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평론가 정관용씨가 네이버 옴부즈맨에 ‘도둑질하는 언론사도 언론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자사트레픽 증가를 위해 포털사이트의 아웃링크 제도를 악용하는 언론사들을 질타하는 글이었다.
정관용은 이 글에서 포털의 검색어 시스템을 악용한 언론사들의 트레픽 늘이기 수법을 도둑질로 단정하고 이를 매우 심하게 질타했다.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 이 같은 행위를 하는 언론사들을 포털사이트가 제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현재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포털사이트에 더 무섭게 자신들이 가진 권력을 행사하라고 부추긴 것이다.
장관용은 “명백한 도둑질이자 사회적 해악인 어뷰징 행위를 더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네이버가 지난 5월의 조치로 성공하지 못했다면 더 강력한 차단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기술적으로 가능한 방법을 찾아주기 바란다”고 한 뒤, “적발된 경우 해당 언론사에 강력한 제재와 벌칙을 가해주기 바란다. 일주일이나 한달간 해당 언론사 기사를 검색 리스트에서 빼버리는 식의 강력한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네이버가 이렇게 강력하게 해야만 언론은 도둑질에서 손을 뗄 것이다”라고 네이버의 다음 수순까지 착실하게 코치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정관용이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네이버든 다음이든 또는 네이트든 엠파스든 심지어 구글까지 포털에 기사공급을 하지 않은 언론사들의 기사는 검색 자체에도 걸리지 않은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의 대형 포털사이트들은 자사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언론사들과 제휴를 맺은 뒤 제휴사들의 기사만 포털에서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포털사이트 내에 있는 뉴스코너(네이버 뉴스홈, 미디어 다음 등)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검색에서도 마찬가지다. 즉 어떤 언론사라도 포털과 제휴되어 있지 않으면 포털 검색에 그 회사의 기사는 검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포털(Portal)은 우리말로 관문이라는 뜻이다. 즉 인터넷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사이트다 따라서 포털의 검색에 잡히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인터넷 상에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은 것이 된다. 이를 더 자세하게 해석하면 특정 언론사가 어떤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공급해도 포털에서 검색에 잡히지 않으면 인터넷 사용자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의 많은 인터넷 언론사들은 수많은 정보를 양산하고 그 중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기사들도 넘쳐난다. 하지만 이들 인터넷 언론사가 포털과 뉴스공급 계약이 되어 있지 않으면 그 언론사의 기사는 소수 몇 사람만 습득하고 사장되고 있음이 이를 증명한다.
우리나라 대표적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의 경우를 보자.
현재 네이버 뉴스에 기사를 공급하는 인터넷 언론사는 모두 7개사로 데일리서프라이즈, 미디어오늘,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데일리안, 업코리아, 프로메테우스 등이며 그 외 인터넷만으로 기사를 공급하는 경제전문 인터넷매체 몇 개와 연예 스포츠 전문 인터넷 매체 몇 개뿐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서 가장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인터넷 사용자 접속순위 신정기관인 랭키닷컴에 등록된 인터넷 신문사만 70개이며 심지어 네이버 자체가 인터넷 신문사로 분류하고 있는 인터넷 언론사만 해도 100여개가 훌쩍 넘는다.
물론 이중 언론사로 등록도 하지 않고 인원 1~3명이 운영하는 개인 블로그 수준인 사이트도 즐비하지만 사실상 현재 네이버나 다음 등에 기사를 공급하는 웬만한 인터넷 언론사보다 규모가 훨씬 크고 기사의 양도 많은 인터넷 언론사들도 많다.
7월 11일 현재 랭키 순위를 보면 네이버에 기사를 공급하면서 네이버 검색에 기사로 잡히는 업코리아, 프로메테우스 등은 인터넷 신문순위 20위권 밖에 있다.
반면 프리존 뉴데일리 네이션코리아 등은 이들 언론사보다 랭키순위도 훨씬 높고 생산된 기사량이나 종사원 수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언론사들이다.
그럼에도 업코리아나 프로메테우스 등의 기사는 포털의 검색에서 나타나지만 네이션코리아 등의 기사는 검색에 전혀 잡히지 않는다. 과연 정관용은 포털의 이같은 횡포를 알고라도 있는지...그리고 그에 대하여 단 한번이라도 포털 측에 이 같은 부조리 해소를 요청한 일이 있는지...그렇지 않다면 그는 언론사들의 어뷰징 행위를 질타할 자격이 없다.
포털의 뉴스독점 무엇이 문제인가
네이버 등 국내 포털사이트는 자사의 사업을 위해서 필요한 뉴스컨텐츠를 언론사들과 제휴를 통하여 공급받은 뒤 자사의 기준으로 뉴스의 경중을 가려 배치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결국 뉴스컨텐츠의 공급 왜곡현상은 급격하게 노출되었다. 즉 인터넷 유저들이 포털에서의 뉴스를 습득한 때문에 실제로 그 기사를 생산한 언론사들의 사이트에는 접속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는 인터넷으로 기사를 공급하는 인터넷 매체만이 아니라 심지어 종이신문까지 영업에 타격을 받을 정도로 급격하게 독자 층이 줄어든 현상을 가져왔다.
