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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사교육 시장을 휩쓰는 친노 386들

네 무덤에 된장을 바르마


“요즘 대학입학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이런 음모론이 돈다고 한다. 논술학원을 주름잡는 강사들은 대부분 운동권 출신인데 이들과 친한 386 공무원들이 이들을 도와주기 위해 수능시험을 무력화시키고 논술이 명문대 입학을 좌우하게 만들었다는 가설이다.”

한국일보 서화숙 편집위원의 칼럼에서 인용한 내용이다. 서위원은 내가 꼭 챙겨 읽는 칼럼니스트들 중의 하나다. 그의 논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서화숙 편집위원의 글은 중도진보 정도에 해당한다. 서위원과 나란히 한국일보에 칼럼을 올리는 전북대 강준만 교수와 한국일보 고종석 객원논설위원의 중간쯤이다.

서위원의 글에 매료된 이유는 필자의 솔직함에 있다. 자신의 존재가 자기의 사유에 행사하는 영향력을 숨기지 않고 인정한 상태에서 논리를 펼친다. 언젠가 부동산 문제의 해법을 거론하면서 본인이 강남에 살고 있음을 털어놓는데 몹시 설득력이 있더라. 객관의 탈을 쓰고 주관을 관철시키려는 지식인들의 가장무도회야말로 얼굴에 급하게 연탄가루 묻히는 이명박의 위장술만큼이나 나라와 국민에게 해롭다.

“논술학원을 주름잡는 강사들은 대부분 운동권 출신인데”란 구절에서 불현듯 진중권이 떠올랐다. 물론 진중권이 논술강사로 전업하지는 않았다. 논술시험 참고서 낸 게 고작이다. 그럼에도 진중권의 얼굴이 자꾸만 어른거린다. 중권이형,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진중권이 생각난 김에 시리즈의 제목을 잠시 바꾸기로 결정했다. ‘이명박은 왜 강한가’로부터 ‘네 무덤에 된장을 바르마’로. 따라서 요번 글은 ‘이명박은 왜 강한가 (10)’을 겸하기도 한다. 실은 후배가 운영하는 술집에 얼마 전에 들렀다가 먼저 손님으로 와있던 출판사 여사장과 대화하면서 구상했던 제목이다. 전체 직원이 150명가량 되는데 수익이 짭짤하단다. 여사장과 친분이 두터운 후배의 귀띔으로는 소위 된장녀들을 마케팅 타깃으로 삼은 덕분이란다.

개념은 없고 욕망은 많은 수많은 젊은 여성들이 된장녀 노릇을 한다고 하여 한국사회가 피폐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허리를 점유한 세대가, 특히 그중에서도 말깨나 하고 글깨나 쓴다는 작자들이 온몸에 된장을 처바르고서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돈벌이에만 열중하면 나라 결딴나는 일은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다.

아니다.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오로지 돈벌이에만 전념하면 별로 욕할 필요가 없다. 한데 요것들이 좌파의 꼬리표를 달고서, 또는 진보진영의 일원임을 자처하며 사방팔방 뒷짐 지고 다니기 시작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진보좌파가 수험생들 힘들게 뒷바라지하는 학부모들 등골이나 파먹는 기생충 같은 악귀들로 대중에게 인식되는 탓이다.

사교육의 메카로 불리는 대치동에 위치한 어느 학원교실에 이와 비슷한 글귀가 액자에 담겨 걸려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 “네가 잠자는 동안 적들의 책장은 넘어가고 있다!” 이른바 범생이들 머리에선 절대 나오지 못할 전투적 문구다. 운동권 물을 웬만큼 먹지 않으면 도저히 착상하기 불가능한 아이디어다.

장담하는 바이다. 이 싸가지 없는 걸 교훈이랍시고 학원건물에 걸어놓은 운동권출신 사교육 자본가 녀석들이 밖에 나가서는 꽤나 진보적인 사상과 이념의 소유자로 행세하리라고. 시민사회단체와 민주노동당 후원자들 중에서 사교육 종사자들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은 비밀 아닌 비밀이다.

타락한 386 세대의 대표주자로 세 부류를 열거하고 싶다. 첫째는 친노 386, 둘째는 뉴라이트 386, 셋째는 사교육 386. 첫째는 노무현과 함께 역사의 쓰레기통으로 직행할 것이 확정된 시한부 인생들이다. 그렇다면 뉴라이트 386과 사교육 386 가운데 어떤 쪽이 진짜 개돼지만도 못한 천하의 잡놈들일까?

대개는 뉴라이트 386을 더 악성으로 꼽는다. 국민원로는 허나 정반대 의견이다. 뉴라이트 386은 통시적 관점으로 파악했을 때 모순적이다. 20년 전과 현재가 다른 것이다. 사교육 386은 공시적 견지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다. 낮에는 민노당에 후원금 쏘고, 밤에는 저희들이 차렸거나 가르치는 입시학원서 돈을 자루로 쓸어 담는다.

뉴라이트 386은 입으로는 평준화 폐지와 교육경쟁력 강화를 외치되 실제로 사교육 분야에 투신하지는 않는다. 더는 머리 쓰기 싫은 인간들이 뉴라이트로 전향하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반면 사교육 386은 정의감은 세월의 흐름과 더불어 쇠락했으되, 짱구 굴리는 속도만은 여전히 쌩쌩하다. 학원생과 학부모 입장에서도 학원장이나 논술과외 선생님이 뉴라이트 활동가이기보다는 진보적 시민단체에 무슨무슨 위원이랍시고 이름이라도 한 자리 걸치고 있는 편이 훨씬 신뢰가 간다.

한국사회의 진정한 진보를 염두에 둔다면 시민단체와 진보정당에 매달 10만원씩 송금하는 대신 사교육 산업의 해체를 촉진하는 대승적 결단 차원에서 학원문을 닫는 것이 훨씬 실효성이 크다. 하지만 그럴 조짐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참으로 이상한 사실은 교육개혁을 주장하는 진보성향의 시민단체들조차 교육부 청사로만 몰려갈 뿐, 강남 학원가로 달려가 유명한 고액 논술학원 정문에 드러누울 엄두를 좀처럼 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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