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 끝은 없는 거야. 지금 순간만 있는 거야. 난 주인공인 거야. 세상이라는 무대 위에~” 원조 꽃미남 가수 김원준이 불렀던 히트곡 ‘쇼(Show)'의 가사는 이렇게 시작된다. 가사를 조금 바꾸는 것이 노래의 의미를 보다 명징하게 만들 듯싶다. “세상이라는 무대 위에 난 주인공인 거야. 쇼, 끝은 없는 거야!”라고.
국민원로는 어제 한겨레신문 편집국에 전화를 걸 뻔했다.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욕을 무더기로 해주고 싶었다. “개돼지만도 못한 새끼줄들”이라고. 한겨레의 강남좌파 행각이 날이 갈수록 도를 넘는 분위기다. 스타벅스에서 고급 원두카피 마시면서 ‘체 게바라 평전’을 읽는 된장진보들의 전형적 행태 말이다. 이번 주 한겨레신문은 강남좌파와 된장진보의 발전사에 새로운 금자탑을 쌓았다. 칼럼을 통해서는 광우병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쇠고기 시장 개방을 다그치는 미국정부와 여기에 짝짜꿍하는 한국당국을 질타했다. 홈페이지 대문화면에는 한가하게 자전가를 타고 있는 노무현의 행복한 근황을 큼지막하게 배치했다.
싸우면서 닮아간다고 한겨레신문 편집국 간부들의 기억용량도 정확히 2MB인 모양이다. 한미자유무역 협정을 밀어붙이기 위해 국민들의 식품안전을 희생시켜 미국에 쇠고기 시장을 퍼준 당사자가 노무현 정권임을 까먹지 않고서야 노무현을 노골적으로 빨아주는 사진을 떡 하니 실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론은 한 가지뿐이다. 한겨레신문은 대한민국 서민대중의 복리와 소위 영남 민주화세력의 정치적 이해관계 사이에서 후자를 선택했다고. 경상도 인맥이 데스크를 장악하는 현상이 조중동만의 전유물은 아닌 듯싶다. 노무현이 한겨레신문의 정연주를 KBS 한국방송 사장에 들어앉힌 이유가 이제는 뚜렷해졌다. “우리가 남이가?”
노무현도 쇼를 하고 한겨레도 쇼를 한다. 이명박과 부자신문들 역시 쇼를 한다.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에게는 쇼의 자유가 있음은 물론이다. 한데 노무현도, 한겨레도, 이명박도, 조중동도 저희들은 맘껏 쇼의 자유를 만끽하면서도 남들이 쇼를 할라치면 눈에 쌍심지를 켜고 시비하기 일쑤다. 진정성 타령을 전가의 보도로 휘두르며.
한겨레신문과 영남친노세력한테서, 이명박과 수구기득권 언론사들로부터 쇼와 관련해 가장 많이 욕을 먹는 사람은 당연히 정동영이다. 17대 총선에서 그가 동작을 선거구에 도전하기로 발표하자마자 그들은 일치단결해 쇼하지 말라며 정동영을 비난했다. 문제는 정동영이 그곳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어도 보나마나 저들은 그를 쇼한다고 음해했으리라는 점이다.
이래도 욕먹고 저래도 욕먹을 거면 정말 신명나게 쇼판을 펼치고 매도당하는 것이 오히려 낫지 않을까? 성희롱적 발언임을 무릅쓰고 이야기하자면 맞아도 따귀 맞고, 안 만져도 따귀를 맞을 바에야 차라리 만지고 따귀를 맞으라는 뜻이다. 그럼 적어도 여한은 남지 않을 테니. 참고로 누구는 실제로, 그것도 막강한 공중파 방송국의 베테랑 정치부 여기자를 상대로 파렴치한 성희롱을 저질러도 그냥 무사통과더라. 이토록 이중 잣대가 사회적으로 판을 치니 새파란 20대 애들이 돈만 많으면 장땡이라는 싹수 노란 믿음을 품고서 벌써부터 옆구리에 재테크 서적이나 끼고 다니지.
정동영이 또다시 미국유학을 떠난다는 소식이다. 시간낭비도 유분수다. 정동영은 미국을 몰라서 대선과 총선에서 연거푸 미역국을 들이킨 게 아니다. 그는 한국사회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여전히 모자란 상태다. 미국에 가서 뭐하게? 이재오하고 어울려서 고도리 치려고. 유학 핑계로 해외에서 국내눈치 요리조리 살피며 권토중래 모색하는 정치권 인사들의 낡고 못된 버릇은 이참에 확실하게 종식돼야 마땅하다.
