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대선의 관전 포인트는 더는 누가 이기느냐가 아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과반수 득표에 성공할 수 있느냐이다. 이명박이 과반수 득표율에 성공한다면 그는 박정희 이후 36년 만에 최초로 유권자 절반 이상의 지지를 얻는 직선제 대통령이 된다.
설사 이명박이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더라도 그를 충분히 엎어뜨릴 수 있다는 사람들을 국민원로는 주변에서 많이 목격하고 있다. 그들이 내세우는 전략전술과 시나리로는 무궁무진하며, 그들의 사기와 자신감은 실로 하늘을 찌른다. 이 자리를 빌려 그들에게 전해주고픈 말이 있다. 꿈 깨셔!
득표율 50퍼센트 고지를 돌파한 이명박은 웬만한 공격에는 흔들리지 않을, 에이스침대만큼이나 충격흡수력이 강한 정권을 구축할 개연성이 크다. 따라서 한반도 대운하를 비롯한 망국적 공약들은 즉각 실천에 옮겨질 것이다. 과반수 득표율의 위력 앞에서 박근혜를 비롯한 이명박의 정적들은 잔뜩 몸을 낮춘 채 생존에만 급급해할 터. 이명박의 과반수 득표를 저지하기 위해서라면 지금은 일본 속담에서 이야기하듯이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할 판이다.
그러나 제도정치권의 흐름은 정반대 양상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反 이명박 동맹이 아니라 안티 이회창 연대로 정리되는 추세다. 11월 말에 김정일의 심복으로 알려진 북한의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서울을 찾았다. 흥미로운 사실은 김양건이 남한을 다녀간 이후로 이명박 진영이 김정일 정권을 겨냥해 별다른 비난을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BBK 의혹을 해명하느라 경황이 없었다고 해석하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다.
한나라당은 김정일 정권을 향한 공세만 조절한 것이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삼성으로부터 받았다는 당선축하금을 갑자기 문제 삼고 있지 않다. 이 와중에 불거진 사건이 ‘노명박 밀약설’이다. 덧붙여 말하면 정동영이 노무현에게 좀처럼 대들지 못하는 데는 그럴 만한 까닭이 있다. 삼성그룹의 당선축하금이 실제로 노무현측에 전달됐다면 노무현과 그의 핵심측근들끼리만 나눠먹었겠는가? 2003년 가을, 열린우리당이 창당되었을 적에 무슨 돈으로 그걸 만들었는지는 여전히 수수께끼다. 200개 가까운 지구당이 딸린 전국 규모의 거대 정당을 창당하는 작업은 돼지저금통 돌려고, ARS 눌러서 될 일이 아니다. 이번에도 선거법 때문에 요쯤에서 얘기를 멈춰야겠다.
북한 입장에서 가장 꺼려지는 대통령 후보자는 무소속 이회창 후보다. 동교동이 정권재창출에 목을 맨 이유도 주로 대북정책과 관련돼 있다. 양극화 심화와 부동산 폭등, 공교육 붕괴와 비정규직 증가 같은 민생경제의 쟁점을 둘러싸고 한나라당과 부딪친 기록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기획된 작품이었건 우연의 산물이었건 결과적으로 현재의 대선구도는 反 이명박 동맹에서 안티 이회창 연대로 급격히 변질된 상태다. 이명박이 과반수 득표를 달성하려면 어떻게든 이회창을 주저앉힐 필요가 있다. 청와대에게 이회창의 당선은 노무현의 구속을 뜻한다. 절대 받아들일 수가 없는 노릇이다. 남북화해의 진전을 DJ의 역사적 업적으로 생각하는 동교동 역시 이회창보다는 차라리 이명박이 낫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이명박의 압승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김정일의 이해관계는 동교동의 그것과 정확히 일치한다.
노무현과 이명박의 동병상련과, 김대중과 김정일의 염화미소는 이회창의 고립을 낳는다. 이회창 왕따현상은 이명박의 과반수 득표로 이어진다. 이래서 세상은 골 때리는 거다. 이명박의 과반수 득표를 막고자 이회창을 왕따에서 구해내야 하는 현실, 나에게 주어진 독배이자 우리 모두한테 제시된 씁쓸한 과제다. 당신들은 어떤 선택을 할 텐가? 이명박의 과반 득표인가? 왕따 이회창 구하기인가? 나는 기꺼이 후자를 택하련다.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