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민주당의 이승희 의원이 박재승 공심위원장을 정면 비판하는 글을 보내왔습니다. 이승희 의원은 통합민주당에 공천을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민주당을 사랑하는 당원 동지여러분. 18대 총선을 앞둔 공천과정에 대한 언론보도를 보고 희망과 불안함, 분노의 감정이 교차 하실 것입니다. 저도 공천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은 현역의원으로써 누구보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감히 한 말씀 드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천(公薦)은 말 그대로 공개 추천을 하는 행위입니다. 공개낙천(公開落薦)으로 특정인을 정치적으로나 인격적으로 매장시키는 행위가 아닙니다.
공천은 특정정당이 정강과 당헌에 부합되는 정치적 신념을 가진 분들을 합리적이고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그중에 나은 분을 선정하고, 국민에게 “이분이 해당 지역에서 당을 대표하여 국가를 운영하는데 손색이 없는 분입니다.” 라고 공개적으로 천명하는 행위입니다.
그런데 지금 진행되고 있는 공천심사위원회의 활동은 궤도를 많이 이탈해 있습니다.
첫째, 법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250만원이라는 액수의 돈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통합민주당은 공천신청을 받을 때 심사비의 명목으로 100만원, 특별당비로 150만원을 신청자에게 요구 했습니다. 또한 구비서류를 완성하는데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적어도 이정도의 돈과 시간을 필요로 하는 공천신청은 사전에 대단히 구체적이고 자세한 자격조건이 공시되어야 합니다. 이는 법률이전에 상식의 영역입니다.
그런데 통합민주당은 신청서와 돈을 수수한 이후에 자격요건을 설정했습니다. 그리고 공천에서 제외 했습니다. 이는 세간의 용어로 사기행위에 해당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저는 그러한 방식으로 공천에서 제외된 분들과 오히려 소원한 관계에 있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국민들의 대다수가 그분들의 공천 제외를 긍정적으로 바라봅니다. 저 또한 그러한 국민의 하나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은 법입니다.” 대한민국 제1당의 가장 중요한 업무인 총선 공천심사가 사전에 명확하고 세부적인 자격요건을 공시하지 않고 신청서와 돈을 받아놓고, 그 후에 새로운 진입장벽을 설정하여 진행한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많은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시차적으로 소급입법에 해당합니다.
둘째, 당원의 권리를 침해 합니다.
대한민국은 정당정치를 지향합니다. 따라서 국민의 세금으로 정당을 지원합니다. 뿐만 아니라 당원은 시간과 당비라는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면서 당에 대한 의무를 다하고 이에 따른 당원으로서의 권리를 갖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현행 법체계는 의석수에 비례하여 정당을 지원합니다. 따라서 총선에서 공천권 행사는 가장 중요한 당원의 권리입니다.
상식이지만, 정당은 물리적 시간부족이나 절차의 간소화를 위해 당원의 권리를 전당대회, 중앙위원회, 최고회의 등으로 위임하여 처리하는 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공천을 확정하는 권리는 당헌에 규정되어있는 수임기구가 행사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합니다.
그러나 통합민주당의 공천권 행사는 이러한 원칙에 크게 벗어나 있습니다. 수임기구인 최고회의에서 공천심사위원회에 권한을 위임했다고 주장할 수 있으나 이는 상식에 반하고, 정당법의 기본 정신에 크게 이탈됩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당원의 권리가 포기된다면 누가 경제적 손실을 감내하고 정당 활동을 할 것이며, 또 국가는 국민의 혈세에서 정당에 막대한 지원을 왜 하겠습니까? 이는 곧 정당정치의 포기이며, 정당 스스로 자기 존재를 부정하는 것 입니다.
외부공천심사위원 중에는 저와 특별한 인연을 가진 분도 계시고 모두 훌륭한 분들입니다. 그러나 그분들은 정당 활동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물론, 객관적인 식견을 통해 국민여론의 수렴하는 절차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것은 조언에 그쳐야지 판단 전체를 그분들께 지우는 것은 당의 수임기구를 구성하는 분들의 자기역할의 부정입니다. 웃지 못 할 일은 외부공천심사위원이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공천심사위원회에서 또다시 배심원제를 채택하여 의견을 듣고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 방식이 수임기구가 외부공천심사위원에게 기대하는 역할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당원으로부터 위임받은 역할을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물러나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수임기구를 구성하게 하는 것이 그나마 마지막 남아있는 역할 일 것입니다.
셋째, 외부공천심사위원들의 정치적 가치판단이 객관적이지 않습니다.
사실을 왜곡 없이 객관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는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더욱이 이 점을 집단으로 확대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합니다. 이는 미국의 배심제도를 들여다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정인의 인식이나 판단을 깊이 파악하기는 사실상 불가능 할지 모릅니다. 때문에 특정인의 삶의 행로로 그 사람을 판단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 기준에서 보면 적어도 대한민국 국민 전체의 입장에서 외부공천심사위원들의 다수는 객관적인 정치적 가치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일예로 보도를 통해 흘러나오는 내용을 보면, 위원장은 연일 당의 정체성에 반하는 인사에 대한 공천을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 분이 내세우는 기준은 이라크파병 찬성자,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자들입니다. 이러한 기준은 과거 열린 우리당이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은 모험주의적 노선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위원장이 당의 정체성이라 규정하는 부분이, 당내에서 단 한 번도 논의된 바 없다는 것입니다. 열린우리당이나 구 민주당에서 당원 활동을 단 한 번도 해본 적도 없는 분이 갑작스럽게 당의 정체성을 자의적으로 정하며, 이를 기준으로 공천심사를 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우려 할 사태입니다.
이러한 방식이라면 소수를 결집시킬 수 있을지 모르나 전국정당, 국민정당, 중도노선은 요원한 꿈일 뿐입니다. 그 결과로 총선에서도 참패를 면치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당의 조처를 촉구합니다.
2008년 3월 11일
민주당 국회의원 이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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