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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를 앵커우먼으로 키워보자

이윤지, 구혜선 콤비 VS 노현정, 강수정 콤비

 노무현을 구한답시고 잔여 노사모 회원들이 총궐기한 모양이다. 정치적으로 거의 미라가 되었을망정 어쨌든 명색이 현직 대통령이다. 애들 풀어서 반대파벌을 제압해서야 쓰겠는가? 권위를 내팽개친 것은 나름대로 납득할 수 있으나 그렇다고 체통까지 차버리다니, 쯧쯧….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게 사람일이란 표현이 딱 들어맞는 요즘이다. 과거 이회창을 무찔렀던 논리와 구도가 이제는 노무현을 무너뜨리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이회창을 잡았던 연장으로 노무현까지 처리해야 하는 입장에서 난감하고 당혹스럽기 짝이 없다.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도박이 날이 갈수록 하드코어 성격을 띠어간다. 앞으로 대통령이 등장하는 모든 문서와 영상에는 등급표시를 해둬야 올바르지 않을까? 인터넷으로 집권한 정권이라는 명성에 어울리게 조만간 어둠의 경로 역시 노무현의 세상이 될 걸로 전망된다. 오늘도 노무현이 또 이겼다! 에이, 분위기 칙칙해졌다. 밝은 주제로 국면전환해야지.

 나는 먹고살 만한 집안 출신들과는 달리 여태 외국물을 먹지 못했다. 그래서 항상 국산컨텐츠만 취급한다. 가방끈이 짧은 탓에 휘황찬란한 독서기록을 과시하지도 못하겠다. 대한민국 공중파 텔레비전에서 소재를 취합할 수밖에 없으니 양해해주시기 바란다. 내 감성지수와 지식수준은 자랑스런 한국표준이다.

 일요일 저녁마다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기에 바쁘다. 방영되는 프로그램들이 다들 고만고만해서다. 좀더 화끈하게 만들면 안되겠니? 7번이었다. 서울에서는 7번이 KBS 2TV다. 강수정 아나운서가 출연했다. 저 아가씨 프로그램에서 다 잘렸다고 들었는데 한 군데에서만은 용케 살아남은 눈치네. 출연자들이 전원 출동해 ‘겨울연가’를 패러디로 재연하는 꼭지였다. 어라, 강수정 아나운서의 역할이 거시기하다. 이효리의 보조MC다. 와, 천하의 강수정이 효리 시다바리로 굴러 떨어지다니! 겉으로야 웃으면서 촬영에 임했겠으나 속으로는 자존심 엄청 상했을 게다.

 공영방송 아나운서란 자부심을 포기하고 대형 연예기획사가 제공한 금송아지에 올라탄 결정을 무턱대고 질타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내 주머니에서 직접 나가는 출연료도 아닌데 강씨가 자영업자로 전업해 떼돈을 번다고 해도 무슨 상관이겠는가? 그래도 효리의 보조MC는 좀 심했다. 실은 쌤통이었지만. 저 혼자 잘나고 훌륭해서 승승장구한 것으로 오만하게 착각하기로는 강수정 아나운서나 노무현 대통령이나 50보 100보이므로.

 노현정의 결혼과 강수정의 프리랜서 선언에 시비가 붙은 이유는 공공재인 한국방송 전파를 사적 이득을 취하는 데 악용했다는 의혹과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해서다. 한데 현행 방송환경을 그대로 방치하면 제2의 강수정, 제2의 노현정의 출현은 시간문제다. 발본적 해결책이 요구된다. 그 대안을 연령제한에서 찾기로 하자. 만 35세 미만의 여성에게는 지상파 방송의 뉴스 및 교양프로의 진행자 지위를 부여하지 않는 것이다.

 이를 두고 부당한 성차별이라고 비난한다면 그야말로 단견이 아닐 수 없다. 예를 들어 설명하도록 하겠다. MBC에는 최윤영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W’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국제동향과 세계정세를 전문적으로 다룬다. 내용에 대한 평가는 나중으로 미루자. 관건은 최윤영 아나운서의 출생연도다. 1977년, 우리나이로 갓 서른이다.

