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MBC 사장의 방문진에 의한 밀실 선임을 계기로 공영방송 사장임명 방식에 대한 개혁 필요성이 대두된 가운데 학계와 언론계 시민단체 등이 뜻을 모은 ‘공영방송독립국민운동’ 출범식이 22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학계와 언론계 시민단체 관계자들 및 공영방송이 중립성을 잃고 정치논란 시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을 개탄하는 일반인 등 백여명이 모여 대성황을 이뤘다.
박명규 전 MBC 아카데미 사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서정우 연세대 신방과 명예교수, 진용옥 한국방통학회 회장, 최창섭 서강대 명예교수 등 원로학자들과 이갑산 한국시민단체네트워크 상임대표 등 ‘공영방송독립국민운동’에 참여한 이들은 공영방송이 정치세력에 의해 흔들리지 않고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날 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먼저 ‘공영방송독립국민운동’ 출범 취지를 밝힌 최창섭 서강대 명예교수는 “오랫동안 실종됐던 공영방송의 공정성을 되찾자, 실종된 미아를 찾듯 공영방송의 공영성을 찾아내자, 제 역할을 못하고 죽다시피 한 공영방송의 공영성을 살리자는 말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라며 “몇 몇 사람만의 모임이 아니라 범사회적, 범국가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인식을 바탕으로 공영방송의 방향성을 모으자는 게 출범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공영방송이야말로 운영권은 방송인에게 맡기는 게 중요하다”며 “경영진의 비정치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꼽았다. 그러면서 “임명절차가 방송통신위원회를 통해 진행되는데, 방통위 구성도 정치권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고, 방통위를 통해 구성되는 방문진도 여야 비례에 따라 구성되고 있다. 그 사람들이 KBS 사장, MBC 사장 임명과 제청을 하고 있다”면서 “언론의 감시가 이뤄져야 할 곳이 정치권에 의해 좌지우지 되고 있으니 공영방송이 제자리를 매김할 수 있느냐는 게 우리의 문제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국민을 위한 운영주체인 방송 경연진을 뽑는 제도가 새로 도입돼야 한다”며 “방송을 순수하게 방송인에게 되돌려 주고, 국민에게 돌려주는 되찾기를 해야 할 시점”이라며 “새로운 제도로 개선하기 위해선 입법화도 필요하고 많은 방법론이 있겠지만, 우리가 출범하면서 앞으로 중지를 모아 더 좋은 의견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학회의 이론적 뒷받침과 방송계 언론인들의 지혜와 공영방송의 시청주체인 여러분들의 주인으로서 제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각 지역을 다니며 캠페인과 공청회 등 인식의 공유의 장을 마련하는 1,2년 대장정의 길을 통해 허공에의 메아리가 아니라 대한민국 공영방송이 새로 태어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적어도 2년 후라면 현실화할 수 있도록 우리 스스로 무엇을 할 것인지, 해야 하는 지, 이에 걸 맞는 집행부와 실무진을 구성하여 학계와 방송인, 시민단체 삼박자가 잘 맞아 현실화할 수 있는 모임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동순 전 KBS 감사의 경과보고에 이어 진용옥 한국방통학회 회장은 향후 활동계획을 통해 “우리 학회가 공영방송 제도개선에 대한 구체적이고 논리적인 이론 틀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진 회장은 “전파는 인류 공영의 자산인데도 불구하고 특정 정권이나 특정 상품판매, 특정 이데올로기를 펴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현실이 얼마만큼 잘못됐는지 우리 학회에서 논리적으로 파헤칠 것”이라며 “공영방송의 독립만 가지곤 안 되고, 교육자치제, 지방자치제와 같은 식으로 시청자로부터 위임을 받아 대의원을 구성하는 등 제도와 법률 등을 연구검토하고 이론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회의 활동은 그 부분을 제시하고 논리적으로 따지는 것이고 운동은 시민단체의 몫”이라며 “그러한 구도가 공영방송독립국민운동의 바람직하고 안정적인 바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민단체로서 공영방송독립국민운동을 주도적으로 이끌 예정인 한국시민단체네트워크 이갑산 상임대표는 단체의 조직 및 임원구성을 소개한 뒤 “공영방송에 대한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의 문제제기에 공감해 금년 초에 우리의 새로운 사업계획으로 공영방송 독립을 사업목표의 하나로 삼고 같이 참여하기로 했다”며 동참하게 된 계기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공영방송이 중립화되고 정상화될 때 우리 단체는 자살하게 될 것”이라며 “잘못된 것을 바로잡자는 시민운동이 자살, 없어진다는 것은 좋은 것 아닌가? 이 모임이 제발 자살하게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날 출범식에서 상임공동대표로 추대된 서정우 연세대 명예교수는 먼저 “내가 72년 미국 유학에서 돌아와 지금까지도 공영방송을 이야기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공영방송 구현은 이 땅에서 잘 되지 않았다. 아직 우리 문화적 풍토가 공영방송을 구현하기에는 이르다는 게 가장 크지 않은가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40년 동안 이런 저런 단체에서 역할을 맡아봤지만, 역사라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 의해 창조되지 않는다. 역사는 소수의 열정적이고 헌신적이고 사명감이 투철한 인사들에 의해 창조되는 것”이라며 “이 모임이 그런 열정과 헌신과 사명감으로 똘똘 뭉쳐 공영방송을 구현할 수 있다면 미력하나 제 한 몸 던져 봉사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서 교수는 또 “우리가 역점을 둬야 할 점은 각 조직과 단체들을 전국적으로 엮어 네트워크화 해서 중요한 이슈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고 그것을 다음 대선 후보들에게 방송공약으로 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찬란하게 등장해 허망하게 사라지는 단체들이 많은데 이 조직은 그렇게 되지 않고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희망을 피력했다. 공영방송독립국민운동이 단순한 시민운동으로 끝나지 않고 차기 대선주자들의 방송공약으로 선택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뜻으로, 각종 정치적 편파논란으로 얼룩진 공영방송 독립 문제에 국민적 관심이 쏠린 만큼 차기 대선 주자들의 관심을 끌 대목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격려사를 한 서병주 전 KBS 라디오 본부장은 “한국 사람들은 모든 걸 남에게 양보하고 뒤로 물러앉는 게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습성 때문에 단체가 잘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면서 “오늘 이 자리의 여러분들은 나하나 빠져도 되겠지 하는 생각을 접고, 공영방송을 제 자리에 놓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꼭 성공시켰으면 한다”고 공영방송독립 국민운동의 성공을 기원했다.
한편, 이날 출범식에선 서정우 연세대 신방과 명예교수를 비롯해 진용옥 한국방통학회장, 이갑산 한국시민단체네트워크 상임대표를 상임공동대표로 선임했으며 강동순 전 KBS 감사와 최인식 MBC정상화국민행동 공동대표가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았다. 또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가 대변인으로 선임됐다. ‘공영방송독립국민운동’측은 향후 나머지 임원을 선임키로 하고 조직을 최종 구성키로 결의했다.
앞서 공영방송독립국민운동은 미리 배포한 제안 취지문을 통해 “공영방송의 시청 주체인 다수 국민은 특정세력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는 공영방송의 현실을 개탄하고 있다”며 “공영방송은 ‘국민의 방송으로’라는 본연의 자세로 되돌아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방송으로 다시 태어나 특정 파당이나 세력의 이해와 이데올로기로부터 독립해야 한다”고 밝히고 범국민적 공영방송독립국민운동 동참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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