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통령 선거는 정상적인 선거가 아니었다. 무릇 민주주의 국가의 정상적인 선거는 정당과 정책, 그리고 인물과 공약에 대한 국민의 선택과정이다. 그런데 2007년 12월 19일 치러진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가 과연 그런가? 아니다. 이 선거는 정당도, 정책도, 인물도, 공약도 없었다. 단지 심판 하나만 있었다. 그리고 그 심판의 대상이 바로 노무현 현 대통령이었다.
노무현 현 대통령은 지난 5년 전 전체 선거참여 유권자의 49% 대 지지에다 1200만 표가 넘는 득표를 기록했었다. 국민직선으로 뽑힌 대통령 당선자 중 1위 득표이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든 지지그룹을 배신하기 시작했다. 이 후 5년 동안 그의 독선은 그칠줄 몰랐다. 그리고 그 같은 독선적 정치 행태는 퇴임 직전까지 이뤄졌다.
정부부처 기자실 패쇄는 전체 기자들의 70%이상, 국내 언론사 거의 전부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압도적 반대였다. 하지만 단지 대통령이 지지한다는 이유 하나로 정부는 이 기자실을 강압적으로 폐지해 나갔다. 그리고 이에 앞장 선 사람을 대통령은 퇴임 직전 훈장을 주며 칭찬했다.
바로 이 같은 독선 앞에 국민들은 진절머리를 낸 것이다. 그리고 이런 전 국민적인 `반(反) 노무현 정서'가 바로 “일단 바꾸고 보자”는 심리로 나타난 것이 이번 대선의 결과다. 따라서 여권에서는 어떤 누가 출마했어도 이 심리를 깰 수 없었으며 말 그대로 백약이 무효였다.
그만큼 이번 선거는 "정동영 대 이명박 싸움이 아니라 노무현 대 이명박의 싸움이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현 정부 심판론이 거의 전 국민적 집단의식이었다. 그러므로 이명박 후보의 의혹이라든지 그 의혹의 핵심인 `BBK 동영상' 공개도 이 집단의식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따라서 역사의 물줄기를 되돌린 제 1의 책임자는 현 대통령인 노무현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다음의 책임자는 바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국민들은 이미 현 정부의 오만과 독선에 대해 신물을 내고 있는데 단순히 선거만을 위해 잠시의 눈속임으로 세력의 이합집산만을 성공시키려 한 그는 국민들을 청맹과니로 본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바로 현 대통합민주신당을 만들어 낸 정당세탁 기획자요 주도자다. 심지어 멀쩡하게 있는 정당에 자신의 아들을 세작으로 심어 국회의원을 만들고, 자신의 필요에 따라 그 안에서 세력을 형성 탈당시키면서 신당의 정당세탁을 주도했다.
그러나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이 같은 정치공학적 이합집산은 국민적 감동을 주기는커녕 더욱 반 신당 정서를 부추기는 역할만을 했다. 창당 후 줄곧 지지율 10%대 초반을 맴돈 당 지지율을 봐도 이는 증명된다. 그리고 이같은 김 전 대통령의 오류로 인해 이제 집권당이 된 한나라당을 견제할 세력은 이회창 후보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새로 창당될 보수신당이 될지도 모른다.
세 번 째 책임자는 신당 정동영 대통령 후보이다. 정 후보는 지난 5월 자신이 창당주역으로 참여한 열린우리당을 탈당, 노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결별했다. 그리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주도로 세탁된 신당을 만드는데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이 신당은 도열당으로 불릴만큼 노무현 정부의 실정에 책임이 있는 열린우리당의 재창당에 불과했다.그리고 그 당의 후보가 되었다.
4년 전 그는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민주당을 와해시키면서 노무현과 함께했다. 노무현 정부 실정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당사자다. 이 때문에 그는 `왜 정권을 재창출해야 하는가‘와 ’왜 정동영인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없었다. 이는 전통적 지지그룹인 2030 세력만이 아니라 40대의 엘리트 그룹 이반과도 직결된다. 또 민노당으로 갈 수 없는 양심적 정통 진보세력의 이반도 그래서 나왔다.
즉 2030세력으로 지칭되는 개혁희구세력, 40대 엘리트 그룹, 양심적 정통 진보세력 등은 노무현 정부의 이라크 파병이나 한미FTA 협정체결 같은 비 개혁적 정책으로 이반했으며 김대중과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든 수도권의 호남세력은 대북송금 특검수용과 열린우리당의 창당으로 이반했다. 이처럼 역사의 진보를 바라는 전통적 지지층은 노무현과 정동영이란 상표로는 응집시킬 수 없었다. 이 때문에 결국 ‘반 한나라당’ ‘반 보수’ `반(反) 이명박', `반(反) 부패' 전선자체가 형성되지 않았다.
하지만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어떤 자연인 개인이 아니라 대통합민주신당이라는 정당과 그 세력이다. 이 세력을 만들고 또 이를 지지하는 세력들의 우둔함이요 오만함이요 더티함이다. 이들은 국민의 심정을 알지 못하고 국민의 마음을 얻으려 하지 않았다. 국민위에 군림하려 했으며 국민을 가르치려 들었다. 어떤 충고도 어떤 진언도 어떤 제안도 먹히지 않았다. 자신들에게 동참하지 않으면 수구세력이요 지역주의자로 몰았다. 자신들만이 선이고 자신들을 반대하면 악의 무리들이라고 몰아 부쳤다.
이제 이 정치세력은 철저하게 실패했다. 그리고 이 실패로 이들 세력은 회생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이번의 실패에 대한 철저한 회개만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번 선거는 말 그대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다. 이 준엄한 심판 앞에 무릎 꿇지 않는다면 이들에겐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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