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권력을 추구해온 미디어다음
폭력 촛불시위 당시 미디어다음은 승부수를 띄웠다. 촛불시위를 선동하며 트래픽을 늘였고, 미디어다음은 재빠르게 <오늘도 10만명이 다음을 첫 페이지로 바꾸었습니다>라며 다음을 폭력 촛불시위의 성지로 안착시켰다. 그 결과 다음의 주가만이 유독 상승하는 등, 단기적으로 성공하는 듯보였다.
그러나 9월 들어 다음의 주가는 무려 25%나 빠져나가며, 날개없는 추락을 지속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다음의 하반기 매출액이 광고시장의 위축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촛불시위의 트래픽 효과는 이미 감소되었다. 하지만 다음의 추락은 보다 근본적인데 원인이 있다.
다음의 대주주인 이재웅 전 대표는 2000년 서울대 강연에서 “다음의 경쟁상대는 조선일보와 KBS이다”라고 당당히 선언한 바 있다. 다음은 미디어 그룹으로서 언론권력에 도전하겠다는 뜻이었다. 실제로 다음은 자체 취재기자를 운영하였고, 지금도 7만명 이상의 블로거 기자단을 보유하는 등 물량적으로 사상 최대의 언론사나 다름없다. 이에 더해 다음은 포털사로서는 유일하게 IPTV 시장에 직접 참여하는 등 언론의 영역을 점차 넓혀나갔다. 다음의 촛불시위 선동은 이러한 다음의 경영 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노무현 정권 시절에는 조중동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이러한 다음의 언론권력 확장을 철저히 도와주었다. 다음 역시 제주도로 본사를 옮기며,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노무현 정권의 방침에 협조하였고, 노대통령은 다음의 본사를 방문하여 “다음에 특혜를 주겠다”며 사실 상의 정경유착 혹은 권언유착을 공표하기도 했다.
노무현 정권 하에서의 다음은 거칠 것이 없었다. 노정권은 다음이 내세운 새로운 사업 UCC의 저작권 침해를 눈감아주었고, 경쟁업체의 반발에도 다음에 KT에 이어 IPTV 시범사업자권마저 부여하였다. 또한 다음의 언론권력에 대해서는 신문법에서 포털을 빼주며, 법적 책임마저 제외시켜주었다. 어차피 정부권력과 협조할 수밖에 없는 인터넷재벌 포털 중에서도 다음은 가장 적극적으로 권언유착에 나섰던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다음의 어용행각이 이명박 정권으로 교체되면서, 중도보수사회에서 표적이 되었다는 점이다.
다음은 석종훈 사장이 이명박 정권 하에서도 국가균형발전위원으로 선임되었고, 부사장 김철균씨가 청와대에 입성하여, 노무현 정권에 이어 또 다른 권언유착의 기반을 만드는 데까지는 성공하였다.
언론권력 포기하지 않으면 보수사회와 대충돌할 것
그러나 다음이 간과한 것은 보수사회와 보수언론의 감시의 눈이었다. 필자는 우연히 다음 측 관계자와 만났을 때, “아무리 다음이 현 정부와 거래를 한다 해도 보수시민사회를 설득하지 못한다면 큰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 경고한 바 있다. 다음이 보수우파 편집으로 전향하고, 정부와의 관계를 풀어나간다 해도, 다음의 광고주탄압 게시글 방치 등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조선, 중앙, 동아 등 보수 신문사, 노무현 정권 때부터 다음의 권언유착을 예의주시해온 보수인터넷신문, 그리고 인터넷의 선동형 여론조작을 경계하는 보수시민사회의 눈마저 피해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현재 추락할 대로 추락하고 있는 다음의 주가에는 다음이 가장 자랑스럽게 내놓는 언론권력 자체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신문법 개정안 등의 법적 제도화 부분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 또한 불법 저작물의 UCC, 검색권력 등등을 규제하는 저작권법 개정안, 검색법도 반영되지 않고 있다. 만약 이러한 제도 개혁이 가시화된다면, 다음의 경제적 가치는 붕괴 수준으로 하락하게 될 것이다. 특히나 이 중에서 다음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포털의 언론권력을 제한하는 신문법 개정안이다. 그러나 바로 이 때문에 보수시민사회 역시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부분도 신문법이다. 다른 것은 놓치더라도, 포털의 부당한 언론권력을 막아내는 신문법 하나만큼은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조중동 등 보수신문이 미디어다음에 뉴스공급을 중단하였을 때, KBS <미디어포커스> 등 진보좌파 언론에서는 오직 트래픽만 눈여겨보고 있었다. 그 결과 뉴스 트래픽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조중동의 뉴스 공급 중단이 아무런 영향력이 없다는 결론을 유포하였다.
필자는 이에 대해 여러 경로를 통해 반대 의견을 전했다. 단순히 뉴스 트래픽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보수신문사들이 다음에서 이탈하면서 다음을 좌익폭력 포털로 낙인찍은 그 효과가 후폭풍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아직 이러한 후폭풍 효과는 시작되지도 않은 상황이다.
다음이 지금과 같이 보수시민사회의 비판에 눈을 감고, 뉴스는 여전히 좌파 편향으로 편집하면서, 눈속임으로 정부와의 협조만을 구하려는 방식으로는 아마도 앞으로 닥칠 위기를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다음은 노무현 정권 당시 부여받은 언론권력을 과감히 포기하면서, 정상적인 엔터테인먼트형 포털로 새롭게 탈바꿈하는 노력을 해야한다. 네이버가 추진하겠다는 오픈캐스트 제도의 도입도 검토해야한다.
다음이 이러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10월 국정감사 이후, 언론관계법 논의 때부터 보수사회와 다시 한번 정면 충돌해야할 것이다. 오직 정부권력과 뒷거래나 하고, 좌파언론권력의 눈치만 보며 임기응변으로만 대응하는 식의 다음의 행태로 볼 때, 이러한 충돌은 불가피할 전망이고, 다음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수준으로 추락하게 될 것이다. / 변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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