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보 및 독자의견
후원안내 정기구독 미디어워치샵

기타


배너

아직도 노무현 그늘 속의 진보언론

언론개혁은 진보로부터 시작해야 하는 시대


모조리 바꾸고 있는 이명박 정권의 인수위

최근 이명박 정권 인수위의 거침없는 행보 때문에 진보언론들이 울상이다. 금산분리, 출자총액폐지, 대입제도 대학자율화, 국정홍보처 폐지 등등, 노무현 정권이 자랑스레 내놓은 정책들에 거침없는 메스를 들이대고 있기 때문이다. 10년만에 보수세력으로 정권이 넘어갔으니, 거의 모든 정책이 바뀌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인수위의 역할이란 전임 정권 정책의 장단점을 가려, 차기 정권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수위에서 정했다고, 정권에서 그대로 이행되는 것도 아니다.

진보언론들은 노무현 정권의 인수위는 그렇지 않았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그때는 김대중 정권에서 연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한번 김대중 정권 인수위 때를 상기해보기 바란다. 그때는 IMF 국가 부도 위기 탓도 있지만, 무려 50년만의 정권교체이다 보니, 거의 전체 정책을 다 들어엎었다. 당시 김영삼 정권의 권영해 안기부장은, 배를 가르며 자해소동까지 했을 정도이다.

이명박 정권 인수위에서 바꾸겠다는 정책의 대부분은 입법이 필요한 부분들이다. 이는 총선의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과반 이상을 확보하지 못하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그런데 왜 진보언론들은 이토록 심각한 투정을 부리는 것일까?

바로, 현재의 신당의 전력 상으로 총선에서도 참패가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면 한나라당이 200석 이상 얻는 것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즉 진보언론의 두려움은 사실 얼마남지 않은 현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정책이란 인수위가 아니라, 집행부서와 국회가 입법 준비를 할 때부터 진지하게 논의하는 것이다. 인수위가 툭툭 던지는 정책 방향에 대해 모든 언론이 단합하여 검증하고 비판에 나설 필요까지 있는가. 특히 다른 언론들이 하지 않는다고, 어용이 되었다고 호들갑을 떠는 건, 그간 노무현 정권 때 진보언론의 행태와 비교하면 자가당착이다.

진보언론은 노무현 정권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필자가 진보언론들에게 묻고 싶은 것은 노무현 정권이 실패했다는 점을 인정하는가이다. 대선 이후, 이들의 편집방향을 보면, 이를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아주 단적으로 말하자면, 노무현 정권은 너무나 눈물나게 잘했는데, 단지 말을 좀 험하게 했고, 이를 보수언론이 악용해서 여론투쟁에 밀렸다고 분석하고 있다.

노무현 정권이 실패했다는 점은 이미 판명이 났다. 더 논쟁할 가치조차 없다. 그럼 대체 무엇을 잘못했는지 규명할 자신이나 있는가? 솔직히,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자마자, 180도로 돌아서는 방송과 관료들, 그리고 검찰을 진보언론들이 비판할 때마다, 정말로 딱할 지경이다. 어떻게 이런 사람들이 그간 언론개혁 운동과 민주화운동을 해왔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패거리들 술자리에서나 통용되는 언어가 아니라, 독립된 독자들이 인정할 만한 언어를 써야 할 것 아닌가.

노무현 정권의 실패는 바로 지금 진보언론들이 비판하는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이미 수차례 이야기했다. 노무현 정권은 방송, 관료, 검찰 등 공권력을 제도적으로 개혁하여 독립화하는 대신, 자신들과 친한 사람들을 앉혀, 권력 투쟁의 도구로 활용했다. 진보언론들은 노무현 정권과 친한 사람이 인사에 오를 때마다, 개혁인사라 포장하기 바빴지, 단 한 번도 “제도 개혁을 하지 않고, 친한 사람 앉히는 건 개혁이 아니다”라고 비판한 바 없다.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데도, 진보언론들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자리 지키기 선동이나 하고 있으니, 대체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KBS가 완전히 친 이명박 정권으로 돌아섰는데도, 정연주 하나 지키면, 그게 KBS 독립이라 주장하는 한심한 수준의 담론으로 어떻게 이명박 정권 하에서 견제 역할을 하겠단 말인가. 가상이지만, 만약 KBS <미디어 포커스>에서 노무현 정권 당시, 정권 비판을 하지 않고, 실정을 호도해온 진보언론들의 어용적 행태에 대해, 정권 출범 기념으로 특집을 다뤄버리면 어떻게 되는 건가. 그간 독립되어왔다고 예찬해온 KBS를 비판할 건가, 아니면 왜 다 지난 과거를 끄집어내느냐고 기획을 문제삼을 건가.

