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워치 24호 기사입니다.
지난 5월 21일자 ‘손석희의 100분토론’ 모두에서 사회자 손석희씨는 노노데모 까페의 애국자, 인터넷신문 독립신문, 주간 미디어워치, 그리고 미디어발전국민연합이 제기한 시청자 의견 조작 의혹 건을 시인한 바 있다. 그뒤 ‘100분토론’은 방통심의위로부터 방송 재허가시 감점 사안인 주의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이때까지 대체 누가 무슨 의도로 ‘100분토론’의 시청자 의견을 조작했는지 그 진실은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 방문진에서는 이번 업무보고 때 ‘100분토론’의 시청자 의견 조작 건에 대해 집중 질의했다. 그 결과 ‘100분토론’은 조작에 이어 충격적인 은폐까지 기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100분토론’은 손석희씨의 사과 이후에도 추가 조작 사례가 드러나면서 5월 28일 ‘100분 토론’ 방영분에서 “의견을 수합하는 과정에서 10여 건의 실수가 있었다”며 재차 해명했다. 당시 홍수선 MBC 보도제작1부장은 PD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원래 인터넷상에 올라온 원문을 그대로 보여주다가 방송에 소개하기 부적합한 경우가 많아 지난해 10월부터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두세 줄로 정리해 소개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없던 멘트가 들어가는 등 특별히 문제가 있었다”면서 “잘못된 걸 빠르고 정중하게 바로잡기 위해 방송 앞부분에서 사과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홍수선 제작1부장, “단순한 실수” 해명 때부터 은폐의혹 제기
홍 부장은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제작진에도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의를 줬다”면서 “앞으로 이와 같은 일이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치 5월 14일분 방영분에서만 단순한 실수가 벌어졌다며 사건을 축소하려는 태도였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수많은 조작사례가 드러나면서 ‘100분토론’ 측이 고의적 집단적 조작 사건을 실수인 양 은폐한다는 의혹이 제기되어왔다. 그러다 이번 8월 20일 방문진 업무보고를 통해 송재종 MBC 보도본부장의 발언이 허위로 드러나면서 은폐의혹이 사실로 확인되었다. 최홍재 이사와 송재종 보도본부장의 질의응답 내용이다.
최홍재 이사 : 100분토론이 시청자 의견 13건을 시청자 본인의 의견과 다르게 문화방송이 보도했다. 일본의 아사히 텔레비전이 채소의 다이옥신 오염 보도가 오보로 판명나서 그 프로그램은 폐지되고 경영진은 사퇴했다. 100분토론을 폐지하라는 취지가 아니다. 오보 1개에 대하여도 경영진이 책임을 지는 외국 사례에 비추어 1개의 오보가 아니라 반복적으로 상습적으로 이루어진 오보 사태에 대한 경영진의 의사를 물어보는 것이다.
보도본부장 : 100분 토론에 대하여 작년 11월 이전까지는 시청자 의견이 올라오는 대로 세트로 올렸다. 그러다 보니 제작비가 생각보다 많이 들었다. 바우처를 주는 임시 직원을 채용하여 시청자 의견을 찬성, 중립, 반대로 분류하게 하고 거친 욕설 등을 삭제하고 문장을 부드럽게 다듬도록 했다. 그 직원이 업무를 처리하던 중 발생한 사고이다. 경영진은 시청자 의견 왜곡이라는 루머가 돌아서 진상조사를 하고 문제가 있어 사회자로 하여금 사과 발언을 하게 하였고 다시 집중적인 조사를 거쳐 사회자로 하여금 재차 사과하게 했다. 문책은 그 업무를 담당한 비정규직 직원을 해고하고 담당 PD도 비정규직이었는데 해고했다. 그리고 책임자는 징계조치를 내린 상태이다.