이 뿐만이 아니다. 뉴스 가치의 취사선택 권한를 언론사가 아닌 포털이 갖게 되므로 뉴스가치의 왜곡현상도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즉 특정 언론사가 사운을 걸고 심층취재한 기사라도 포털 측에서 소홀하게 다루면 그 뉴스가치까지 소홀해지는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거기다 독자층이 줄어든 것만 문제가 아니다. 더욱 큰 문제점은 모든 국민들에게 뉴스는 공짜라는 인식을 심어준 것이다.
언론사도 기업이다. 기업은 기업의 경영을 위해 종사원이 필요하며 종사원들의 급여는 기업이 책임져야 한다. 그럴려면 기업은 이익을 창출해야 하고 언론기업의 기업이익 창출은 뉴스를 공짜로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받고 공급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 같이 돈을 받고 기사를 공급해야 할 언론사들에게 포털은 일정량의 금액을 지급하거나 심지어 포털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 기사공급 계약 당시 시험기간이라는 이유를 들어 무료로 공급 받은 기사들을 포털 접속자들에게 무차별 무료로 공급하고 있다.
바로 인터넷 유저들에게 모든 언론사의 기사는 공짜라는 인식을 심어준 것이 바로 포털사이트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종이신문 구독자도 급격히 감소하고 있으며 이는 주간지 월간지 등에까지 파급되어 출판시장 자체를 황폐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인터넷 언론사들이다.
인터넷 언론 초창기에는 자발적 유로독자 수가 상당했으며 여기서 생기는 수입을 가지고도 소규모 언론사를 운영할 수 있을 정도였다. 또 오마이뉴스나 프레시안 등 인터넷 언론 초창기에 자리를 잡은 언론사들은 이 같은 자발적 유로독자만이 아니라 접속자수의 증가에 따른 트래픽 향상 때문에 사이트 배너광고 수입으로 언론사의 운영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인터넷 신문 순위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오마이뉴스의 하루 접속자가 랭키닷컴의 집계로만 보더라도 평균 20만명 내외, 당일당일 접속자 순위를 산정하는 피앙의 통계를 보면 6~7만 명 정도다. 따라서 일일 페이지뷰도 랭키에서는 150만 페이지뷰를 기록하고 있으나 피앙을 보면 하루 25~30만 페이지뷰 정도일 뿐이다.
이를 초창기 오마이뉴스와 비교하면 너무도 심각한 수준이다. 즉 한창 때의 오마이뉴스는 하루 접속자 150만명, 일일 페이지뷰 600만 정도였으니 그 차이를 실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두가 포털 사이트들이 무료로 기사를 공급하면서 비롯된 일들이다.
어뷰징 행위를 조장한 것은 포털이다.
초창기 인터넷 언론사들은 자사의 홍보효과와 이미지 때문에라도 포털에 기사를 공급하고 싶어했다. 그리고 포털사이트에 기사를 공급하면서 홍보효과를 얻었으며 이에 따라 회사 이미지가 향상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그 반면 그보다 더 크게 손실을 입은 것은 현실적인 것이었다.
우선 접속자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1클릭 당 1원 정도 하던 배너광고의 광고 단가가 0.7원으로 내려갔다가 현재는 0.5원까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즉 1일 100만 페이지뷰 사이트의 메인배너 광고료가 1일 50만원 수준으로 월 광고 단가가 1,500만원 안팍 정도로 중앙일간지 1면 하단 5단 통광고 단가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인터넷 언론사들이 수익구조를 맞추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결국 트레픽 향상을 위해 언론사로서는 할 수 있는 모든 행위를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정관용은 이 같은 현실을 알고나 그런 글을 쓴 것인지 묻고 싶다.
그렇다고 필자가 정관용이 지적한 언론사들의 어뷰징 행위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정관용의 말대로 어뷰징 행위를 자행하는 언론사들은 질책을 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그보도 더 큰 질책은 포털사이트가 받아야 함에도 정관용은 포털이 가진 권력을 더 행사하라고 부추긴 것이 문제다.
언론사들의 어뷰징 행위를 막을 근본 대책은 검색어 순위 기능 철폐다
언론사들이 지금 같은 포털 독점 상황에서 기업을 경영하기 위한 어부징 행위를 막을 방도는 없다.
이는 단 하나 포털의 인기 검색어 기능을 없애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검색어를 검색하더라도 관문이라는 포털의 기본 취지에 합당하도록 국내 전 언론사의 기사가 포털의 검색 기능에 잡혀야 한다. 그리고 현재 이 같은 정책 추진을 위해 국회에 법률안이 제기되어 있다. 따라서 국회는 신속하게 해당 법률을 통과시켜 포털의 뉴스집중 기능을 제어해야 한다.
그것이 도태직전에 있는 모든 언론사들과 출판시장의 활성화에 기여하는 길이다.
출처: 네이션코리아, http://nakore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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