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을 위협할 만한 자료를 진보좌파진영에서 발굴하기란 매우 어렵다. 진보좌파진영이 이명박을 보수우파로 인식하는 탓이다. 이는 노무현에 대한 영양가 있는 문제제기가 조중동에서 전혀 나오지 않았던 원리와 똑같다. 노무현 정권을 강타한 파괴력 있는 비판은 최장집 교수로 대표되는 정통 진보세력으로부터 나타났다. 노무현을 짝퉁 좌파 내지 사이비 진보로 규정한 담론의 확산이야말로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을 노무현 정권에 등을 돌리게끔 만든 진정한 추동력이다.
여러분들께 몹시 생소할 인터넷매체 한 군데를 소개하겠다. ‘인사이드 월드’란 곳이다. 발행인은 손충무. 한국서 정치를 하고픈 재미교포들이 제작하는 웹사이트인 모양이다. 둘러보면 알겠지만 진보성향의 독자들이 호감을 느낄 매체는 아니다. 내가 남들이 별로 방문하고 싶지 않을 공간을 알리는 이유는 여기서 아주 의미심장한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보다는 김경준과 그의 가족들이 훨씬 베일에 가려진 인물들이다. 위장의 달인이라고 욕을 먹을망정 이명박의 주된 활동무대는 한국이다. 우리나라서 서로 연결되는 데는 네트워크 법칙이 주장하는 6단계까지 굳이 갈 필요조차 없다. 서너 다리만 건너면 모두 안다.
반면 김경준 일가의 삶의 터전은 미국이다. 교통수단과 통신기술이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태평양 저편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관한 정보는 필연적으로 제한적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김경준의 부인인 이보라씨의 기자회견이 열렸을 적에 국민원로는 이보라라는 여인이 누구인지 확인하고픈 마음이 참으로 굴뚝같았다. 그녀가 순진한 가정주부가 아니라 자신의 남편처럼 수완 좋은 펀드매니저였다는 사실은 나중에야 알 수 있었다.
인사이드 월드의 관계자들은 미국에 거주하는 걸로 보인다. 매체의 논조와 수준은 문제가 있을지언정 미국 현지 사정에만큼은 나름대로 정통할 가능성이 크다. 김경준 아내의 기자회견을 다룬 인사이드 월드 기사에서 대한민국 신문방송은 주목하지 못했을, 또는 주목하기를 꺼렸을 구절 한 개를 발견했다. “내(에리카 김)가 여자의 마지막 자존심까지 감수하며 나의 입에서 한마디가 나가면 그(이명박)는 (후보를) 사퇴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날 기자회견에는 불참했던 에리카 김이 다른 통로를 빌려 전했다는 경고다. ‘남자의 자존심’과 달리 ‘여자의 자존심’은 보통 지극히 개인적 사건과 결부되는 경향이 짙다. 일반적으로 여자들은 본인의 내밀한 사생활에 연관되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는 그냥 ‘자존심’이라고만 표현한다. ‘여자’란 수식어를 좀체 달지 않는다.
뭔가 집히는 구석이 있었다. 또다시 인터넷을 열심히 검색했다. 이번엔 굳이 대양을 횡단하는 수고를 기울이지 않아도 되었다. 한국서 발행되는 종이매체가 미묘한 부분을 직설적으로 거론한 까닭에서다. 매체명칭은 ‘일요시사’.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의 가판대들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타블로이드 주간지들 가운데 하나다.
나는 반드시 이뤄야 할 대업이 있다. 아직은 장렬히 옥쇄할 때가 아니다. 그러므로 검증과정을 거친 언론매체들의 보도기사만을 인용한다. 지금 옮기려는 대목은 일요시사가 제휴사인 스포츠서울에 제공하고, 스포츠서울이 이를 다시 국내 제일의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납품한 것이다. 네이버 뉴스서비스의 일부로 당당하게 존재하는 콘텐츠란 뜻이다. 기사의 제목은 ‘이명박 X파일 주인공 에리카 김 실체추적’. 2007년 6월 14일 오전 9시 23분에 네이버에 입력되었다. 댓글은 딱 한 개 달려있다. “그런데 이런 기사는 왜 묻혀서 쳐다보지도 않을까요? 네이버님 (대문에) 올려주세요.”란 애타는 호소다.
정말 의문이다. 이 기사에는 이제껏 읽어왔던 BBK 관련보도 중에 단연 체계적이고 일목요연하게 BBK 주가조작 사건의 흐름과 전말이 정리돼있다. 게다가 범상한 것으로 여기기 힘든 두 가지 에피소드드가 포함된 상태다.
1. 에리카 김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만남은 지난 94년 이 전 시장이 국회의원 의원 신분으로 LA를 방문하면서 이뤄졌다는 게 정설이다. 이후 본국과 LA를 오가며 이뤄진 그들의 잦은 만남이 교민들에 의해 목격됐고 이로 인해 두 사람은 ‘수상쩍은’ 관계라는 시선을 받기에 이른다.
2. 두 사람에 관한 소문은 더욱 억측에 억측을 더해 갔다는 게 교민들의 전언이다. 심지어 LA 교민들 사이에는 이 전 시장이 모 한인 측근의 집에 초대를 받은 자리에서 에리카 김과 도가 지나친 춤을 추다가 이 전 시장의 부인으로부터 ‘뭐 하는 짓이냐’는 질타를 당했다는 믿기 힘든 일화까지 퍼져 있다.
나한테 여유자금이 없는 게 무척 안타깝다. 당장 미국으로 날아가 이 일화들이 사실인지를 확인할 수가 없어서다. 이명박과 에리카 킴이 노래방에서 찍은 사진이 장안의 화제다. 국민원로가 상투를 틀지 못한 처지인 터라 중요시하지 않은 사진이었는데 유부남들의 해석을 들어보니 영 달랐다. 마누라 아닌 외간여자들과는 비록 회사에서 회식하면서 여직원들과 함께 간 경우라 할지라도 노래방 등의 폐쇄된 장소에서는 결코 사진을 같이 찍지 말아야 한다는 거였다.
에리카 김이 말했다는 이른바 여자의 자존심이 어떤 형태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지 대단히 궁금하다. 일요시사의 기사내용을 참작하면 어느 방향일지는 대략 유추할 수 있으리라. 허나 대개 이러한 유형의 사건들은 당사자들만이 정확하고 구체적인 진실을 알고 있기 일쑤다. 우리가 상상하는 방식으로 에리카 김의 자존심이 폭발한다면 현재까지 이명박에게 퍼부어진 공세들과는 판이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점만이 단지 확실할 뿐이다. 이명박의 핵심 지지층인 서울지역 중산층 주부들은 다른 건 다 용서해도 남자 바람피우는 꼴은 절대 용서하지 못하는 묘한 심리를 지녔다.
문득 고전소설 한 편이 생각난다. 어리석은 양반이 생니를 여인에게 정표로 뽑아줬다가 개망신을 당한다는 ‘이춘풍전’이. 이빨이 일종의 이면계약서 역할을 대행했던 셈이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춘풍이 엄청 순진했던 인간이었나 보다. 술을 먹다가 주막집 문설주에 얼굴을 부딪치는 바람에 이가 빠졌다고 딱 잡아뗄 수도 있었으련만. 국민들은 이명박 후보가 현대판 발치설화 따위에 연루될 정도로 허접하고 형편없는 대선주자이리라고는 믿고 싶지가 않다. 전체 유권자의 절반 가까이가 노망이 들기에는 그동안 피땀 흘려 일궈온 국가발전의 성과물들이 너무도 아깝지 않은가? 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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