정동영의 미국행은 쇼한다고 욕을 먹는 것에 비해서는 기대효과가 전무하다시피다. 방금 얘기하지 않았던가? 어차피 쇼할 요량이면 영양가 있고 시끌벅적하게 하라고. 노무현이 부산 공터에 세 명 모아놓고 선거유세 벌인 일도 알고 보면 완벽한 쇼였다. 구경나온 유권자는 셋이었지만 그가 내심 염두에 둔 관객은 썰렁한 선거유세장을 보고 분노할 전국의 수백, 수천만 유권자들이었다. 부산 유세장의 세 명의 유권자 또한 노무현의 정치쇼에 얼떨결에 노 개런티로 우정출연한 셈이었다. 쇼는 대박을 터뜨렸고, 덕분에 노무현은 본인의 능력으로 감당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버거운 직책인 대통령이 되었다.
The Show Must Succeed! 쇼는 계속돼야, 아니 성공해야 한다. 정동영은 쇼를 해서 매를 번 게 아니었다. 실패할 레퍼토리의 쇼들만 골라서 공연하다가 핀잔을 샀다. 새롭고 참신한 쇼를 기획하라고 정도영에게 주문하는 바이다. 민생탐방의 테마는 동일하되 구성과 연출을 확 뜯어고치라는 소리다. 미국유학? 망해도 엄청 망하는 쇼다. 그리고 솔직히 묻겠다. 지금 심정으로 책의 글자들이 눈에 들어오겠나? 분하고 억울한 마음에 가슴이 터질 것 같은데.
적이 과거에 써먹은 쇼를 리바이벌하는 게 때로는 상책이다. 벤치마킹 대상은 야동탄압을 야당탄압으로 둔갑시키려 수작했던 박계동이다. 박계동은 택시운전을 한 야인 시절의 독특한 경력을 발판으로 권토중래를 이뤘다. 정동영은 이를 리메이크하기 바란다. 역경도 극복하면서 국민과의 거리도 좁힐 수 있는 이벤트 무대를 마련해라.
나도 못하면서 남에게 하라고 권하려니 사실 쑥스럽긴 하다. 국민원로가 정동영에게 권유하는 시놉시스는 아주 간단하다. 취직을 하라는 거다. 엄밀하게는 취직을 시도하라는 의미다. 한때 잘 나가다가, 근무하던 회사에서 정리해고되거나 명예퇴직한 또래의 중년가장들처럼 요즘 유행하는 말대로 인생의 이모작을 도모하는 전략이다.
생각해보라. 집권여당의 당의장이었고, 통일부 장관이었고, 정권의 2인자였고, 여권의 대통령 후보였던 인물이 평범한 실직자들처럼 직장을 구하고자 이력서 들고서 사방팔방 부지런하게 뛰어다니는 광경을. 험난한 구직과정에서 정동영은 민심이 자기를 버린 진짜 이유를 명확히 발견할 수 있을 게다. 그렇지 않은가? 정동영 같은 거물급 정치인마저 취업이 안 되는 지경이니, 대한민국의 일반서민들은 일자리 얻기가 얼마나 어렵고 힘들겠는가?
진보개혁진영의 일원임을 자처하는 정치인들은 서민경제를 되살리는 문제에 관해서는 아직도 추상적 해법만을 제시한다. 구체적 정책은 좀체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 원인은 명백하다. 간절하지 않은 탓이다. 간절해야만 구체성을 띤다. 정동영이 진심으로 간절하게 취직자리를 뚫으려고 열심히 노력하다보면 민생대책만큼은 저절로 구체적이 된다. 간절한 것은 구체적이며, 구체적인 건 간절하다.
만약 정동영이 취직이 된다면 유학을 가기로 계획한 기간만큼 성실하게 직장생활에 전념해야 옳다. 이왕이면 현대그룹 계열사의 문도 두드려보라. 거기서 상사가 던진 결재서류 뭉치에 얼굴 몇 번 맞으면 왜 정몽준한테 졌는지 깨달으리라. 장기외유! 정동영 나이대의 소시민들은 꿈도 꾸지 못할 사치다. 정동영은 삶의 양식부터 낮출 필요가 있다. 정적들이 쇼라고 폄하하건 말건 무조건 눈높이를 서민대중에게 맞춰야 한다. 그게 수많은 부하직원들 거느리고 거들먹거리는 정몽준과, 한나라당에 정권 봉헌하고서도 천연덕스럽게 웰빙을 즐기고 있는 노무현으로부터 정동영 스스로를 본질적으로 차별화하는 빠르고 유일한 길이리라.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