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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의 진짜 인권투쟁과 정대세의 값싼 눈물

북한 선수들은 북한 인권을 위한 투쟁은 하지 않나

2007년 1월 31일 저녁, 제 6회 동계아시안게임 시상직장에서 5명의 한국 여성 쇼트트랙 대표선수들이 시상대에서 “백두산은 우리땅”이라는 표어를 들었다. 중국 올림픽위원회는 발끈하여 한국 측에 재발방지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국내외 언론 모두 부정적 평가가 주를 이루었다. 왜냐하면 어차피 국가대표 선수는 해당 국가의 이익을 위해 스포츠 시합을 하기 때문에 굳이 다른 방식으로 자국의 이익을 내세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 북한의 대표로 참여하여 감격의 눈물을 흘린 정대세의 사건도 마찬가지이다.

세계 스포츠 역사상 가장 감동적인 기록으로 남아있는 정치적 표현 행위는 1968년 멕시코 올림픽 당시 미국 육상 선수들의 검은 선서였다. 남자 200m 금메달리스트인 토미 스미스와 동메달 리스트 존 카를로스는 검은 장갑을 끼고 검은 양말에 운동화를 신지 않은 채 시상대에 올랐다. 미국 국가가 연주되고 성조기가 올라가는 순간 그들은 고개를 떨구고 검은 장갑을 낀 손을 높이 쳐들었다. 검은 장갑과 검은 양말은 ‘블랙파워’의 상징이었다.

미국의 흑인선수들의 검은 선서에 동참한 호주의 백인 선수

이미 미국의 흑인 스포츠 선수들은 1967년 ‘인간의 권리를 위한 올림픽 프로젝트’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60년대 내내 미국 전역에 불어닥친 흑인 인권 운동이 스포츠 영영역에도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이 사건에서 가장 화제를 모았던 것은 같이 시상대에서 오른 호주의 백인 육상선수 피터 노먼이 즉석에서 그들의 정치적 행위에 동참하여, 흑인 인권을 상징하는 뱃지를 달았던 것이다. 이들은 모두 선수촌에서 쫒겨나고 메달을 박탈당했다. 그러나 함께 올림픽에 참여한 미국의 백인선수들마저 “자연인으로 미국 사회에서 흑인들의 지위와 평등한 권리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미국 올림픽 단원의 일원으로 우리의 팀메이트가 불공정과 불평등을 알리기 위해 한 행동에 지지를 표시한다”고 지지성명을 발표할 정도로 선수들 내에서는 큰 지지를 받았다.

이들이 내세웠던 것은 당시 최고의 복싱 영웅 무하마드 알리의 복권이었다. 무하마드 알리는 헤비급 세계 챔피언에 오른 뒤, 베트남 전의 참전을 거부하여 미국에서 복싱 선수 자격을 박탈당했다. 이에 알리는 반전 평화운동과 흑인 인권 운동의 상징이 되었다.

알리, “나는 베트콩과 아무런 감정이 없다”

알리가 징집을 거부한 이유는 “나는 베트콩과 아무런 감정이 없다(I ain’t no quarrel with them Vietcong)”였다. 알리는 여러 인터뷰를 통해 “미국 내에서 수많은 흑인들이 차별을 받고 있는데, 최소한 베트콩들은 흑인을 차별하지 않는다”, “누군지도 모를 저 멀리 있는 베트콩들과 싸우기 위해 전쟁에 참여할 수 없다”는 등의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에 미국 정부와 알리의 후원그룹들을 중재안을 찾기 시작했다. 과거 2차 대전 때 당시 헤비급 챔피언 조 루이스가 했던 것처럼 군입대는 하되, 후방에서 시범 경기만을 하며 적당히 시간을 때우다 제대하는 방안이었다.

미국 정부에게나 알리에게나 서로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적당한 절충안이었다. 미국 주류 사회의 공적으로 지탄받던 알리로서는 자신의 이미지를 새롭게 하고 복싱 훈련도 계속 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게다가 목숨을 건 전장에 나서질 않아도 됐다.

그러나 알리는 이마저 거부했다. 결국 알리의 후원그룹인 ‘루이빌 스폰서링 그룹’의 담당 변호사는 “알리의 군 입대 거부는 단순히 고생을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닌 종교적 신념에 의한 것”이라며 그의 협상 거부를 최종 확인했다.

