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일 대책회의..정책 재점검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이율 박대한 기자 = 4월 소비자 물가가 우려했던 대로 3년8개월만에 4%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제 유가나 금(金)과 같은 주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데서 비롯된 것이긴 하지만 경제성장과 물가안정, 일자리창출 등을 모두 해내야 하는 정부로서는 더욱 힘든 상황이 됐다.
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주에 하려던 물가안정대책회의를 2일 오후 긴급 소집,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라고 뾰족한 대책을 만들어 내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물가가 급등하면 소비가 위축되면서 임금 상승 압력이 커지고 이는 생산에 영향을 미쳐 경제 전반의 악순환을 부를 수 있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도 부정적으로 작용, 경기하강을 막기위한 금리인하가 불발에 그칠 수도 있다. 물가 급등은 살림살이가 빠듯한 서민들에겐 직격탄이다.
◇ 3년8개월만에 4%대..MB물가 5.88% 상승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4.1%는 지난 2004년 8월 이후 3년8개월만에 기록하는 4%대다.
급등하는 물가를 잡기위해 정부는 대책반까지 만들고 대통령 특별지시로 52개 주요 생필품 물가를 집중 관리하는 등 애를 썼지만 별 효과없이 부산만 떤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물가 급등세가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 곡물가 폭등 등에 따른 것이어서 정부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 것 아니냐는 분석도 하고 있다.
정부가 집중 관리하고 있는 생필품 52개 품목의 가격은 작년 같은 달에 비해서는 41개, 전월에 비해서는 30개가 상승했다.
주요 생필품 52개 품목으로 구성된 이른바 'MB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5.88% 상승했다. 이는 3월의 5.78%에서 1%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또 가중치가 크지만 변동이 심하지 않은 주거비(전세.월세)를 제외한 50개 품목으로 계산한 '피부물가지수'도 6.82% 급등해 3월의 6.72%보다 높았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하고 산출하는 이른바 근원물가지수의 경우 3.5%가 상승해 6년4개월만에 최고 상승폭을 기록했다.
◇ 정부 물가대책 재점검..2일 TF 개최
정부는 지난 3월 말 물가안정대책을 발표하면서 실행 시점을 감안할 때 4월부터는 대책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으나 오히려 물가 상승폭이 더 커지자 대책을 재점검하고 있다.
매달 소비자물가동향 발표 후 개최하는 서민생활안정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연휴 직후인 6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물가 상승률이 4%가 넘는 것으로 나타나자 2일 오후로 앞당겼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 확대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52개 생필품 품목의 물가를 관리한다고 해 놓고 실제로는 제대로 안 되고 있다"며 강한 어조로 질타했다. 이 대통령은 "마늘 값이 40% 이상 올랐는데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물가를 관리한다고 발표만 해 놓고 관리는 안하느냐"고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번 회의에서 품목별로 가격이 오른 원인을 찾고 그 대책을 마련하다는 계획이지만 아직까지 물가를 잡을만한 묘책은 없어보인다.
기존에 부처별로 내놓았던 매점매석 단속, 학원의 편법적인 강습료 올리기 조사, 공공기관에 대한 공공서비스 요금 인상 자제 당부 등을 다시 점검하고 품목별로 대외개방이나 관련 규제개혁 등으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찾아본다는 계획이다.
또 정부가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에너지절약 등에 나서는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아울러 화장품과 샴푸 등 수입품 시장과 관련해 경쟁제한적 요인이 있는 지 등을 살펴보고 미시대책도 마련할 예정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수입품 시장의 경우 병행수입을 통해 경쟁확대적인 구조가 구축돼야 하는데 이를 제약하는 요인이 있는지 들여다볼 것"이라며 "공공기관의 에너지절약대책도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재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예를 들어 4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돼지고기의 가격이 많이 올랐는데 정부가 가격 및 수급 통제에 나서는 것은 어렵지 않느냐"면서 "기존 대책의 추진상황을 점검하고, 혹 정부가 추가로 취할 수 있는 대책이 무엇이 있는지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 성장-물가 우선 논란 재연
성장이 우선이냐, 물가안정이 우선이냐는 논란은 이번 물가지수가 발표된 뒤 더욱 가열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무리한 경기부양은 물가상승을 촉진시킬 수 있는만큼 지양해야 한다는 주장이고 또다른 측에서는 물가만 상황이 안좋은 것은 아니므로 빨리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도록 일관성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물가를 우선시하는 전문가들은 근원물가지수가 6년4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할 정도로 높은 것은 물가상승 압력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물가불안이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임경묵 연구위원은 "농산물과 원자재 가격 등 변동폭이 큰 품목을 제외한 근원물가지수가 3.5%나 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근원물가는 한 번 올라가면 안떨어지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쉽게 진정되지 않고 하반기에 더 오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임금협상이 난항을 겪고, 저소득층은 살기가 무척 힘들 것으로 보이며, 부동산 등 실물자산 가격이 뒤따라 오를까 걱정"이라며 "내수부양보다는 안정에 초점을 둘 때"라고 강조했다.
LG경제연구원 송태정 연구위원도 "물가상승세가 생각했던 것보다 가파르다"라며 "환율을 계속 높게 가져가고 내수부양책 마저 쓰면 당초 물가가 다소 진정될 것으로 예상했던 하반기에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비해 성장을 중요시하게 보는 전문가들은 경기 하강이 더 큰 문제인 만큼 내수경기를 살리기 위한 대책도 써야한다고 주장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주 원 연구위원은 "내수경기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내수가 금방 살아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물가에 크게 영향이 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감세 정책들, 기업투자 활성화 정책 등은 빨리 추진해야 하반기에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satw@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