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에 정권을 봉헌한 주인공은 노무현 정권의 핵심부를 구성한 친노세력이다. 허나 한나라당에 국가권력을 갖다 바치는 희대의 역사적 패륜범죄는 단독범, 즉 특정세력만의 소행으로 여기기 어렵다. 공범들까지 모조리 색출해 엄중한 정치적 단죄를 받도록 해야 옳다. 예컨대 노무현이 대연정을 제안하고 나왔을 때 각각 당대표와 원내대표로서 이를 적극적으로 고무ㆍ찬양한 문희상과 정세균 따위의 인간들 역시 안희정, 이광재, 유시민, 이해찬 못지않은 무거운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수구세력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는 기득권정당에 정권을 헌납하는 이적행위는 외세에 나라의 주권을 팔아먹는 매국노 짓거리와 똑같다.
바로 요 지점이 현재의 딜레마다. 노무현 정권의 원죄로부터 어느 누구도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중진의원의 총선 불출마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는 대통합민주신당의 초선의원들에게 묻겠다. 당신들은 노무현과 경상도 노빠들이 한나라당에 정권을 봉납하려고 광분할 적에 어디서 뭘 하고 있었나? 당신들도 청와대에서 노무현과 함께 싹스핀 처먹으면서 시시덕거리지 않았던가? 고생 끝, 행복 시작이라며. ‘민주화투자’가 마침내 대박을 터뜨렸다면서.
이래저래 계산하면 통합신당에 당적을 둔 현역 국회의원 전원이 당장 정계은퇴 선언문을 발표해야 정상이다. 하지만 불과 몇 달 사이에 이들의 빈자리를 채울 인재집단을 발굴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노릇이다. 따라서 우리는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청나라에 끌려갔다 돌아온 환향녀들에게 홍제천서 목욕만 하면 과거를 추궁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듯이, 노무현 정권이 튀긴 똥물로 더러워진 몸을 씻을 세제와 장소를 구여권 정치인들에게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정화의식만 무난히 통과한다면 잃어버린 국민들의 신뢰를 찾을 수 있는 작은 희망의 단초가 분명 마련될 게다. 의식을 치르는 데는 특별한 자격제한이 없다. 심지어 노무현조차도 본인이 원하기만 한다면 오만과 독선으로 불결해진 육체를 세척할 수가 있다.
정화의식의 절차는 간단하다. 질문에 짧게 대답하면 된다. 전형적 단답식 문답이다. 당신은 노무현 정권이 실패했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성공했다고 평가하는가? 노무현 정권은 실패한 정권이라고 답변하는 사람들한테는 국민의 신임을 다시 얻을 기회를 부여하는 거다. 반면, 노정권은 성공한 정권이라고 바락바락 우겨대는 부류는 더는 우리 편이 아니다. 한나라당으로 향하든, 창조한국당에 입당하든, 민주노동당으로 발길을 돌리든 그들의 거취는 그들 자신의 자유로운 선택에 맡기자.
양다리 걸치려는 기회주의자들이 필시 나타나리라. 노무현 정권은 잘한 것도 있고, 못한 것도 있고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설명 길어지는. 이 또한 무조건 아웃이다. 앞서 전제하지 않았던가? 서술형 문제가 아닌 단답형 문제라고, 기본적 문제형태마저 깨우치지 못한 작자들이 무슨 재주로 국민의 믿음을 회복할 수 있겠는가?
노무현 정권은 성공한 정권이라고 생떼를 부리는 잔존 친노세력은 보나마나 배신 운운하며 자기들의 정당성을 강변할 터, 저들에게는 이렇게 응수하는 걸로 충분하다. “배신자를 배신하는 건 배신이 아니다!” 민족을 배신한 이완용을 배신하는 행동은 항일독립운동에 결과적으로 기여했다. 경제정의를 배신한 삼성을 배신한 김용철 변호사를 진보진영에서는 배신자라 욕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다. 서민정권, 개혁정권의 염원을 품고서 노무현을 지지한 유권자들을 배신한 노무현을 배신하는 일이야말로 서민정권, 개혁정권의 불씨를 되살리는 길이다.
손학규건, 천정배건, 추미애건 신당의 구원투수로 등장할 인물은 소속의원들에게 단호하게 물어라. 노무현 정권은 실패한 정권인가? 성공한 정권인가? 전자로 대답하면 공천을 주고, 후자로 응답하면 지역구든 전국구든 일체의 공천에서 배제하라. 민주노동당서 주사파를 걸러내는 방법과 기준도 친노세력 솎아내기와 흡사하다. 김일성-김정일 체제는 실패한 체제인가? 성공한 체제인가? 성공이라 대답하는 족속들은 100프로 확실하게 종북주의자이며, 친북주의자들이다. 진보정당의 지붕 아래서 결코 한솥밥을 먹어서는 안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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