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 오락프로그램 ‘황금어장’의 인기꼭지 ‘무릎팍 도사’에 영화 ‘친구’의 연출자 곽경택 감독이 출연했다. 국민원로가 토크쇼 형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터라 오래 시청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무척 인상적이더라. 마치 PK 지방방송을 보는 기분이었다. 진행자 강호동은 물론이고 보조진행자 우승민에 더해 출연자인 곽감독까지 전부 부산경남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또 한 명의 보조진행자인 개그맨 유세윤은 꼭 꿔다놓은 보릿자루 같았다. 예전에 영남친노들 틈에 뒤섞여 열심히 노빠질할 당시의 내 모습이 떠올라 약간은 거시기한 것도 사실이었다. 우연의 일치치고는 참 재미있다. 유세윤이 나처럼 충청도가 고향인 게.
다 웃자고 해본 얘기다. 강호동과 우승민과 곽경택이 출생지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무슨 패거리를 짓겠는가? 고향사람끼리 무리지어 다니며 국물 탐하고 이권 챙기는 짓거리는 연예계서조차 더는 환영받지 못한다.
연예가에서마저 퇴출된 ‘우리가 남이가?’가 대한민국 정치권에서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그것도 개혁세력의 일원임을 자처하는 작자들에 의해. 저희들도 대놓고 ‘우리가 남이가’ 하는 것이 쑥스러웠던 모양인지 얼굴마담으로는 충청도 태생인 이해찬을 내세웠다. 유세윤이 시청자들 웃기자고 자청한 꿔다놓은 보릿자루 노릇을 이해찬은 아주 진지하고 엄숙하게 수행한다. 웬만한 프로골프선수보다도 더 열심히 골프장에 들락거리더니, 이제는 개그맨보다도 훨씬 웃긴다.
강호동과 유세윤의 장래가 문득 걱정되었다. 대통령 임기를 마친 노무현이 공언하던 정치운동과 언론운동을 단념하고, 연예운동과 코미디운동을 펼칠까봐. 노무현이 곽경택 감독이 게스트로 초청된 방송분을 제발 시청하지 말았어야 할 텐데. 노무현 꿈에 한화 이글스 김인식 감독이 나타나 이리 이야기하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네가 있을 곳은 청와대가 아냐. 방송국에서 부를 때까지 입(口) 만들고 있어!”
노무현이 정치운동을 하건, 언론운동을 하건, 개그맨이나 MC로 전업하건 노무현 자신의 자유다. 노무현과 운명을 함께 하는 일은 그의 지지자들이 선택할 몫이다. 국민이 노무현과 그 추종자들에게 희망하는 사항은 부디 출신지역을 중심으로 뭉치지 말라는 거다. 아니, 더 양보해 출신지로 뭉치는 것도 용인하겠다. 대신 출신지로 뭉쳤음을 국민에게 솔직히 고백해라. 유연한 진보니 하는 말장난과, 좌파 신자유주의니 하는 헛소리 집어치우고.
불행하지만, 그리고 객관적으로 노무현과 추종세력이 양의 탈을 벗을 가능성을 전혀 없다. 따라서 우리는 노무현의 정체와 친노집단의 실체를 그들을 진보개혁진영의 일부로 아직도 믿고 있는 일반대중에게 정확하게 까발릴 의무가 있다.
이해찬이 경선에서 부진한 성과를 거둔 데 대한 경상도 노빠들의 반응이 참으로 가관이다. 그동안 충분히 예상되어온 바였으나 이토록 조기에, 노골적으로 바닥을 드러낼 줄은 몰랐다. 영남친노의 푸념과 아우성을 한마디로 요약해보겠다. “정동영 찍느니 이명박 찍겠다!” 최근 서역국에서 탈출한 김모 선배 입장에서는 꽤나 다급했던 눈치다. 그는 본인의 홈페이지를 통해 “이명박 찍겠다”를 “권영길 찍겠다”로 빨리 바꿀 것을 간절히 호소했다. 친노세력을 고집스레 두둔해온 그가 생각하기에도 영남친노들의 의식과 행태가 너무나 저열하고 몰상식한 까닭에서다.