점차 정부의 압력이 거세지자 알리는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내에서 흑인들이 개만도 못한 취급을 받고 있는데 왜 그들은 나로 하여금 군복을 입고 베트남까지 가서 싸우기를 원하나. 만약 내가 군대에 입대해서 베트콩과 싸우는 것이 2천200만명이나 되는 미국 흑인들의 자유와 평등을 보장할 수 있다면 미국 정부는 나를 징집할 필요도 없다. 그렇게만 된다면 내일 당장 내 스스로 입대할 것이다. 나는 알라신의 법에 복종해야 한다. 내 신념을 지키는 한 나는 잃을 게 없다. 우리 흑인들은 이미 (노예로 끌려온 지)400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감옥에 갇혀 있는 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결국 알리는 징역 5년 형과 벌금 1만달러를 부과받아 선수자격을 박탈당했다.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쥐어준 세계 헤비급 복싱 챔피언 자리에서도 내려와야 했다. 알리는 “나는 결코 백인들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한 명의 검둥이가 되기로 결심했다. 한 명의 검둥이. 백인들이 어찌할 수 없는 검둥이 말이다.”라며 결의를 다진다.

미국의 흑인 스포츠 스타의 인권 운동의 측면에서 알리와 대비되는 선수는 메이저리그 최초의 흑인 선수인 재키 로빈슨의 사례이다. 재키 로빈슨은 UCLA를 졸업하고 군대를 장교로 복역한 흑인 엘리트였다. 당시 메이저리그에서 흑인이 뛸려면 야구 실력 이외에 인내력과 의식을 갖추어야 했었다. 이에 가장 적격이 재키 로빈슨이었고, 그는 LA다저스에 입단하게 된다.

로빈슨이 경기장에 들어서면 백인 관중들은 로빈슨을 야유했고 상대 선수는 틈만 나면 로빈슨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그가 안타를 치고 슬라이딩을 하면 수비를 하는 척 하면서 사정없이 스파이크로 로빈슨의 발을 밟았고 툭하면 빈볼이 날아들었다. 심지어 다저스의 팀동료들조차도 로빈슨을 내쫓아야 한다는 탄원서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로빈슨은 야구 실력으로 차츰 홈팬과 동료선수들에게 인정받기 시작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경기에서는 상대 선수들이 모두 ‘검둥이’라는 단어를 합창하기 시작했고 로빈슨은 또 최대의 위기를 맞이했다. 그는 자선전에서 당시 심정을 “배트를 집어 던지고 필라델피아 더그아웃으로 돌진해 백인 한 놈을 잡아 분노의 주먹을 날리고 그냥 사라질 수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이미 로빈슨의 실력을 인정한 다저스의 백인선수들이 먼저 필리델피아의 덕아웃으로 달려들어 그들의 야유를 중단시켰다.

1949년에는 신시내티 레즈와의 경기를 앞두고 한 백인 우월 단체가 ‘경기 도중 로빈슨을 살해하겠다’고 협박을 했다. 이에 다저스 주장은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모두가 로빈슨의 등 번호 42번을 입고 나올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재키 로빈슨이 은퇴한 이후 이 등 번호 42번은 전 구단으로부터 영구결번이 되고, 재키로빈슨 데이 때는 이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 메이저리그 선수 누구라도 42번을 달게 하고 있다. 로빈슨의 소속팀이었던 다저스 선수들은 모두 42번을 달고 나온다. 로빈슨은 은튀한 뒤 흑인인권운동에 뛰어들었으며 다음과 같은 연설을 자주 하곤 했다.

“내게 명예의 전당행 티켓과 미국의 일등시민이 될 티켓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우리 흑인 모두가 미국의 일등시민이 될 수 있는 티켓을 달라고 하겠다.”

무하마드 알리와 재키 로빈슨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스포츠 내에서 훌륭히 인권운동을 성공시켰다. 알리는 훗날 9.11 테러 이후 미국의 아프간 보복 공격을 지지하는 대사가 되어 미국과 중동의 이슬람교도들을 설득을 역할을 맡기도 했다. 그가 반대한 베트남 전쟁과 달리 9.11 테러는 엄연한 미국 본토에 대한 공격이었고, 흑인과 이슬람교도 역시 희생당했기 때문이다.

북한 체제를 위한 충성의 눈물 흘린 정대세, 왜 대한민국 언론이 띄우나?

알리와 로비슨의 사례를 보면 자국의 46명의 청년들의 목숨을 빼앗간 북한의 축구선수가, 수령체제의 북한에 대한 충성을 위해 흘린 눈물을 놓고, 친노좌파 매체와 연예매체들이 ‘감동’과 ‘민족’을 운운하는 게 얼마나 천박한 일인지 간명하게 대비된다.

정대세를 비롯해 북한 축구선수들이 김정일 독재체제와 기아에 신음하며 죽어가는 현실을 전 세계의 축구팬에게 토미 스미스, 알리, 로빈슨처럼 당당히 고발하는 것은 기대조차 할 수 없는 일일까? 그렇다면 최소한 대한민국의 언론만이라도 정대세의 눈물쇼에 호들갑 떠는 일은 자제해야 하는 것이다. / 변희재

* 무하마드 알리에 관한 내용은 조이뉴스24의 김홍식 기자의 연재글을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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