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과 유시민의 연쇄탈당은 노무현의 정치재개를 예고하는 신호탄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입에서는 태안 앞바다의 옆구리 터진 유조선처럼 온갖 막말과 독설이 콸콸 쏟아지고 있다. 손학규를 위시한 구여권 인사들은 노무현이 토해낸 시커먼 기름덩어리를 닦아내기에 분주하다.
오마이뉴스의 노빠 비즈니스에는 불가피한 측면이 존재한다. 다들 관찰한 바이겠으나 최근의 오마이뉴스 홈페이지에는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 외부광고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대신에 오마이뉴스 자체광고의 비중이 현격하게 늘었다. 이게 바로 ‘권력이동’이다. 노무현과 짝을 이뤄 끊임없는 오판을 범한 결과로 이명박에게 정권을 헌납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셈이다. 타사광고가 대폭 떨어져나간 지금, 의지할 데라곤 오로지 트래픽뿐이다. 좀비가 돼버린 노무현이 오마이뉴스 기사에서만은 왕성한 생명력을 과시하는 근본배경이다.
손학규와 노무현이 한바탕 붙었다. 오마이뉴스의 보도를 인용하면 그렇다. 진실은 손학규가 노무현이 볼일보고 도망간 자리의 뒤처리를 하는 거지만. 허나 일단은 오마이뉴스의 논조에 의거하겠다.
손학규와 노무현의 격돌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정부조직 개편안으로부터 비롯됐다. 참여정부의 대표적 치적으로 일컬어지는 정부혁신이 도루묵이 될 상황임에도 손학규가 한나라당과 조선일보의 편만 든다는 것이 노무현의 푸념이다. 노무현의 푸념이 모조리 옳다고 치자. 그래도 한 가지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청계 이명박 선생한테 국가권력을 봉헌한 당사자는 손학규가 아니라 노무현이라는.
노무현 정권의 업적으로 손꼽히는 정부혁신 작업의 구체적 성과물이 뭔지를 국민은 모른다. 국민들이 아는 건 노무현이 공무원들에게 이른바 ‘훈남’이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동사무소 근무자들이 사용하는 모니터가 단연 “후졌다.” 노무현이 나라를 다스린 지난 5년 동안 사태가 일변했다. 동사무소란 명칭이 주민센터로 변경됨과 동시에 거기서 쓰는 컴퓨터 모니터들이 동급 최강으로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유수의 재벌회사조차도 모든 임직원에게 최신기종의 LCD 모니터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노무현이 훈훈한 남자임은 상징적 표현 차원에만 머물지 않는다. 국민원로는 사무실에서 꽤 애를 먹었다. 전기난로를 켜고 끄기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마음 같아선 왕창 온도를 올리고 싶지만 비싼 전기요금을 생각하니 도저히 그럴 수가 없다.
하여 개나 소나 공무원이 되고 싶어 안달하는 모양이다. 직원들이 각자 발밑에 전기스토브 하나씩 끼고 앉은 모습은 낯익은 관공서 풍경이다. 민간기업의 경우에는 몇 대 되지 않는 전기히터를 서로 먼저 쓰겠다고 다투기 일쑤다. 상사 예우하고, 여직원 배려하고, 손님에게 가져다주고, 이러저러 하다보면 열기를 쐬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비용절감의 필요성 탓에 맘껏 가동하지도 못한다. 위정자들의 에너지 절약 솔선수범이 절실한 시점이다. 노무현이 청와대에서 물러난 다음 지구온난화 방지 캠페인을 겸해 전직 대통령 사저들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조사하면 어떨까?
노무현은 확실히 훈남이었다. 전깃값을 못내 단전된 저소득층 가구가 수만 세대고, 촛불 켜놓고 잠들었다가 화재로 숨졌다는 비극적 뉴스가 심심치 않게 들림에도 대한민국 공직자들은 아무런 걱정 없이 한겨울에 펑펑 전기를 써댄다. 여름에는 제일 시원하고, 겨울에는 가장 따뜻한 곳이 공공기관인 이유다. 영남 B급 정권 치하의 공직사회에서는 영혼보다는 전기가 훨씬 중요하다.
노무현 타운이 조성된 봉하마을에 도시가스가 대도시 못지않게 쌩쌩하게 들어가게 됐다는 소식이다. 일반적 기준으로는 봉하마을은 가스공사에서 도시가스 설비공사를 해주지 않는 지역이란다. 그럼에도 도시가스가 공급된단다. 앞으로 김해 봉하마을은 경남 합천에 버금가는 특이한 동네로 대중에게 인식되리라. 공무원과 고향사람들만큼은 절대 추위를 타지 않게끔 세심하게 돌봐주시는 단군 이래 최고의 성군이신 우리 노짱님, 과연 훈남이긴 훈남이다. 덕분에 서민들만 스팀 팍팍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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