20대 임시직 직원, “시청자 의견 손도 댄 적 없다”
송재종 보도본부장의 해명으로는 결국 PD도 아닌 작가도 아닌 바우처(복지 혜택을 위해 정부가 보증하는 지불 전표)업무를 담당하는 임시 직원을 채용하여 시청자 의견을 찬성, 중립, 반대로 분류하면서 문장을 가다듬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라는 것이었다. 시청자 의견을 분류하는 작업을 PD와 작가도 아닌 바우처 직원에게 맡겼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에 본지에서는 방문진을 통해 직접 전 바우처 직원 A모양에게 확인하였다. A모양은 ‘100분토론’의 시청자 조작 건 때문에 해고되었냐는 질문에 “아니다. 무슨 소리이냐. 내가 그만둔 거다”라고 답했다. 언제부터 ‘100분토론’에서 일을 했냐는 질문에는 "지난해 6월부터 일해서 올해 6월에 일을 마쳤으니 1년 정도 일하다 다른 일 자리가 생겨 옮겼다“며 송재종 보도본부장의 주장을 정면에서 반박했다. 가장 중요한 ’100분토론‘ 시청자 의견을 분류 및 수합했느냐는 질문에도 ”전혀 그런 일 한 적 없고, 바우처 일만 했다“며 갸우뚱했다. 송재종 보도본부장의 해명 중 바우처 직원에게 시청자 의견 분류를 맡겼다는 것도 거짓이고, 제작비 절감 때문에 바우처 직원을 지난해 11월 이후에 채용했다는 것도 거짓이다.
해고했다는 외주 이영배 PD는 여전히 ‘100분토론’팀에서 일하고 있어
또다른 심각한 거짓은 책임을 물어 해고했다는 비정규직 PD의 존재이다. 취재 결과 ‘100분토론’의 비정규직 PD는 이영배 PD로서 ‘100분토론’ 초기 시절부터 일을 해왔다. 평소 ‘100분토론’의 편향성 문제로 인해 내부에서도 해고 이야기가 나왔지만, ‘100분토론’ 일을 잘한다는 이유로 이번 조작 건이 벌어진 뒤에야 해고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100분토론’팀에서 여전히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그의 이름 역시 여전히 ‘100분토론’ 홈페이지에 담당 PD로 적혀있다.
방문진 회의록 요약본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MBC 측에서는 조작 책임을 물어 젊은 여성 작가 한 명도 해고했다고 밝혔다. 본지에서는 작가에게 확인을 하기 위해 전화연락을 했지만, ‘100분토론’의 조작 건 문제라는 점을 밝히자, 그는 잠깐 멈칫거리며 “저녁에 통화했으면 한다”고 답한 뒤 수화기를 끊었다. 그러나 그 이후 해당 작가는 전혀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송재종 보도본부장의 해명은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거짓해명이 홍수선 제작1부장 등의 허위보고를 그대로 전한 것인지, 아니면 보도본부장도 사건 조작 및 은폐에 가담했는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100분토론’ 혹은 MBC 내에서 누군가 사건을 은폐했고, MBC 경영진은 이에 가담하던지 수수방관했다는 점이다.
최홍재 이사, “조속히 진상조사단 꾸려 철저히 진실 밝혀내겠다”
'100분토론‘ 조작 사건을 처음 문제제기한 미디어발전국민연합의 강길모 공동대표는 “처음부터 임시직 바우처 직원이 생방으로 나가는 시청자 의견을 수합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데, 결국 조작에 이어 진실 은폐까지 드러났다”, “어떻게 이런 사람들이 공영방송에서 일을 하는지 어이가 없다”며 “신임 방문진 이사진은 외부 전문가까지 포함하여 ’100분토론‘ 조작 및 은폐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조사단을 신속히 꾸려 엄기영 사장부터 책임자들을 모조리 문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 사건을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는 최홍재 방문진 이사 역시 “충격적인 사건이라며 다음 번 업무보고 때 철저하게 따져묻는 것은 물론, 하루라도 빨리 진상조사단을 구성하여 낱낱이 진실을 밝히겠다”고 다짐했다. / 변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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