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에 경남 거제지역으로 공천을 신청했다가 탈락한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은 7일 CBS라디오에 나와 낙천자들의 신당창당 움직임과 관련해 "외연의 폭을 야당과 같이 넓히자는 분도 계시다"며 "그렇게 되면 저쪽에서 소위 말하는 민주당의 범민주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공천 탈락자들이 민주통합당(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한 호남권 민주계 인사들과 손을 잡아 신당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민주당의 '호남권 낙천자'들도 "그런 공통된 생각을 갖고 계신 것 같다"면서 "이쪽의 정서가 또 있기 때문에 아직 조금 더 다듬어야 될 부분도 있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친이계 의원들이 집단탈당할 것이란 전망에 대해 김 전 소장은 "충분히 가능하다"면서 "이제는 다 드러났기 때문에 최소한 20~30명은 저희가 명단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탈당을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화 세력의 양웅, 김대중과 김영삼 이미 화해
김현철 소장의 발언은 곧바로 이른바 범DJ계와 YS계의 통합을 제안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김영삼 전 대통령은 동계동계 인사를 초청하여 만찬을 열곤 했다. 민주화 시대를 열어나간 두 계파가, 다시 손잡고 국익을 위해 봉사해보자는 명분이다. 동교동계 멤버로 이 움직임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김경재 국민생각 최고위원은 자신의 저서 '혁명과 우상 : 김형욱 회고록' 제 5권에서, 김대중과 김영삼의 화해를 주문하기도 했다. 같은 민주화 세력 내에서조차 상생과 화해를 열지 못하면서, 어떻게 국민통합을 이루겠냐는 취지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임종을 앞두고 병원을 찾아, “화해를 한 것이라 보면 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한 바 있다. 그 이후, 2012년 총선을 맞아, 구체적으로 동교동계와 상도동계가 손을 잡는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김경재 국민생각 최고위원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문) 전여옥 의원이 전격적으로 입당했는데.
답) 전여옥 의원은 이미 일찌감치 새누리당 공천을 받지 못할 것이라 예상해온 것 같다. 새누리당에서 뜻을 펼치지 못한 정치적 비전을 ‘국민생각’에서 마음껏 펼쳐주기를 기대한다.
문) 새누리당의 다른 탈락자들에도 영향을 미치리라 보는가?
답) 일단 전의원이 물꼬를 터 첫 관문이 열렸으니, 새누리당이든 민주통합당이든 ‘국민생각’의 비전을 새롭게 볼 가능성이 높다. 물론 전여옥의 의원 한 분의 귀중한 입당일 뿐만 아니라 보수와 진보를 초월하는 ‘국민생각’의 일관된 국민대통합 노선의 힘일 것이다.
전여옥 등 정통우파의 국익에 대한 원칙, 국민생각에 절대적으로 필요
문) 전여옥 의원은 강경한 우파 노선으로 알려져 있는데, 국민생각의 노선에 걸맞다고 보는가?
답) 국익, 특히 국가안위에 대한 부분에서 강력한 원칙이 필요하다. 이 원칙을 전제로 각기 다양한 사회, 경제, 문화 등의 정책을 논할 수 있다. 그 점에서 강력한 우파적 가치를 지켜온 전의원은 국민생각에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다. 국민생각은 종북세력과 기회주의 세력을 제외하곤, 모두에게 문호가 열려있다.
문) 김현철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이 상도동계와 동교동계의 통합을 제안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평소 지론이 있지 않은가?
답) 다들 알겠지만, 양김 분열은 87년 대선에서 시작되어, 3당합당, 김영삼, 김대중 정부의 출범을 통해 오히려 더 골이 깊어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양 세력은 각기 더 발전한 측면 역시 있다.
상도동과 동교동, 집권 당시, 보수 선진화 세력과 손잡으며 국정운영능력 키워
사실 상도동 측은 92년 3당합당으로 보수세력과 손을 잡으면서, 민주화세력이 취약한 경제와 외교안보 부분에 눈을 떠왔다. 현 국민생각 박세일 대표 등, 이른바 보수 선진화 세력과 일을 함께 하면서 얻은 소득이다.
반면 동교동 측은 박태준 전 포철 회장 등과 손을 잡고,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범세계화의 흐름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FTA도 김대중 정권에서 처음 연구하여 노무현 정권에 넘겨준 것이다. 즉 상도동과 동교동은 이른바 박세일 대표, 박태준 전 회장 등 보수 선진화 세력과 손을 잡고 집권을 하면서, 민주화 투쟁을 넘어 총체적인 국가 발전에 눈을 뜬 것이다.
바로 양 세력의 이러한 경험을 합쳐서, 2012년 국익을 위해 손을 잡고 뛰어본다는 것은 민주화 세력을 넘어 국가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문) 일반 국민들이 볼 때, 언제적 YS, DJ 세력이 또 뭉쳐서 권력을 잡으려 하느냐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답) 맞는 말이다. 허나 내가 중요시하는 부분은 동교동과 상도동의 정치세력으로서의 집단적 측면보다는 두 진영이 걸어온 정치노선적 측면이다. 그 노선이 국익에 부합한다면, 그 노선을 통합 및 발전시켜보자는 것이다. 이미 동교동과 상도동의 인사들은 국회의원, 장관 다 거쳐 왔다. 현실정치에 직접 뛰어들었던 인사들이 그리 많은 것도 아니다. 큰 노선을 잡아주고, 실제 정치는 후진들이 해야 하지 않겠는가?
