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제동씨의 소속사 (주)다음기획의 김영준 대표가 김씨의 KBS2TV '스타골든벨' 하차와 관련, 12일 오후 다음 아고라 토론방에 "논란이 일파만파 확대돼 정치권에서까지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 상당히 부담스럽다"면서도 “굴뚝에 연기나지만 밥짓는 사람 없는 격”이라고 의미심장한 글을 올려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또한 김제동 하차를 결정한 KBS측을 향해서도 “왜 우리들과 상의할 수 없었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우회적으로 불만을 털어 놓았다.

김 대표는 '김제동의 소속사 대표의 입장에서'란 제목의 글을 통해, 먼저 “이렇게 글을 쓰는 게 자칫 논란을 확대시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없는 것도 아니지만 지금 보도되고 있는 사안들에 대해서 무작정 모르쇠 입장으로 일관하는 것 또한 시청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판단되어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 써 보고자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김제동 하차 문제를 일부 야당과 언론 등에서 정치적 외압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에 대해 “통상적으로 방송국들이 MC교체를 할 때 취해왔던 일반적 관례에서 벗어나 전광석화처럼 전격적으로 진행되었다는, 석연치 않은 과정 때문에 의혹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공감을 표하면서도 “이 문제에 대해 저희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극히 제한적”이라며 “교체 배경에 대해서 통보된 건 ‘그 동안 오래 진행해왔기 때문이다’라는 짧은 내용이었고 교체를 결정한 분들의 진정한 속내를 저희들이 파악하기는 힘들겠지요”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말 그대로 ‘굴뚝에 연기는 나지만 밥 짓는 사람은 없는 격’”이라고 비꼬는 멘트를 덧붙였다.

그는 하차 배경에 대한 KBS측의 공식 설명에 대해 “KBS가 비용절감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면 왜 저희들과 상의 할 수 없었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방송제작 현장에서 같이 땀을 흘리고 있는 처지에서 어려운(?) 방송국 살림에 도움이 되는 방편을 여러 가지 생각 할 수 있었기에 말이다”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그러나 KBS 측이 국감 현장에서 밝힌 사유는 "스탭에 개편되면서, 스타골든벨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이다. 김대표는 큰 방향의 개편에 대해 단지 출연료 때문이라며 KBS 측의 입장을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김 대표는 또 최근 자신이 서울지방경찰청에 출두해 조사를 받은 사실에 대해 ‘표적수사’ 논란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조사를 받았던 제가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며 “말 그대로 저희 회사에 대한 전 방위적 압력으로 소속 연예인들의 방송퇴출과 맞물려서 진행된 수사라고 보는 건 무리라고 판단된다”는 말로 일부에서 제기된 표적수사 의혹을 부인했다.

이어 “이번 서울경찰청 수사는 전반적인 연예기획사 조사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여겨지며 법률적 지식이 짧은 제가 경찰서에 출두하지 않아도 될 것을 더 귀찮아지지 않도록 빨리 마무리 하자는 생각에서 자진해서 조사를 받은 것”이라며 “조사의 내용도 우리 회사와 소속 연예인간의 전속계약에 대한 내용이었고 법률적 해석에 있어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전속계약의 효력과 규정내용에 대한 것으로, 조사방식도 상대의 입장을 충분히 청취해 주는 협조적 분위기였다”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 좀 더 생산적인 담론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김 대표는 “우리 사회는 연예 스타들에 대해서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경향이 있다”며 “저는 연예인은 ‘공공의 대의를 위해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닌 공공의 영역에서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는 사인(私人)이며 유명인일 따름’ 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연예인으로써의 활동 자질과 능력의 범위 안에서 판단되어져야 할 평가의 기준을 연예외적인 활동과 사생활에 치중하여 적용하는 경우를 우리는 자주 목격한다”면서 “이들이 특정정치인이나 정당을 지지하는 활동을 하는 게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을 적극 옹호하고 전 국민적 관심이 되는 사안에 대해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의견을 표명하거나 그가 가진 연예인으로써의 능력을 발휘하여 적극적인 활동을 하는 행위를 정치적인 시각으로 읽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말 그대로 이들은 ‘폴리테이너’(정치적 연예인)가 아니라 ‘소셜테이너’(사회적 연예인)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중들의 지지와 문화소비 행위로 먹고사는 연예인들이라면 이러한 사회 참여적 활동을 삐딱하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장려되어야 할 행위”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같은 김 대표의 글에 대해 인터넷미디어협회 강길모 회장은 “김제동 하차 논란이 확대되는 것이 부담스럽고 불편하다면서 논란을 일으킬만한 내용과 주장을 담은 글을 논란을 증폭시키는 다음 아고라에 올린 이유를 모르겠다”고 꼬집은 뒤 “글의 전문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정치적 수사로 점철된 김 대표의 글은 오히려 논란을 키워 이번 김제동 파문을 통해 자사를 홍보하고 자사 소속 연예인들의 정치성 짙은 발언들에 면죄부를 주고자 하는 의혹이 짙다”고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물론 김제동 하차에 있어 절차상의 문제가 깔끔하지 못하고 석연치 않다는 점은 분명히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방송사에서 개편 관련해 이해 못할 사유로 퇴출된 연예인들이 한둘이 아닌데, 그렇다면 윤도현 때나 김제동 때나 다음기획 소속 연예인들만은 절대 퇴출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더불어 “개편 문제도 자기들과 상의했어야 했다는 식의 주장은 월권으로 그야말로 오만하기 짝이 없다”며 “KBS는 이런 오만한 연예권력자들을 퇴출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KBS는 최근 YG패밀리의 소속 가수 한 명이 스케줄을 맞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소속사 가수 전원의 출연을 금지시키는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KBS 이병순 사장이 진정으로 큰 방향의 개편 때문에 김제동을 하차시켰다면, 공개적으로 KBS를 정치적으로 공격하고 있는 '다음기획'에 대해서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내려야한다는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한편, KBS 시청자위원직을 맡고 있는 미디어워치 이문원 편집장은 15일 시청자위원회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김제동 사건에 대한 KBS 입장을 묻고, KBS 주장이 맞다면 이를 정치적 논란으로 확산시키고 있는 '다음기획'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확인할 예정이다.

독립신문 박주연 기자 (phjmy97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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