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후보 지명을 받은 이명박 후보가 자신에게 석패한 박근혜 전 대표를 조만간에 만날 뜻을 밝혔다. 이에 박 전 대표 측은 26일 “못 만날 이유가 없다”며 만남을 예고했다. 하지만 이들의 만남이 앙금을 해소하는 출발점이 될지, 의례적 사진거리가 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李 후보의 핵심인사는 26일 “이 후보가 박 전 대표에게 할 말이 많을 것”이라며 “경선 후 갈등 여진을 없애기 위해선 만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 캠프 대변인이었던 김재원 의원은 “내가 확인한 바로는 이번주 이 전 시장과 만날 계획은 잡혀 있지 않다”고 이번 주 회동 성사에는 확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김 대변인은 “다만 박 전 대표가 이후보의 만남 요청이 있으면 안 만날 사람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등 여운을 남겨 회동 성사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이 후보가 만나자고 하면 충분한 사연이 있지 않을까 본다”며 “안 만나면 패자니까 뿌리친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지 않은가”고 덧붙이면서 “박 전 대표와 미리 조율해 만남을 가지면 되는데, 그게 언론에 먼저 보도된 것은 아쉽다”는 말로 이 후보 측의 패자 배려가 없는 점을 아쉬워 했다. 그는 또 “패자 입장에서는 깊은 산속에 들어가 울고 싶은 심정인데, 패자의 입장을 이해해 주셨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이 후보의 일방적 회동 분위기 조성에 불쾌한 심경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편 정가의 관측통들은 이들의 만남에서 무슨 애기가 오갈 것인지도 관심의 초점이다. 경선 패배 후 즉석에서 승복을 선언한 박 전 대표의 진심이 과연 이 후보를 통한 한나라당의 정권교체인지를 이 후보는 확인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의 회동에서 두 사람이 정권교체를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다면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앙금’도 해소될 것이며 이 후 박 전대표의 역할론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될 것이다.

이에 대해 박근혜 캠프의 대변인을 지냈던 김재원 의원은 “요즘 ‘박근혜 역할론’ 얘기가 나오면서 국정참여설까지 떠도는데 박 후보가 어디 사심을 갖고 요구할 사람이냐”고 반문한 뒤 “향후 박 전 대표가 어떤 일을 할 것인가를 생각할 때 당원과 국민을 상대로 ‘이 후보를 도와달라’고 지지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 박 전 대표를 지지하면서 한나라당 경선을 원천적으로 무효라고 주장, 법정투쟁까지 불사하는 박사모 등의 입장 때문에 두 사람의 회동이 더 껄끄러워 질 것으로 보는 관측도 일부 있으므로 이들의 회동 결과가 향우 정치지형 변화에 매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예측은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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