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문을 닫았다. 과거 민주당 분당과 열린우리당 창당을 앞장서서 적극 찬성했던 사람의 하나로서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솔직히 유구무언이다. 허나 본디 승자보다는 패자에게 할 말이 더 많은 법. 당분간 입을 꾹 다물고 자중하고 있어야 마땅한 처지임에도 간단한 소회만은 남기고 싶다. 순전히 열린우리당 출입기자 자격으로.
출입기자로 등록한 지가 벌써 1년 반이 되었다. 물론 예상대로 나는 취재를 목적으로 열린당을 출입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 그렇다고 다른 용무가 있어 방문한 기록이 있는 것도 아니다. 내가 열린우리당 중앙당사에 가장 가깝게 접근한 경우는 당사정문에서 50미터 가량 떨어진 대로변에, 타고 있던 자동차가 잠시 주차한 때였다.
이제는 출입하고 싶어도 더는 출입할 수가 없게 된 열린우리당.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또 하나의 포말정당ㆍ친위정당을 추억하는 의미에서 내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취재기자들이 짧은 칼럼 형식으로 흔히 지면에 작성하는 이른바 기자수첩을 쓰는 바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출입기자들과 당직자들이 함께한 쫑파티라도 안면몰수하고 참석할 걸 그랬나? 하지만 열린우리당 출입기자로 행세한 지난 1년 6개월 동안의 세월이 전혀 쓸모없는 시간만은 아니었다. 덕분에 이력서에 새로 한 줄을 보탤 수 있게 됐으니까. 이름도 찬란한 ‘집권여당 출입기자’.
요즘 사방에서 난리다. 각계 유명인사들의 학력위조와 경력세탁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곰곰이 생각해본 끝에 마침내 결론을 내렸다. 바야흐로 신자유주의 시대다. 세상에 팔지 못할 물건, 거래하기 불가능한 상품이 어디 있겠나? 난 열린당 출입기자 경력을 시장에 내놓기로 결심했다. 가격은 매우 저렴하다. 매콤한 곱창볶음에 시원한 맥주 몇 병이면 판매자 입장에서 대만족이다.
출입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주제에 출입기자 경력을 팔아먹으려는 나를 보고 파렴치한 사기꾼이라고 욕하지 말라. 열린우리당 출신 현역 국회의원이 소속의원의 95프로인가 96프로인가를 차지하는 ‘도로노빠당’을 만들어놓고선 대통합신당이라 우기는 정치인들에 비하면 나는 대단히 양심적인 편에 속한다. 이력서에 채울 경력이 모자라 고민하는 분들께서는 어서 빨리 국민원로한테 연락주시기 바란다. 전직 집권여당 출입기자 간판을 염가에 살 수 있는 기회를 만나기란 결코 흔한 일이 아니므로. 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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