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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갑의 평민당 추진, 샌드위치 된 민주당

세종시 수정 지지 발언, 세종시 정국도 직접적 영향받을 듯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가신그룹인 동교동계 인사들은 5일 낮 마포의 한 음식점에서 회동을 갖고 신당 창당 문제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당 추진의 총대를 멘 인물은 리틀DJ라 불리는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DJ를 계승한다는 명분으로 호남을 기반으로 하여 독자세력화 해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들과 맞붙겠다는 것이다. 한 전 대표 측은 중앙선관위에 김 전 대통령이 87년 창당한 `평화민주당'이라는 당명으로 창준위 신고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갑 전 대표의 신당 추진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되어왔다. 한화갑 전 대표는 지난해 초부터 신당 창당의 당위성을 역설해왔다. 한 전 대표는 민주당이 2008년 총선 이후 급격히 친노세력들의 도로 열린우리당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경고해왔다. 특히 한 전 대표가 동교동 멤버들과 호남지역을 순회하면서, 구 민주당 출신들이 열린우리당 출신들에 의해 밀려나는 현상에 대해서도 비판을 해왔다.

그러나 한 전 대표의 신당 추진의 방향은 변화의 흐름이 감지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화갑 전 대표는 지역통합을 명분으로 박근혜 전 대표와 연대를 추진할 것을 시사해왔었다.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1월 한 라디오방송과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대표와 연대설과 관련해 “영호남 화해를 위해 양 지역에 터전을 둔 정치세력의 결합이 필요하다”, “양 지역 정치세력의 연대 내지 결합은 국민 화합을 위해 반드시 실현되어야 할 일” 등의 발언을 하며 긍정적 입장을 표명했던 바 있다.

한 전 대표, 세종시 수정안 지지 발언으로 박근혜 측과의 연대는 사실 상 무산

그러나 한 전 대표는 지난 1월 20일 ‘폴리뉴스’ 자매지 ‘폴리피플’과 가진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대표와 손잡을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나는 줄서는 사람이 아니다. 내 독자적인 아이덴티티를 지키는 것이 내 자존심”이라며 박 전 대표와의 연대설을 일축했다.

한화갑 전 대표의 기류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 것은 세종시 논란에 대한 그의 입장 때부터였다.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1월 17일 평화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실리냐 명분이냐로 놓고 볼 때 명분은 행정수도로 했으니까 가야 한다는 것이 명분 아닙니까? 그러나 실리는 행정수도 가는 것보다 더 많은 이득을 그 주민들한테 주면 되지 않느냐. 이겁니다”고 사실 상 세종시 수정안 쪽에 손을 들어주었다. 또한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서도 “대원군이 개국을 반대하고 척화비를 세웠다.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그러나 당시 선비들 명분은 목숨걸고 그것 주장했다”고 지적하면서 세종시 문제는 명분 보다는 실리가 중요하다면서 박근혜 전 대표의 원안고수가 지나치게 명분에 치우쳐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박 전 대표 측이 세종시 원안 고수에 사활을 걸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한 전 대표가 이때부터 이미 박 전 대표와의 연대는 포기한 셈이다.

문제는 한 전 대표와 동교동계가 중심이 된 가칭 평화민주당의 영향력 확보이다. 벌써부터 민주당의 노영민 대변인은 “이미 역사적 소임을 다한 분들이 다시 역사의 전면에 나서겠다는 것은 노추”라고 비난했다.

실제로 한 전 대표의 신당은 이미 역사 속에서 사라진 노 정객들의 모임 혹은 호남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구태정치의 반복이라는 이미지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이 때문에 같은 동교동계에서도 아직까지 신당 창당에 대해 완벽한 합의를 이루지는 못한 형국이다. 3월 5일 모임에서도 동교동계 좌장격인 권노갑 전 고문과 김옥두, 이훈평, 장성민 전 의원 등 전직 의원 10여명이 참석하여 신당 창당을 놓고 찬반 격론이 벌어졌다는 결과가 전해졌다.

동교동계의 장성민 전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권 전 고문 등은 신당 창당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지만 민주당이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는 데는 모두 공감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연합뉴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이훈평, 최재승 전 의원 등이 적극 찬성하고, 권노갑, 장성민 전 의원 등이 신중론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유시민의 국민참여당의 세 확산이 한화갑 신당에 직접적 영향 줄 듯

그러나 동교동계는 물론 구 민주당계에서는 이미 현재의 민주당은 친노세력이 완전히 장악하여 지방선거 때 모두 축출당할 것이라는 불만이 팽배해있다. 실제로 노무현 정권 시절 국회의장을 지낸 김원기 전 의원이 민주당 혁신과통합위원회를 이끌면서 시민공천배심제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구 민주당계를 자극하고 있다. 이미 2008년 총선 당시 친노시민사회를 대표하여 박재승, 박경철 등이 공심위에 포진하여, 구 민주당계를 공천에서 떨어뜨린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 민주당 공심위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가담자를 공천에서 탈락시키겠다는 기준을 발표하여 논란이 되자 접은 바 있다. 그러나 실제로 탄핵을 주도했던 김경재 전 의원은 공심위 면접에서 탄핵의 정당성을 주장하여 곧바로 탈락되었다며 반발한 사례도 있다.

