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제기돼 온 MBC 드라마 ‘선덕여왕’의 편향적 현실정치 개입 의혹이 마침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10월5일 방영된 ‘선덕여왕’ 39화 대본에 따르면, 씬 14 ‘매점매석’과 관련한 논의 중 서로 다른 파의 두 대등이 싸우는 장면에서 작가는 ‘지금의 국회를 연상시키는’이라는 지문을 제시했다. 39화만 그런 것이 아니다. 오히려 39화의 ‘국회 연상’은 전초전이었다. 지난 10월20일 방영된 44화에서는 방영시간의 절반가까이를 노골적인 편향적 현실정치 은유에 쏟아 부었다. 결국 MBC ‘선덕여왕’은 사극으로 포장된 명확한 편향적 정치극이었다는 분석이다.
‘선덕여왕’ 44화 내용 중, 미실(고현정 분)은 조세개혁안으로 귀족들을 위협하고 이간질했던 덕만(이요원 분)의 정무 기능을 모두 정지하는 안건을 화백회의를 통해 통과시키려 한다. 이를 위해 덕만파 김서현(정성모 분)과 용춘(도이성 분)에게 전날 수면제를 탄 술을 먹여 참석을 못하게 하는 치졸한 전략을 펼쳤다. 화백회의가 10명의 대등이 만장일치를 해야 통과되는 것을 감안한 전략으로, 결국 김서현과 용춘이 빠진 8명의 대등으로만 회의를 시작한다. 이후 회의에 늦은 두 대등이 화백회의장 입구에 도착하자 미리 준비된 병사들은 두 대등의 입장을 막는다. 이에 분노한 유신(엄태웅 분)은 병사들을 이끌고 화백회의장으로 향한다. 유신의 도움으로 김서현과 용춘은 화백회의에 참석하지만, 신성한 회의장에서 칼을 빼든 유신 때문에 기다렸다는 듯 무력시위가 일어나게 된다.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대등들은 무력 시위중인 화랑과 병사사이를 빠져나오던 중 미실파인 상대등이 시해당하는 자작극을 연출해 더욱 군사를 활용할 명분을 만들어 낸다. 즉 왕권을 차지하기 위해 비열한 ‘미실의 난’이 일어난 것이다.
44화 내용은 다분히 의도적인 현실정치 편향 변환으로 해석된다. 덕만의 조세개혁안은 현실정치의 종부세 논란으로 바로 대입된다. 등장인물 죽방(이문식 분)은 종부세를 지지하는 게 좋은 거라며 계급의식 없는 상대 낭도의 머리를 계속 때린다. 화백회의장을 막은 병사들은 국회 본회의장에 상대 당 의원들이 들어올 수 없도록 인간 바리케이트를 친 현실정치 모습을 그대로 재연한다. 정무 기능을 정지하는 안건을 올린 뒤 반대파를 못 들어오게 막은 부분은 편향된 제 17대 국회의 탄핵 소추안 이미지다. 이밖에도 많다. 결국 반대파가 난입하자 폭력을 썼다며 명분을 쥐는 기득권층의 모습, 반란 진압을 명분으로 한 친위 쿠데타, 가장 심각한 것은 상대등이 시해당하는 자작극을 펼쳐 군사 활용 명분을 쥐는 설정이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테러 사건에 대해 미디어다음 등 진보좌파 성향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등장했던 ‘자작극’ 사실왜곡 및 명예훼손 글의 설정과 맞닿는다.