왜 영남친노들은 국민들로부터 바가지로 욕을 얻어먹을 각오를 하고서 영남패권주의를 공공연하게 부추기는 걸까? 저들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호남인들에게 고립의 공포감을 심어주는 것이다. 호남인이 영남친노를 밀지 않으면 왕따가 되리라는 협박이다. 둘째는 내년 총선에서 친노세력이 지역구 후보로 대거 출마할 예정인 영남지방의 유권자들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함이다. 우리가 호남을 이렇게 괴롭혔는데 정말 표 안 주느냐는 앵벌이다. “정동영 찍느니 이명박 찍겠다”는 호남에서는 협박용으로 써먹고, 영남에게는 앵벌이 용도로 사용할 일석이조의 고단수 카드다.
그럼 호남인은 지난 대선처럼 영남 B급 인재들의 교묘한 사기극에 또 농락당할 것인가? 영남친노들에게 호남은 표 주나 안 주나 영원한 난닝구에 불과하다. 정 주나 안 주나 찬밥신세란 뜻이다. 변양균의 연고지가 부산이 아니었다면 노무현 정권에서 알짜배기 요직들을 두루 섭렵하면서 인사권과 예산권을 맘대로 주무를 수 있었을까? 여론의 몰매를 무릅쓰면서 정윤재를 감싸고도는 노무현의 태도에서 국민이 발견할 수 있는 요소는 오로지 진한 고향사랑뿐이지 않은가? 아무리 몹쓸 비리를 저지른 인물일지라도 부산과 끈이 닿기만 하면 노무현의 팔은 형사 가제트 뺨치게 안으로, 안으로 무한정 굽는다.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고 했다. 노무현 정권은 부산 때문에 흥했다가 부산 때문에 망했다. 노무현은 부산서의 연거푸 낙선을 감동적 드라마로 포장해 집권에 성공했다. 정권을 잡은 노무현은 임기 말기까지도 금의환향의 망상을 끝내 버리지 못했다. 고향에서 인정받는 대통령이 되고픈 욕심에 눈이 멀었다. 노무현의 편집광적 향토애는 부산출신 양아치들이 권력을 농단하고 국정을 전횡하는 데에 필요한 훌륭한 보호막으로 작용했다. 유시민과 김병준 따위의 TK 출신 정치 자영업자들은 부산정권의 곁불을 쬐며 출세가도를 달렸다.
2002년에 치러진 제16대 대통령 선거에서 호남, 특히 광주전남은 이회창에게 치욕적인 득표율을 안겼다. 광주시민과 전남도민들이 이회창에 보여줬던 민심의 매운맛을 요번에는 노무현의 대리인인 이해찬이 맛볼 차례다.
부산정권은 꽃뱀정권이다. 호남은 꽃뱀을 호강시키는 물주 역할을 맡은 순진한 노총각이다. 언제나 꽃뱀의 등 뒤에는 험상궂은 표정의 우락부락한 기둥서방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한국정치 특유의 모순된 신파구조다, 한국정치가 비극적 신파극의 악순환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이상 대한민국은 미래가 없다.
꽃뱀정권은 호남에 거주하는 순진한 노총각에게서 갈취한 집문서와 예금통장을 영남에 사는 험상궂은 기둥서방에게 갖다바치기 바쁘다. 기둥서방은 꽃뱀이 빼낸 노총각의 재산으로 강남에다가 집 사고 땅 산다. 그런데 호남은 부산정권이 여전히 자기를 사랑하는 줄로 착각한다. 꽃뱀의 잘못을 순전히 기둥서방 탓으로 돌리며 그와 한판 붙을 요량으로 옷장에서 난닝구를 꺼내 입는다. 순진한 노총각과 험상궂은 기둥서방이 서로 멱살을 부여잡자마자 꽃뱀은 총각이 사준 명품 핸드백으로 그를 마구 때린다. 촌스러운 난닝구라고 악을 바락바락 써가며. 그래놓고선 생활비 떨어지자 파산직전의 불쌍한 노총각에게 빨간 립스틱 짙게 바르고 또다시 윙크를 보낸다. ‘아리랑’인가 뭔가 하는 북한제 통성기도 최음제로 삼아.
중요한 고비처마다 호남은 부산정권의 추파와 위협에 굴복하곤 했다. 이는 노무현 정권이 출범한 이후 줄곧 목격돼온 양상이다. 호남이 꽃뱀정권의 마수를 떨쳐낼 기회가 다시금 목전에 닥쳤다. 꽃뱀에게 번번이 뒤통수를 맞은 노총각이 각성의 징후를 보이는 지금, 꽃뱀 영남친노들은 차라리 기둥서방의 품에 안기겠다고 앙앙거리고 있다. 정동영 찍느니 이명박 찍겠단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이참에 이명박도 꽃뱀한테 된통 당해봐야 한다. 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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