이러한 민주당 내의 구도로 본다면 유시민, 이재정, 이병완이 중심이 된 순수 친노세력의 정당 국민참여당의 움직임에 따라 한화갑 신당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공산이 크다. 국민참여당은 현재의 민주당이 잡탕이 되어 노대통령의 정신을 제대로 승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세균 현 민주당 대표도 바로 이러한 국민참여당의 견제 탓에 친노세력 위주로 당을 재편하고 있다고 의심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화갑 신당이 추진되면, 정세균 대표는 구 민주당계의 새로운 견제를 받게 된다. 국민참여당의 활동이 가속화되면 민주당 내부의 친노와 구 민주당계가 각각 분열되며 오히려 민주당이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구 민주당계 인사들이 선뜻 한화갑 신당에 참여할 의사를 밝히는 것은 주저하지만 대체적으로는 필요한 작업이라는 데에는 공감을 표하고 있다. 한화갑 신당의 대두로 일방적으로 친노세력에 밀리던 구 민주당계의 입지가 점차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변수는 최근 야권 통합을 주장하는 친노좌파 시민사회 세력의 입장이다. 이들은 현재의 민주당도 이미 우경화되어 민주당의 환골탈태를 주장하며, 민노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과의 탄탄한 공조를 주문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이 현재 정책적으로 가장 탄탄한 연대를 하고 있는 사안은 세종시 원안 고수이다. 실제로 진보신당의 노회찬 대표의 경우 “신자유주의 노선의 민주당과의 일괄적 연대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혀오고 있지만, 세종시 문제에 대해서는 협력하고 있다. 반면 한화갑 신당이 세종시 관련 한 전 대표의 기존의 입장을 노선으로 정한다면, 각각 다른 이념의 야당들의 최소한의 연결고리조차 흔들리게 된다. 이런 상황이면 친노좌파 시민사회계에서 아예 한화갑 신당을 연대의 대상에서 제외할 가능성이 높고, 오히려 이 흐름 속에서 한화갑 신당이 중도우파 노선으로 급격히 흘러갈 수도 있다. 실제로 한화갑 전 대표는 북한 문제나 경제 문제에 대해서 기존의 친노좌파 노선과는 확연히 다른 중도노선을 걸어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선정 여부가 최대 변수

한화갑 신당과 국민참여당의 세 확장에 결정적인 변수는 민주당 내에서도 한명숙 전 총리의 서울시장 후보 선정 문제로 보고 있다. 한명숙 전 총리는 대표적인 친노세력으로서 일찌감치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의 김민석 지방선거기획본부장은 “현재로서는 한명숙 전 총리가 서울시장이 되기에 가장 유리하다. 야권 전체에서 지지도가 가장 높기 때문이다”라며 한 전 총리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한 전 총리는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고, 특히 2007년 대선후보 당시 “세종시를 미국의 워싱턴DC로 만들겠다”며 수도이전을 공약하기도 했다. 민주당 서울시당에서는 이러한 한 전 총리의 약점이 25개 구청장 선거 등 서울시 선거 전체를 망칠 위험성에 주목하고 있다.

만약 한 전 총리가 서울시장 후보가 된다면 구 민주당계의 한화갑 신당으로의 유입이 가속화될 수 있고, 반면 후보가 되지 않는다면 한 전 총리는 곧바로 국민참여당으로 당적을 변경하여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할 수 있다.

유시민 전 장관의 경기지사 출마도 폭발력이 높은 사안이다. 유 전 장관이 국민참여당 후보로 경기지사에 출마한 후, 민주당 후보를 지지율에서 압도하면, 친노시민사회는 민주당에 후보단일화 요구에 대한 압력 수위를 높이게 된다. 그러나 현재 민주당은 국민참여당 후보와의 단일화 논의는 부정적이다. 야권 분열세력을 인정하게 되기 때문이다.

지금껏 야권은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갈등구조로 정계개편의 불씨가 타고 있었다. 이에 구 민주당계를 대표하여 한화갑 전 대표가 신당을 추진, 야권은 훨씬 더 복잡한 구도로 돌아가게 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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