로 출동했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십 수 년 만에 언론 앞에서 본인의 육성을 공개했다. 세계적인 대통령과 세계 초일류기업의 총수가 힘을 합쳐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활동에 매달린 셈이다.

그럼에도 유치활동은 실패했다. 강원도 평창은 두 번째로 고배를 마셨다. 4년 전과 비교해 이번 패배는 더더욱 참담하고 쓰라리다. 대한민국의 국가역량을 총동원해 동계올림픽 유치경쟁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동계올림픽 개최지를 결정하는 IOC 총회에 참석한 우리측 최고위인사의 면모를 통해 여실히 드러난다. 캐다나 밴쿠버에 무릎을 꿇었을 적에는 고건 당시 국무총리가 대표단을 인솔했다. 러시아 소치에 역전패한 2007년 여름에는 통치자인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유치사절단을 이끌었다.

국민원로는 참여정부를 지지하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노무현 대통령을 탓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격려와 위로의 박수를 쳐주고픈 심정이다. 그는 과테말라시티 현지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가원수답게 품위 있고 의연하게 행동했다. 노대통령이 아니라 세종대왕, 좀더 거슬러 올라가 광개토대제가 출동했어도 질 수밖에 없었다. 상대가 너무 강했다. 운이 없었던 것이다. 우리는 기나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사납게 포효하는 거대한 북극곰과 싸워야만 했다.

물량공세에 올인한 러시아로부터 뇌물을 얻어먹었다고, 같은 유럽국가라 팔이 안으로 굽었다고, 한국스포츠의 높아진 위상에 대한 노골적 견제였다고 IOC 위원들을 욕할 건 없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국제연합(UN)과 동일한 구조와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 힘이 곧 정의고, 국력이 자격요건이다.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논리는 국제사회에서도 통용된다. 미국이 원하기만 하면 심지어 하와이나 플로리다에도 동계올림픽을 퍼주는 곳이 IOC다.

결국은 힘이다. 힘이 있어야 올림픽도 치르고 월드컵도 개최한다. 이제껏 우린 재수가 좋았다. 덕분에 88 서울올림픽을 주최하고 치르고 2002 월드컵을 열 수가 있었다. 세계열강들이 작심하고 유치노력을 경주했을 경우에 올림픽경기와 월드컵축구대회를 과연 대한민국 땅으로 가져올 수 있었을지 솔직히 장담하기 어렵다.

평창 동계올림픽 무산보다 훨씬 우울한 사건이 있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썩어빠진 정신상태가 확인된 일이다. 국내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어순위 1위가 어느 여성의 이름이었다. 평창을 홍보하는 프리젠테이션 순서에 발표자로 등장했다는. 얼굴이 꽤 예뻤던 모양이다. 집안과 학벌 또한 빵빵하고. 미모의 재원에게 열광하는 대중의 심리적 반응은 일견 자연스런 현상이다. 사실 나도 어둠의 경로로 입수한 고화질의 ‘tvNGELS’ 동영상을 즐겨 시청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프리젠테이션女에게 한가하게 호기심 기울일 때인가? 2007년 7월 5일은 경술국치에 버금가는 치욕의 날로 기록돼야 마땅하다. 이날은 대한민국의 실제 국력이 속된 말로 ‘뽀록난’ 날이다. 몇 년 동안 엄청난 인력과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올림픽을 치르기에 조금도 손색이 없는 훌륭한 경기장시설을 조성한 평창이 변변한 스키슬로프조차 갖추지 못했다는 소치에 밀려 동계올림픽 유치가 좌절됐다. 한국이란 나라가 러시아 북극곰을 달래기 위해 언제라도 두들길 수 있는 동네북 정도로 지구촌 세계인의 눈에 비친 것이다.

