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서는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건국을 기념하는 국가창건절’로 매년 9월 9일마다 열리는 소위 '구구절'이 그들의 중요 행사 중 하나로 꼽힌다. 올해도 며칠 후면 어김없이 혈안된 모습으로 행사를 치룰 것이다.
김정은이 지켜보는 앞에서 열병식이 진행될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군사력과 더불어 단합을 과시하고 대내적으로도 강성대국의 꿈을 내보이며 충성의 다짐을 받아낸다. 올해 열병식은 김정은이 단독으로 받는다는 데 의미가 깊다.
엄청난 마스게임이라 할 수 있는 열병식은 멀리서 봐도 신기하지만 가까이서 봐도 흥미롭다. 이들 사진들을 보면 하나같이 얼굴 표정들이 감격이다. 뭐가 그리 복받쳐 오르는지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당장이라도 전쟁터에 뛰어들 것 같은 비장한 표정들이다.
이런 행사가 또 있다. 10월 10일은 '조선공산당(조선노동당) 창건 기념일'이다. 이때도 대단한 열병식이 예정돼 있다.
폐쇄적 국가인 북한의 99절과 노동당 창건일이 갖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CNN, AP통신 등 대외 언론들을 초청하는 이번 행사는 북한을 평가하고 성향을 파악해 볼 수 있는 기회다.
이번 행사로 김정은은 명실상부 김일성, 김정일의 유훈에 따라 최고령도자로서의 지위를 확정하게 된다는 상징성이 있다. 이번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야 한다는 얘기다.
김정은표 개방과 개혁이 이뤄지고 있는 이때 국민들의 충성도를 하나로 묶고 존경을 받기 위해선 ‘강성대국’으로서의 체면과 자존심을 내보여야 한다.
열병식에서 탱크와 로켓 등 군사장비가 줄을 이어 행진할거다. 군인들은 힘차게 행진하고 시민들의 가두 환경과 화려한 불꽃놀이가 이어진다.
그 모습만 본다면 북한은 절대 식량난을 겪고 있는 국가로 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어떨까. 최근 한 언론은 최근 북한의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현재 북한의 경제실태에 대해 보도했다.
김정일 때보다 배로 오른 물가와 식량가격, 생활환경 악화로 김정은의 집중적인 군부대 방문과 연이은 경제시찰에 대하여 비난하고 있다는 게 골자였다.
신문과 방송에서 선전되고 있는 김정은의 현지지도를 실은 북한 주민들이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는 것. 생활환경이 과거보다 오히려 악화됐다는 게 이들의 얘기였다.
김정은이 아내 리설주를 데리고 다니며 경제분야 시찰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비꼬았다. 나름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줘 기대감을 주게 만들었지만 주민들에겐 그마저도 역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언론에선 급박한 식량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주민들이 반발이 더 심해지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놀이공원을 개장하고 패스트푸드 점이 들어서는 등의 김정은표 개방활동이 굶주리는 주민들에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
이때쯤 북한의 노동신문에선 김정은이 리설주와 인민군 군악단의 연주회를 지도했다고 전했다. 퍽이나 북한주민을 위한 지도자다.
그렇다면 북한의 식량난이 사실인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이런 열병식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경축행사에 참여한 북한 지배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의 갭이다. 우리가 과거 보냈던 모든 지원들은 모두 지배층이 나눠먹고 무기 사는데 써버린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이 열병식만 보면 북한에 지원하자는 소리가 쏙 들어갈 것이다.
우리가 보내주는 식량과 지원으로 그들은 열병식을 진행한다. 우리에게 쏘고 터뜨릴 무기를 만들어 자랑하고 있으니 우리가 얼마나 순진하고 어리석은지 깨닫게 해준다.
북한은 우리와의 평화에 조금도 관심이 없다. 이들이 관심을 가졌다면 지금처럼 로켓이나 쏘고 무기 만들 시간에 경제적 부흥을 위한 노력을 전개했어야 옳다.
우리가 절대 먼저 공격할 리 없는 상황에서 군사력 과시와 무기 늘리기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국민들은 굶어죽든 말든 세계에서 유례없이 골동품 무기를 죽어라 모아대고 고물 미사일을 쏘기 위해 온 국력을 기울이는 북한이 하는 짓이 한심하기 짝이 없다.
로켓발사 실패와 만성적인 식량부족 등 나아지지 않는 절대적 빈곤은 김정은 독재의 초라한 성적표다.
이제 북한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카리스마 확보를 위한 행보가 예상된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가 9월, 10월의 도발에 각별히 주의해야 하는 이유다.
각종 선전과 언론을 통해 김정은을 우상화하고 카리스마형 리더로 포장하는 일이 남았다. 남한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도발을 행하고 강경하게 대처할 것이란 우려가 그래서 나온다.
이번 정권 수립일인 9.9절과 10.10일 노동당 창건일을 북한은 내부단결과 외부의혹을 불식시키는 기회로 이용할 것이다.
나라가 다 망해가는 것을 뻔히 보면서도 대를 이어서 무조건 무기 생산에 매달리는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은 반성해야 한다. 또 남한에 어떤 도발을 행할지 모르지만 진정 힘써야 할 곳은 자신들 내부에 곪고 있는 현실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북한 김정은에게 고한다. 열병식을 행할 자금과 노력으로 지방의 굶주리는 주민들을 방문해 베풀어라. 노수희와 같은 자를 대접하며 돈을 낭비하지 말란 얘기다.
민생을 돌보고 그들의 실태를 확인해라. 놀이공원 개장에 맞춰 리설주와 놀이기구나 타며 잘했다고 칭찬하는 일이 얼마나 잔혹한 일이었는지 깨달아라.
김승근 기자 hem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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