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심인성 기자 = 이명박 대통령과 대기업 회장단 및 주요 경제단체장들은 28일 새 정부들어 처음으로 청와대에서 집단회동을 갖고 투자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대책을 논의했다.
제1차 `투자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민관합동회의'로 명명된 이날 회의에서 대기업 회장들은 기업활동의 애로점 등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정부 차원의 지원을 요청했으며, 이 대통령은 경제 살리기를 위한 규제혁파 의지를 거듭 설파하면서 기업의 투자확대를 당부했다.
다음은 재계 주요 총수들의 주요 발언을 정리한 것이다.
▲현대차 정몽구 회장 = 한미FTA(자유무역협정)를 조속히 타결해 주시길 바란다. 현대차는 친환경 하이브리드카를 2008년 하반기 양산 목표로 생산 중이고 비메모리 분야 등 역량있는 벤처업체를 발굴해 지원할 예정이다. 신기술 개발 투자에 있어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데 최선 다하겠다.
▲구본무 LG그룹 회장 = 글로벌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다 보니 기술력 있는 협력업체의 중요성을 새삼 느낀다. 휴대전화나 첨단가전, LCD 등에서 수입품과 장비의 상당 부분을 사용하는데 이러한 부분이 국산화 된다면 로열티 감소, 원가 경쟁력 강화, 국가기반 구축 등에 도움이 될 것 같다.
경쟁력 있는 협력업체의 육성을 위해 국책 연구기관이 개발한 첨단기술을 협력업체에 이전하고 이러한 기술이 제품화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해 주길 바란다. 연구개발, 교육 등과 관련된 자금 및 세제지원 확대를 요청한다. 지주회사에서 첨단기술 확보 차원에서 벤처 등에 투자하려면 벤처투자가 금융기관 등으로 분류돼 하지 못하고 있는데 고려해 주시길 바란다.
▲SK 최태원 회장 = 에너지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 가격상승에 직접 대응할 방법이 부족하다. 산유국 및 자원 보유국과 함께 비즈니스 모델을 창조하고, 이를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재투자하는 순환투자가 필요하다. 단순한 자원개발보다는 그 나라가 필요로 하는 산업이나 인프라를 패키지로 제공하면 그 수익이 우리나라로 유입될 수 있다.
이는 민간 만으로는 불가능하고 정부의 외교비즈니스 역량이 결합돼야 한다. 또 하나 우리가 IT강국으로 알려졌는데 4-5년간 국제사회에서 경쟁력이 악화되고 있다. 정보통신 영역간 융합을 가로막는 규제장벽이 없어져야 한다. 특히 방송과 통신 융합 모델이라든가 그 외 콘텐츠, 즉 우리가 한류를 성공적으로 진출시켰지만 그를 뒷받침할 플랫폼, 단말기 네트워크로 퍼져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 = 경제 살리기에 애쓰고 있는 이때 불미스런 일 있어서 죄송스럽다. 경영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 다하겠다. 세계 경제가 불안하고 경영 여건이 좋지 않지만 삼성그룹에서 과감한 투자와 고용을 추진하도록 하겠다. 대통령이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우리 사회에는 반기업 정서가 너무 강하다. 기업에서도 노력하겠지만 정부에서도 반기업 정서를 해소하는데 인식 같이 하고 많이 도와 주셨으면 한다. 반기업 정서가 해소되면 규제개혁이나 다른 것 못지 않게 기업 투자가 활성화된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 출자총액제한제도가 폐지됨으로써 상대적으로 지주회사에 들어있는 기업들은 출자총액에 대해 상당히 많은 제한이 살아있다. 증손회사 허용에 대해서 30%까지는 허용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조건부 허용이다. 지주회사로 돼 있는 경우 본인이 지주회사로 가든지 대기업 집단으로 가든지 선택하도록 해 달라.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 어려운 지방경제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특히 미분양 아파트 등으로 인해 지방에서는 건설업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건설업이 어렵다. 경제발전을 위해 의료, 교육, 관광 특히 지식기반 서비스가 중요하다. 작년 지식경제부와 협의해 14개 전문 서비스 협회를 주축으로 해 지식전문서비스협의체 구성해 일하고 있다.
▲유창무 무역협회 상근부회장 = 무역수지가 흑자를 내면서 서비스수지 적자를 메워왔는데 최근 무역수지마저도 적자가 4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무역수지 악화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에너지 절약과 관련해 서머타임제 도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중 일본과 아이슬란드 우리나라만 제외하고 모두 서머타임제를 실시하고 있다. 서머타임제가 실시되면 에너지 절약이 0.3% 정도 효과가 있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 저희 동부는 메모리 시장의 5배인 비메모리 산업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 3년동안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는데 첨단지식산업 이런 것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투자도 크고 글로벌 우수 인력을 필요로 한다. 지난 수년 동안 경험했는데 가장 큰 애로가 한국의 은행들이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할 수 없이 자기 자산을 투자해 사업하고 있다. 정말 정부의 지원이 절실한데 WTO(세계무역기구) 때문에 직접 투자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식기반산업이나 벤처산업, 정부가 정한 신성장동력 산업 이런 분야에는 과거 정부의 수출보험공사처럼 투자보험공사를 정부 주도로 설립했으면 좋겠다.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 = 정부의 입찰제도와 공동도급제 등 정부 계약제도는 근본적인 기술발전을 저해하는 측면이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 해외 건설산업이 최근 붐을 이루고 있는데 70,80년대의 방식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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