정말로 썩어빠진 정신상태의 국민들이다. 나라의 힘을 기를 생각은 하지 않은 채 벌써부터 편을 갈라 책임공방에 열중한다. 책임공방 펼치는 사람은 그나마 나은 축에 속한다. 나랏일에 관심이나마 있으므로. 대개의 국민들은 뭘 하고 있는가? 직장인들은 사채업자를 다룬 드라마에 자극받아 재테크궁리에 몰두한다. 젊은 아가씨들은 허연 허벅지속살 노출 못해 안달이 났는지 속옷만 달랑 걸친 듯한 차림새로 거리를 활보한다. 학부모들은 아이들한테 올바른 국가관과 공동체의식을 심어주기는커녕 애들을 저 혼자밖에 모르는 이기적이고 싹수 노란 점수기계로 만드는 데 광분하는 중이다. 호연지기로 무장해야 할 청년들은 또래의 여자들과 치사하게 가산점 논쟁이나 벌이고.

유가폭등이 선물한 오일달러로 인해 러시아가 부활했다고 판단하면 크나큰 착각이다. 푸틴은 보리스 옐친이 국물도 남기지 않고 완벽히 말아먹은 러시아연방을 기적같이 소생시켰다. 역사의 뒤안길로 자취를 감출 뻔했던 전통의 강국을 열강의 반열에 화려하게 복귀시킨 푸틴 정권의 리더십의 원천과 비결을 우리는 냉정히 직시해고 날카롭게 통찰할 필요가 있다.

옐친 시대에 없다가 푸틴 시대에는 있는 것? 바로 규율과 질서다. 옐친 집권 시절의 무절제와 방종으로 말미암아 해이해진 국민들의 정신상태를 뜯어고치는 작업에 푸틴은 전력을 쏟았다. 국민의 정신적 각성이 없이 달러화가 홍수처럼 유입됐다면 러시아는 분명 재기불능의 지경으로 치달았을 게다. 석유수출로 벌어들인 돈이 쇼핑과 과소비로 탕진되는 과정에서 나라의 재건과 중흥에 불가결한 가치이자 덕목인 검약과 근면이 씨가 말랐을 테니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동계올림픽을 접수한 김에 아예 대한민국 청와대마저 접수했으면 좋겠다. 자신의 조국이 씻기 힘든 수모를 당한 날, 겨우 한다는 짓거리가 프리젠테이션 진행하는 여인에 관한 정보나 캐는 것이 고작인 썩어빠진 정신상태의 국민들에게 확실한 매운 맛을 보여줄 테니까. 산업화고 민주화고 선진화고 간에 국민의 정신상태가 불량하면 이루기 불가능한 꿈일 뿐이다.

국민의 정신상태를 개조하자면 정치권 먼저 정신을 차려야 옳다.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했거나 대권도전계획을 시사한 정치인 숫자가 무려 20명을 넘는다. 이들 가운데 하나쯤은 할복자살은 시도하지 못할지언정 예의상 수면제라도 대여섯 알 집어삼켜야 하는 것 아닌가? 동계올림픽 무대가 흑해의 휴양지로 날아간 것에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요 따위 썩은 정신상태로 굴지의 대국과 맞서기를 바랐다는 것 자체가 애당초 도둑놈 심보였다. 세계가 존경하고 우러러보는 진실로 위대한 강대국은 광활한 영토와 천문학적 인구만으로 탄생하지 않는다. 나라의 발전과 겨레의 영광을 위하여 봉사와 헌신을 마다하지 않고, 희생과 의무를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강인하고 건전한 국민의 존재야말로 강대국 건설의 초석이다.

과거의 영화를 반드시 되찾고야 말겠다는 강렬한 국가이성과 민족의지의 발현일까? 옛 소련국가가 러시아국가로 다시 채택되었다. 러시아 소치의 동계올림픽 유치를 통크게 축하하는 의미에서 그들 국가를 감상해보자. 애잔한 신파조가 뚝뚝 묻어나는 우리네 애국가와는 다르게 곡조와 박자에서 대륙인 특유의 호탕하고 진취적인 기상이 흘러 넘친다. 평창의 눈물을 땅에 떨어진 한 알의 밀알로 삼아 우리 모두 질서와 규율을 사랑하며, 방종과 무절제를 미워하는 진짜 강한 나라의 국민으로 거듭나는 거다. 위정자와 백성 전체가 현재의 썩어빠진 정신상태로 계속 살았다간 러시아 인터걸이 사라진 자리를 코리아 인터걸들이 채울 날이 미구에 닥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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