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 전 제작진 4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징계무효 취소 청구 소송에서 법원이(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 13부, 부장 강인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가운데 이번 판결을 통해 MBC의 구조적 모순이 또 한 번 드러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재판부는 징계 무효 판결을 내린 이유로 “보도 자체의 공정성·객관성이 의심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거나 취재진이 사실 확인 의무를 현저히 위반하는 등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것으로 보기 부족하다”며 “회사의 명예를 실추했다고 보기도 어려워 징계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MBC가 편성, 취재, 편집 절차를 통해 사전에 이 방송에 관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다가 뒤늦게 징계하는 것은 징계절차상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회사가 사전에 방송 내용에 관여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았다가 뒤늦게 징계에 나섰기 때문에 무효라는 취지의 대목은 법원이 MBC의 방송제작 현실과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되어온 노사 단체협약 등의 문제를 잘 모르는 판결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원으로부터 상당 부분이 허위보도라는 지적을 받은 광우병 방송에 회사가 처음부터 사실상 어떤 관여도 할 수 없도록 단체협약을 통해 원천봉쇄 돼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MBC는 근로조건이 아닌 회사의 경영, 인사권과 관련된 공정방송 부분을 단체협약으로 규정하고 있다.
제23조를 보면 “회사는 편성, 보도, 제작 관련 보직국장의 인사에 있어 공정방송의 실현의지가 있다고 판단되는 자를 임명해야 하며 해당 국장은 임명된 이후 1개월 이내에 국 운영에 관한 정책발표회를 개최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에 더해 서울지부 보충협약 제7조 1항은 “노동조합은 편성, 보도, 제작관련 본부장의 보임 1년 후,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해당 본부장의 공정방송 실현 의지에 대해 의견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라고 돼 있다.
2항에는 “의견 조사는 비공개, 무기명 방법으로 실시한다.”와 3항에는 “의견조사는 해당 본부 조합원 과반수 이상이 참여해야 하며, 참여 조합원 2/3 이상이 해당 본부장의 공정방송 실현 의지에 문제가 있다고 의사를 표시한 경우 그 결과를 사장에게 전달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또 보충협약 제6조는 "해당 국 구성원 과반수가 참여하는 의견조사를 통해, 참여 구성원의 3분의 2 이상이 해당 국장의 공정방송 실현 의지에 문제가 있다고 의사를 표시한 경우, 회사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존중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조항들에 따르면 노조원 다수의 뜻이라는 명분으로 노조가 얼마든지 회사의 인사권을 간섭·침해할 수 있도록 단체협약을 통해 묶어두고, 노조가 자신들 입맛에 맞지 않는 해당 국장에 대해 언제든지 불신임 투표로 사실상 해임할 수 있도록 돼 있는 셈이다.
MBC 공정방송노동조합 이상로 위원장은 법원의 판결이 말이 안 되는 황당한 판결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 위원장은 “재판부 판결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제약회사 의약품을 만드는 공장에서 의약품을 잘못 만들어 사고가 났는데 제조회사 사장이 제조공정 직원을 징계하는 건 잘못이다라는 것과 똑같은 판결”이라며 “정치적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PD수첩 제작당시에는 회사가 원본 테이프를 못 봤을 뿐 아니라 거의 생방으로 이루어졌다. 제작진이 사전에 방송테이프를 시사할 수 있는 여유를 주지 않았다”면서 “원래 MBC의 모든 제작물은 일정 시간 내에 회사에 제출되고 사전에 대본심의와 제작물 심의를 거쳐야 하는 규정이 있다. 그런데 PD수첩 제작진은 이 규정을 어기고 제작물 심의를 전혀 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 규정 위반은 지금도 이루어지고 있다. 방송제작물이 시간에 임박해서 거의 들어오기 때문에 사실상 제작물 심의는 거의 이루어 지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규정대로 들어오지 않으면 불방처리 해야 한다. 바로 그걸 안했기 때문에 PD수첩 광우병 방송과 같은 사고가 나는 것이다. 법원이 PD수첩이 잘못했지만 사전에 막을 수 있었음에도 막지 않았다는 식의 법원 판결은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서철민 기자 rapter73@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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