진보언론들은 보수언론이 인수위의 정책 발표를 그대로 받아쓰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전혀 정책검증을 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금 인수위의 정책은 그간 보수언론들이 줄기차게 노무현 정권 당시 비판한 정책의 반대로 가고 있다. 보수언론 입장에서는 이미 정책검증은 다 끝냈다. 다 끝냈으니까, 이를 빨리 추진하는 이명박 정권의 인수위 발표를 스트레이트로 보도하면 되는 것 아닌가. 말이야 바른 말이지, 노무현 정권 당시 사사건건 비판하는 보수언론에 대해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비판해댄 쪽도 진보언론이다. 그 논리대로라면 현재 진보언론은 이명박 정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지금 진보언론이 해야할 것들은 그간 자기들 편이었는데, 정권 바뀌니 돌아서는 방송, 검찰, 관료들에 투정을 부리는 것이 아니다. 또한 이미 보수세력 전체가 검증을 끝내버린 인수위의 정책 발표를 보수언론이 비판하지 않는다고 생떼를 쓰는 것도 아니다.

미디어시장 죽여놓은 노무현의 언론정책마저 예찬하는 진보언론

오히려 그간 자신들이 진리라 믿고 있었던 노무현 정권의 정책의 허점을 보수언론보다 더 빨리 잡아내어, 그들보다 한두 발짝 더 앞서 나가야 한다. 나중에 자세히 언급하겠지만, 대표적인 실정이 신문법 등 노무현 정권의 언론정책이다. 이 분야에 대해서는 보수언론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바꿔서는 노무현 정권이 절반 이상 죽여놓은 미디어 시장을 살려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언론들은 노무현 정권이 올드미디어를 죽이기 위해 만든 신문법이라는 유령을 붙잡고 제발 없애지 말아달라 하소연하고 있다. 답답해도 이만 저만 답답한 게 아니다.

이명박 정권 인수위의 거침없는 행보의 원동력은 국민 대다수가 노무현 정권의 정책이 실패했으니 이를 바꿔달라 동의했다는 대선 결과에서 나오고 있다. 물론 금산분리와 출총제 완화 등에 대해서, 정말로 이것이 정책화되었을 때, 어떤 부작용이 초래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이런 문제들을 짚어내기 위해서라도, 누가 봐도 잘못된 노무현 정권의 정책에 대해서는 보수언론보다 더 먼저 바꾸라는 주장은 할 수 없는 것인가.

이미 친정권 어용으로 찍혀버린 KBS에 대해서 사장 임명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자는 말은 죽었다 깨도 할 수 없단 말인가. 그냥 끝까지 자기들과 친한 사람들이 앉으면 그게 개혁이라는 말을 반복할 것인가. 지금 진보언론들이 두들겨 패고 있는 소신없는 공무원들을 위해 만들었다는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은 어떡할 것인가.

이렇게 너무나 상식적인 문제를 제외하고, 전시작적권 이양 연기, 통일부 존폐 등등 근간의 문제들까지 합치면 한도 끝도 없다. 진보언론들은 노무현 정권의 심판 이후에도, 노무현 정권의 정책을 결사적으로 옹호하고 있다. 자신들이 그간 진리라 믿고 있던 것들이 정책화되었을 때, 탄력적이고 유연하게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생각지 못하고 있다.

진보언론이 노무현 정권을 망쳤다

진보언론들보다 오히려 신당과 민주당 등 정치권이 훨씬 더 여론에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는 느낌이다. 신당이 손학규를 내세우겠다는 것은 실패한 노무현 정권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신민주포럼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은, 기존의 안일한 기득권을 버리겠다는 뜻이다. 참고로 아직까지 김대중씨와 재야원로들의 정치개입 문제 하나 강력히 경고하고 비판하는 진보언론 하나 없었다.

김영삼 정권 이전까지의 진보언론은 평생 야당지 역할만 해왔다. 그냥 정권의 정책을 비판만 하면 되었다. 그러나 진보언론은 여당지를 경험했다. 그 만큼 성숙해야 하고, 바꾸는 데에만 정신없는 보수세력에 대해, 훈수와 조언을 하며, 양쪽의 가치를 다 아우를 준비를 해야한다.

꼭 진보 가치만 고집하겠다 해도, 노정권과 이명박 정권 양쪽 모두 잘못하고 있는 것들은 수두룩하다. 왜 이게 진보언론의 눈에는 전혀 보이지 않는 걸까? 보수언론도 마찬가지라고? 지금까지의 보수언론의 성향을 보면, 이명박 정권의 인기가 떨어지는 순간 상업적 목적 때문이라도 상식적인 비판은 할 것이다.

지금 문제가 되는 건, 완전히 버림받은 노무현 정권의 정책까지도 좋은 거라 끝까지 우겨대는 진보언론의 아둔함과 패거리의식이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진보언론의 행태 때문에, 결국 노무현 정권은 실패했고, 안타깝지만 총선에서도 별 가망성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언론개혁이 정치개혁을 이끈다는 것은 이제 보수와 함께 진보영역에서도 통용되는 세상이 되었다. / 변희재



배너

배너

배너

미디어워치 일시후원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현대사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