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북한의 핵실험에 화가 났다. 광범위한 추가제재 방안에 합의하며 지난 12일 이례적으로 강력한 규탄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단호한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현지시간 18일 유럽의 27개국 외무장관들은 북한에 대해 금융 및 무역제재, 자산 동결, 여행제한 등 광범위하고 강력한 제재방안에 합의했다.
이제 북한은 탄도미사일 생산에 필요한 특정 알루미늄 등 부품을 EU국가들과는 일절 교역할 수 없다. 또 북한 국채 거래도 금지된다. 북한공공기관과의 다이아몬드, 금, 귀금속 등 교역이 전면 금지되고 북한 중앙은행에 새로운 지폐와 동전을 인도하는 것 역시 중지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EU는 북한 은행이 유럽연합 국가 어디서도 새 지점을 개설할 수 없으며 유럽금융기관과 합작회사도 만들 수 없게 했다. 이외에도 제재 리스트에 포함된 기업은 33개로, 자산동결 대상도 26곳으로 늘어났다.
사실상 북한의 경제권을 전방위로 압박한 것으로 유럽이 북한과의 금융과 무역 등 모든 거래를 중단한 것으로 보면 된다.
유럽이 등을 돌린 것은 당연한 결과지만 북한으로선 완전 봉쇄로 목을 조이고 있다.
세계 최강국 미국은 어떤가. 최근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에 따르면 미국 국민들은 자국 최대 위협 요소로 북한 핵개발을 꼽았다. 앞으로 10년간 미국의 위협요소를 꼽는 질문에 무려 전체의 83%가 북한 핵개발이라고 답한 것이다.
이정도면 미국 의회와 오바마가 여론의 뜻에 안 따를 수가 없다. 실제로 미국 의회는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를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조만간 북한의 외화 획득을 더 어렵게 하는 법안을 제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외화 부족에 시달리는 북한을 국제 금융망에서 배제하겠다는 것으로 과거 방코델타아시아 은행 제재와 비슷한 방식으로 북한의 돈줄을 끊어버리겠다는 의도다.
미 재무부는 과거 2005년 북한 수뇌부의 비자금 창구로 알려진 마카오 소재 BDA은행의 북한 계좌를 동결하고 거래를 차단해 자금줄을 조인 바 있지 않나.
당시 북한은 이를 “피가 마르는 고통”이라고 표현했으니 북한이 얼마나 큰 치명타를 입을지 알 수 있다.
여기에 미 하원이 ‘북한 핵확산 금지 법안’을 다음 주 중 처리할 예정인 만큼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도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 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오는 22일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어서 대북 돈줄죄기는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봐도 된다.
북한의 우방이었던 중국은 어떤가.
중국 정부 자체는 비교적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반해 이례적으로 중국의 일반 시민들이 국제사회 여론에 발맞춰 북한을 규탄하고 있다.
중국의 인터넷상에서 네티즌들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제재조치는 옳은 것이고 북한에 대한 관용은 호랑이 새끼를 끼우는 것과 다름없다”, “중국은 북한을 버려야 한다”는 등 강경한 의견을 표출하기도 했다. 특히 이같은 게시글은 온라인상에서 중국인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어디 온라인 뿐이랴. 최근 중국인들의 북한 핵실험 규탄 행위는 인터넷 외에도 오프라인에서 항의시위로 이어지고 있다.
북한에 대한 제재가 너무 약하다, 원조를 끊어야 한다는 식으로 중국 정부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과 북한의 접경지대 주민들이 선양 주재 북한총영사관 앞에 모여 북한의 핵실험에 항의하며 “북한이 우리 집 앞에서 무책임하게 야만적인 핵실험을 했다”며 “국제사회는 북한의 군사정권에 더욱 강경한 제재를 가해야 하며, 중국 정부도 북한에 일체의 원조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시위했다.
또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시에서도 북한 핵실험 반대 시위가 벌어져 집회에 참여한 이들은 ‘북한의 핵실험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것’, ‘평화를 원한다, 핵무기는 필요 없다’는 문구를 들고 시위하다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비록 소규모지만 중국 정부도 이를 간과하지는 못할 것이다. 중국은 중동의 쟈스민 혁명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SNS를 통해 번진 민주화 바람이 아니었는가. 온라인에서 이렇게 뜨겁게 외쳐대는 데 안그래도 대규모 민중 봉기를 두려워하는 중국은 이를 충분히 감안한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다.
핵실험을 강행한 악. 북한을 위한 나라는 없다. 북한은 홀로 세계와 맞서려는가. 우리에게 손을 내미는 순간이 와도 우리는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북한의 경제적 붕괴는 머지않았다. 그 징조들을 보자. 북한에서 경제난으로 어려움이 계속되면서 최근 집값이 폭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 시내 등의 집값이 불과 6개월 사이에 무려 40% 넘게 떨어졌다.
북한의 집값이 이처럼 폭락한 것은 평양시를 비롯해 지방 도시에서 비교적 비싼 집들에 살던 중간급 간부들과 장사꾼들이 경제난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자 생활에 보탬을 위해 변두리 지역의 값싼 지역으로 옮기려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매물은 많이 나와도 돈이 없어 아무도 사려 하지 않는 게 북한의 현실이다. 중산층이 붕괴하고 있는 것이다.
그 뿐인가. 북한 당국의 정책에도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북한이 올해 4월1일 새학년도부터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던 ‘초등학교 5년제 무상교육’이 자금난으로 무산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생계에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도 보장해 주지 못하자 교사 모집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을 뿐 아니라 필요한 교육기자재들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계획이 바뀐 것이다.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에는 돈을 마구 쏟아 붓는 북한당국은 결국 초등학교 교육에 필요한 교육기자재들은 지방에서 자체로 해결하도록 지시했는데 심각한 자금난에 허덕이는 지방당국의 힘으로는 어려웠던 것이다.
이제 망국을 향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열을 올린 북한은 붕괴를 향해 가고 있다. 곧 국제적 공조를 통해 유례없이 강력한 경제적 봉쇄가 이뤄진다.
올해 김정은은 북한의 1인자가 된 이후 가장 무서운 시련을 겪게 될 것이며 가장 무거운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굶주리는 북한주민과 추락하는 군부의 충성도는 김정은 체제 유지를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며, 자금이 없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북한당국은 결국 세계를 향해 무릎을 꿇고 말 것이다.
김승근 기자 hem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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