문)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씨는 한보비리로 YS정권의 몰락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인물인데도, 상도동계를 대표할 수 있는가?
답) 젊은 시절 과도한 역할을 맡아 실수를 저질렀다고 본다. 그러나 그 이후 벌써 15년 이상 제대로 된 기회를 갖지 못했다. 나름대로 반성과 성찰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한번 잘못했다고 15년 이후에도 기회를 갖지 못한다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국민들도 이제 김영삼의 아들, 김현철이 아니라 김현철 인물 그 자체로 받아들일 것 같다.
김현철, 호랑이의 아들은 최소한 시라소니는 될 것, 15년 간 자숙했으니 국민들 기회줄 것
문) 김현철 부소장의 정치적 역량은 어떻게 보는가?
답) 내가 세습론자는 아니지만 호랑이 새끼는 최소한 시라소니는 된다는 말이 있다. 특히 김영삼 전 대통령과 같은 민주화 운동 지도자는 가족 전체가 헌신할 수밖에 없었다. 단지 김영삼의 아들이어서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YS와 일을 함께 한 민주화 동지로서, 김현철 부소장의 정치적 역량은 남다를 것이다.
문) 동교동계는 최근 한광옥, 김덕규 전 의원을 중심으로 세력을 짜고 있다. 이들과의 연대는 어떻게 진행되는가?
답) 동교동을 포함하여 이른바 구 민주계는 2003년도 열린당 분당을 통해 한번 숙청을 당했다. 그러다보니 이번 총선에서도 나름대로 대비를 하고 있었다. 새누리당의 친이계와 달리 공천 탈락하자마자 바로바로 조직을 짜서 집단 대응을 할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민주통합당, 김영진, 최인기, 강봉균 합리적 관료세력 모두 숙청, 친노종북 노선 강화
특히 김영진, 최인기, 강봉균 등 호남의 관료 출신 합리론자들이 모두 숙청당했다. 이는 이번 민주통합당의 공천이 단순히 인물 물갈이가 아니라, 강경 친노종북 노선에 의한 정체성 공천이란 점을 보여준다. 동교동계는 산업화 세력과 손잡고 집권을 했다. 그때 강봉균 의원 등도 관료출신으로서 청와대 수석으로 참여했다. 지금 민주통합당의 친노종북 노선은 집권이 불가능한 노선이다. 이 점에서 동교동과 온건파들이 집권을 위한 노선을 짜서, 중원으로 나가야 하는 것은 역사적 필연이다.
문) 한명숙 대표 체제에서 임종석 사무총장이 전격 사퇴했다. 민주통합당의 앞날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답) 지금까지 한명숙 대표가 임종석 사무총장 등 486세대에 휘둘리며, 패거리 공천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임종석 총장 하나 물러난다고, 현재의 ‘공천대란’이 수습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민주통합당의 문제는 MB 정부의 실정으로 마치 정권을 다 잡은 양, 운동권 전 계파가 몰려들었다는 데 있다. 여기에 종북노선의 통합진보당까지 끼어들어, 계파 간 공천 싸움이 안 벌어질 수가 없었다.
자칫하면, 한명숙 체제가 버티지 못하고, 조기 선대위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끊임없는 공천에 관련된 재심 요구와 소송 등을 당 지도부가 조율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탈락자들이 대거 무소속 출마를 하여, 전력이 크게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 영등포을 선거에 출마를 선언했는데, 선거 전망을 어떻게 보는가?
답) 새누리당은 권영세 사무총장이고, 민주통합당은 이경숙으로 예상하고 있었는데, 천정배, 신경민 등 이름이 오르내린다. 내 선거가 국민생각의 모든 후보자들의 선거의 축약판이 될 거다. 민주통합당의 전통적 지지층을 흡수하면서 새누리당의 무원칙에 실망한 유권자를 포용하면 이기는 선거가 된다.
이경숙이든 천정배든, 나는 이들보다는 민주당 지지층표를 더 많이 받을 자신이 있다. 그럼 전여옥 의원 등 보수선진화 세력들이 새누리당표를 조금 모아주면 산술적으로 이기는 것이다. 이것은 나 뿐 아니라 모든 국민생각 출마자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될 승리 원칙이 될 것이다.
총선 전망, 새누리당 안정적, 민주통합당 심각한 수준, 국민생각 등 제3세력 약진
문) 총선 전망은 현재까지 어떻게 보는가?
답) 새누리당은 어찌되었든 박근혜 대표 단일 리더십이고, 총선 결과에 대해 애초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탈락자들이 무소속 출마를 감행하겠지만, 당 자체는 안정을 찾아갈 것이고, 의석수도 안정적으로 확보할 것 같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온갖 운동권 계파 간에 싸움이 벌어지고, 총선에 대한 기대가 너무 높아서, 수습이 안 되고 있다. 특히 한명숙 대표의 전횡과 임종석 총장의 사퇴로, 당을 조율할 리더십이 상실되었다. 아마 지금 자기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수준의 참패를 면치 못할 것이다.
국민생각을 포함 제3 무소속 세력은 이렇게 새누리당을 찍지 않으면서도 민주통합당에 실망한 유권자층을 파고든다면, 역대 총선 중에서 가장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 여러 노선이 섞이는 듯한데, 국민생각의 향후 정체성은 어떻게 될 것인가?
답) DJ와 YS로 상징되는 합리적 진보와 민주화 집권세력. 박세일 대표로 상징되는 보수 선진화 세력, 전여옥 의원 등으로 상징되는 정통 우파 세력 등이 이데올로기를 초월하여 국익을 기준으로 모두 합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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