 함정은 여기다. 만약 최윤영씨와 동갑내기인 남성 아나운서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면 어떤 반응이 나왔을까? 추측하기가 별로 힘들지는 않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송이가 뭐 아는 게 있다고 까불고 있냐는 핀잔부터 대뜸 듣기 십상이다. 유식하게 묘사하면 구상유취(口尙乳臭). 사실이다. 남자나이 서른은 사무실 언저리에서 복사기 지키며 내공을 쌓아야 할 시기다. 시사프로그램 메인MC로 전면에 나서다니, 가당키나 한 노릇인가? 일반기업체의 사례에 비유하면 대리진급도 못한 햇병아리 신입사원이 회사대표 자격으로 중대한 계약서에 서명하는 셈이다.

 오륙도와 사오륙이 극성을 부릴지언정, 남자들한테는 나이가 여전히 무기다. 빠르고 유연한 몸놀림으로 승부하는 B-boy가 아닌 다음에야 처진 뱃살과 늘어나는 안면주름이 출세와 승진에 치명적 장애요소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문화방송에는 최윤영 아나운서와 나이가 같은 남자 아나운서가 필시 존재할 것이다. 지금이야 최아나운서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누리고 있으나, 10년 후의 형세는 몰라보게 달라져 있으리라. 남자나이 마흔이면 앞길이 구만리다. 여자나이 40이면 퇴물과 진배없다. 현존하는 제작시스템에서는.

 우리는 잘 나갈 적에 한몫 단단히 쥐기로 작정한 강수정과 노현정의 계산과 결심에 충분히 수긍이 간다. 팬들의 호감을 급작스럽게 잃지 않는 이상 10년 후의 김제동은 변함 없이 김제동이겠지만, 강수정이 현재의 인기를 계속 유지하기는 대단히 벅찰 테니까.

 아버지와 딸 같이 터울이 지는 남녀 아나운서가 공동으로 뉴스를 진행하면 권력은 당연히 남자에게 집중되기 마련이다. 여성 아나운서에게 35세가 되기 이전에는 프로그램을 맡기지 말자는 주장은 오히려 그들의 장기적 경력관리에 도움이 되었으면 되었지 결코 해가 되지는 않는다. 황신혜, 전인화, 이영애 정도의 환상적 미모의 소유자가 아닐 바에는 서른 다섯 살이 넘어서도 예쁘다는 찬사를 받기는 불가능하다. 싫든 좋든 실력으로 경쟁해야 한다. 메이크업에 하루 다섯 시간을 소모하는데 자기계발에 투자할 틈이 있겠는가?

 더욱이 황신혜와, 전인화, 이영애에 상응하는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다면 아나운서라는 ‘백도어’를 귀찮게 거치지 않고도 대중이 선망하는 스타덤으로 손쉽게 직상장할 수 있다. 남성의 경우 굳이 제도로 명문화하지 않더라도 35세 전에 신뢰감 주는 앵커맨으로 자리잡기는 요원한 일이다. 따라서 연령하한 규정은 여성 방송인에게만 적용되는 게 타당하고 합리적이다. 퇴출지점을 출발선으로 바꾸자는 뜻이다. 유리천장도 인력사장도 영원히 굿바이다.

 사회자 얼굴에 준거해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시청자들은 그럼에도 있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아예 별도의 정규뉴스를 편성하자. 탤런트로 아나운서를 대체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구혜선이 앵커우먼으로 변신해 뉴스를 보도한다고 상상해보자. 청와대 소식에서는 요렇게 멘트를 날리면 어떨까? “오늘 노무현 대통령은 일 없슴다!” 시청률 80퍼센트 절대 보장한다. 황당한 제안이라고. 서른도 채 되지 않은, 미숙한 철부지 젊은이들을 수백만 명이 동시에 시청하는 공중파 프로그램에 내세우는 풍토와 관행이 더 황당하다.

 나이와 경험이 정비례하기는 여자나 남자나 마찬가지다. 어리고 예쁜 여자의 날씬한 몸매와 생기발랄한 용모를 감상하려면 드라마와 쇼프로를 구경하고, 경륜 있는 전문직 여성의 중후한 안목과 깊이 있는 식견을 얻기 원하면 뉴스에 리모콘을 고정해야 마땅하다. 그게 아니라면 아나운서라는 직종을 아예 용도폐기하던지. 까놓고 말해서 이윤지-구혜선 콤비가 노현정-강수정 조합보다는 단연 귀엽고 깜찍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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