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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은 나의 것, 조갑제에게 배우자

이명박 당선자의 득표수를 줄이자


꼴이 참 우습게 되었다. 대한민국서 이회창을 위해 가장 열심히 훈수를 해주는 인간이 국민원로와 조갑제 사장이니. 그나 나나 목표는 동일하다. 이명박의 과반수 득표 저지다. 지금부터 이명박에 관한 호칭을 바꾸기로 하겠다. 이명박 후보에서 이명박 당선자로. 빤히 이길 줄 아는데 굳이 거추장스럽게 후보라고 부를 필요가 있겠는가?

목표는 동일하되 목표를 설정한 동기는 아주 딴판이다. 동상이몽이 낳은 오월동주인 셈이다. 조갑제는 이명박의 독선과 오만을 견제하고자 득표율을 낮추려 한다. 오만과 독선에 빠진 이명박이 노무현이 진보를 말아먹었듯이 보수를 망칠 수가 있다는 우려의 시각 탓이다. 이회창이 곁에 버티고 서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음을 경고함으로써 이명박이 자만과 방심에 물들지 않도록 단속하겠다는 취지다.

나는 현재의 범여권이 내년 4월에 치러질 18대 총선에서 원내교섭단체나마 구성할 수 있는 의석수를 확보하는 데 도움을 주려고 이명박의 과반 득표율 당선을 어떻게든 무산시키려 애쓰는 중이다. 이명박의 유권자 과반수 득표는 밴드왜건 효과를 극단적으로 증폭시키기 마련이다.

일각에서는 BBK 특검을 통한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는 눈치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BBK 특검법은 삼성비자금 특별검사법과는 달리 국회를 통과할지조차 대단히 불투명하다. 대통령 선거 개표결과가 드러나자마자 통합신당 현역 의원들의 상당수가 한나라당으로 둥지를 옮길 테고, 그러면 원내 제1당은 자연스럽게 교체된다. 한나라당이 원내 1당을 넘어 17대 국회 종장의 과반수 의석을 점유할 개연성마저 더군다나 무척 높다.

한데 나와 조갑제 둘 모두가 닭 쫓던 뭐가 될 뻔했다. 이회창 캠프와 인연이 있는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를 나누다가 화제가 이회창이 시사한 ‘중대결심’에 가 닿았다. 선영이 위치한 충난 예산으로 내려간 이회창이 금요일 오전, 아산의 현충사를 참배한 다음 중대결심을 발표한다는 소식이 전해져서였다.

중대결심을 발표하는 자리를 빌려 이회창이 ‘노명박 빅딜 의혹’을 직접 추궁해야 임팩트가 있을 것이란 아이디어를 내가 대화과정에서 꺼냈다. 이회창 진영과 인연이 있는 사람은 이 제안을 캠프에서 일하는 지인에게 전화로 알렸다. 그러나 저쪽에서는 의미심장한 대답이 흘러나왔단다. “늦은 것 같은데” 뉘앙스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나는 응답이었다. ‘노명박’을 연설문에 포함시키기에 늦었다는 건지, 무슨 아이디어든 내놓는 것 자체가 아예 늦었다는 것인지 분간하기 힘들었다. 이튿날 아침 일찍 이회창의 기자회견이 예정된 시점이었으므로 후자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웠다.

“늦은 것 같은데”에 뒤이어서는 ‘심각한’이라는 형용사가 튀어나왔단다. 영어는 ‘진지한’과 ‘심각한’을 모조리 ‘Serious’로 표현할 수 있으나 우리말의 ‘심각’은 형편이 대단히 좋지 않은 상태임을 묘사한다. 昌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를 추측할 수 있는 단서는 다음날 짜인 유세순서가 전부였다. 기자회견 이후의 일정이 이미 언론에 정상적으로 공표됐다는 거였다. 중대결심이 도중하차를 뜻한다면 오후 일정들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연막작전 차원에서 일정을 일부러 온전히 유지시켰을 수도 있다.

금요일 아침에 깨어나자마자 인터넷에 접속해 주요 속보들을 관찰했다. 충청도에서 중차대한 사건이 터지긴 터졌다. 태안반도 앞바다에서 유조선과 예인선이 충돌해 엄청난 양의 원유가 유출되어 인근의 청정해역이 위기에 처했다는 급보였다. 이회창의 중대결심이 후보사퇴가 아니었음에 가슴을 쓸어내릴 사이도 없이 국민원로는 서해의 환경오염과 어민들의 피해가 염려되기 시작했다. 노무현 정권의 몸통들이 나만큼 나라걱정을 했더라면 우리가 이회창 제독의 12척 전선을 응원하러 달밤에 강강술래를 돌아야만 하는 비참한 처지로 내몰리지는 않았을 게다.

허황된 한 방을 믿지 말라. 대신 모든 카드와 시나리오에 문을 열어두자. 이회창을 놓고 벌어지는 조갑제와 나의 피 말리는 두뇌싸움의 승자가 누가 될 지는 오직 시간만이 안다. 이회창을 이용해 이명박의 과반수 득표를 가로막는 것에 성공할 경우 조갑제의 의도대로 일이 풀리지, 내 의중처럼 상황이 흘러갈지는 열흘 남짓 후에 밝혀질 터. 당장 확실한 사실은 한 방 따위의 요행수나 무턱대고 바라는 자들보다는 꼴통수구에서 지능수구로의 업그레이드를 완료한 조갑제가 훨씬 훌륭하다는 점이다. 어쩌다가 조갑제한테까지 배워야 한다고 역설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는지? 그나저나 진중권은 투표 끝날 때까지 완전 잠수 탈 모양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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