이를 두고 ‘정치 풍자’라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상황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 언급했듯, 모든 현실정치 변환 묘사가 다분히 편향된 시각으로 일정하게 드러난다는 것. ‘선덕여왕’ 속 모든 악행을 저지르는 풍자의 대상은 현 정권과 여당이고, 백성을 생각하고 비열한 일에 당하는 대상은 현 야당으로 대입된다. 즉 비난이 대상이 정확히 한 곳만을 향해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44화 속 ‘미실의 난’은 그 어느 고서에서도 발견할 수 없는 100% 픽션이었다는 점이다. 44화 전체가 ‘작가의 머리’ 속에서만 나왔다는 이야기다. 사극 속 설정을 역사 그 자체로 받아들이기 쉬운 시청자들을 향해 편파적 정치색의 의도적 설정 주입을 시도했다는 의미가 된다. 이에 대해 스포츠월드 김용호 기자는 “‘선덕여왕’이 사전 제작된 드라마도 아니고 다른 드라마들처럼 대중 반응을 보며 수정해 나가는 형태로 제작되는 중”이라며, “편향적 정치색에 대한 네티즌 반응 등을 보다가 어느 시점이 지난 뒤부터 본격적으로 다뤘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화려한 휴가’ 작가의 뚜렷한 노이즈 마케팅 의도
MBC ‘선덕여왕’은 영화 ‘화려한 휴가’, ‘공동경비구역 JSA’를 집필한 박상연 작가와 한류 히트 드라마 ‘대장금’을 쓴 김영현 작가가 공동집필하고 있다. 그 중 박상연 작가는 이미 ‘화려한 휴가’에서도 뚜렷한 역사 왜곡으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박 작가는 ‘선덕여왕’에 대해서도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실제 역사와 다르다고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이 적지 않은데 더 많은 논란이 벌어졌으면 좋겠다”며 오히려 노이즈 마케팅 의도를 명백히 하고 있는 실정. 결국 ‘선덕여왕’은 역사를 전달하는 사극이 아니라, 사극이라는 형식을 이용한 편향적 정치풍자극을 의도했으며, 그를 통한 노이즈 마케팅으로 상업적 성공을 노리고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 같은 ‘선덕여왕’ 상황을 놓고 진보좌파 언론에서는 벌써부터 이를 이용해 여론선동에 나서고 있다. 진보좌패 성향 인터넷 연예매체 10아시아는 기사 ‘정치의 차가운 뇌에 청춘의 심장을 이식하다’에서 “‘선덕여왕’은 곳곳에 지금의 정치적 사건들을 암시한 듯 한 에피소드를 보여준다. 천명(박예진)의 죽음은 5월의 그 죽음을 연상케 하고, 예언을 통해 여론을 조작하는 것은 미디어 정치의 실례다. 그러나 대중은 이미 MBC <대장금>에서 ‘다리를 저는’ 정상궁(여운계)과 한상궁(양미경)의 관계에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관계를 유추했고, MBC <이산>에서 수구세력의 위협을 받는 정조(이서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이입시켰다.”면서 “<선덕여왕>의 진짜 성공은 시청률 50% 달성이 아니라 드라마 속의 도덕 교과서 같은 교훈 대신 현실 정치의 룰 안에서 덕만의 이상을 시청자에게 설득시킬 때”라며 선동적 주장을 펼쳤다.
진보좌파 미디어비평 매체 ‘미디어스’는 기사 ‘미실 당신의 정치는 누구와 닮았군요’에서 “덕만을 공주로 추인하는 과정에서 당신(미실)은 자신 세력을 더 견고히 하기 위해 부자감세를 들고 나옵니다. 귀족의 세를 낮춰달라는 요청을 합니다. 당신(미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부자감세. 정치권력 다툼에서는 필요할 수 있겠으나 백성 전체를 두고 본다면 결코 옳은 일이 아니지요. 부족한 세수를 어디에서 보충하시겠습니까? 설마 당신(미실)도 그 누군가처럼 필수적인 생활용품에 특별세를 부과하는 방법은 아니겠지요?”라며, “미실 당신 역시 군중의 힘은 무서워하지만 백성은 무서워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라고 미실과 이명박 대통령을 동일선상에 놓은 칼럼을 게재했다.
시청률 하락세에도 현 상황 지속되면 의혹 더욱 불거질 듯
그러나 이 같은 편향적 정치풍자 마케팅을 일반적 노이즈 마케팅으로 보기 힘들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선덕여왕’이 현실정치 묘사 강도를 더해가면서부터 시청률은 떨어지고 있다는 것. 9월7일 최고시청률 43.5% (TNS미디어코리아 기준)를 기록한 뒤, ‘선덕여왕’은 8주 연속 시청률 하락세를 기록하다 논란이 된 44화에 이르러서는 37.6%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이 같은 현상은 MBC 뉴스데스크가 진보좌파 편향을 굳힌 뒤부터 시청률이 급하락한 상황과 그대로 일치하고 있다. 이미 메인뉴스에서부터 편향적 정치색을 굳히면 시청률이 하락한다는 결론이 나온 상황에서, 엔터테인먼트로서 시청률에 더욱 민감한 드라마 장르에마저 같은 방식을 동원한 까닭에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미디어평론가 오창석은 “지금 ‘선덕여왕’은 정상적인 진행과정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다. 처음 예고됐던 줄거리에서 계속 엇나가 ‘미실’과 ‘덕만’을 중심으로 한 현실정치 은유로 치닫고 있다”며 “지금 주목해야 할 것은 이처럼 어긋한 진행으로 시청률이 감소추세에 놓인 상황에서 ‘선덕여왕’ 제작진이 과연 어떤 선택을 취할 지다. 다시 역사에 따른 정상적 플롯 진행으로 돌아간다면 상식적 해결책이겠지만, 만약 현재와 같은 모습을 계속 보여준다면 이에 대해서는 애초 정치선동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충분히 제기될 만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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