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방영된 후 편파방송 논란을 일으키며 시청자로부터 많은 항의를 받았던 <추적60분>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무죄 판결의 전말’편이 공정성을 심각히 위반했다는 시청자위원의 지적에 KBS 측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KBS시청자위원회가 최근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KBS 기획제작국 측은 배상윤 시청자위원의 지적에 대해 “국정원은 국가안보와 간첩 수사라는 중대하고 고도의 비밀 업무를 수행하는 정보기관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며 “제작진은 이를 고려하여 국정원의 입장을 균형있게 담으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정원 측도 제작진의 취재요청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서면으로 입장을 보내는 등 충실히 취재에 응했으며, 그 내용 또한 비중 있게 프로그램에 반영했다”면서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지적과 민감한 시기에 방송됨에 따라 생겨난 논란에 대하여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기획제작국 측은 “본 프로그램의 취지는 증거주의에 입각한 수사의 필요성 제기였다”면서 “1심 판결문을 중심으로 수사기관의 ‘공소장’내용과 피의자의 주장을 균형 있게 담기위해 노력했다. 다만 국정원은 서면답변을 했고 피고인은 직접 인터뷰에 응하였기에 국정원의 입장에 비해 피고인의 입장이 보다 적극적으로 개진될 수밖에 없었던 한계는 있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번 사건이 재판중인 사안이라 보도를 자제하거나 신중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에 공감한다”면서 “현재 KBS 9시뉴스를 비롯한 대부분의 보도, 시사프로그램에서 이러한 재판 중인 현안을 다루고 있는 실정이다. 재판중인 사안을 완전히 다루지 않을 경우 국민의 알권리가 손상된다는 주장이 있으므로 보도와 시사프로그램에서는 재판중인 사안이라도 보도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재판 중인 사건을 다룰 경우 공정성 확보가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 국민 알권리가 먼저라는 설명이다.
기획제작국 측은 그러나 “앞으로 재판중인 사안을 다룰 경우 판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합리적인 방안을 강구하고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공정성 시비가 생겨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추적60분’은 앞으로 논쟁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진실추구와 함께 합리적인 불편부당성의 원칙을 지켜 어느 한쪽에 기울어지지 않는 공정한 보도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지적하신 객관성과 공정성의 문제를 제작과정에서 항상 염두에 두고 프로그램에서 실현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배상윤 시청자위원 “‘추적60분’ 시청자가 오인하도록 제작·방송해” 의견제시
앞서 배상윤 시청자위원(경민대 교수)은 의견제시안을 통해 “공정성과 헌법적 가치의 존중은 공영방송 시사프로그램의 기본”이라며 “9월 7일자 ‘추적60분’ 방송분은 아직 최종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1심 재판 결과를 가지고, 피고인(탈북자 위장 화교)이 국가기관의 부당한 수사에 의하여 피해를 본 것이 확인된 경우인 것처럼 시청자가 오인할 수 있는 방식과 내용으로 제작 방영하여 방송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결여되었다”고 지적했다.
배 위원은 “또 그러한 내용의 방송 여부를 둘러싸고 KBS 내외의 논란을 야기하고 또 그 방송 시점도 관련 기관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이 치열한 시기라는 점에서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위험도 다분한 프로그램이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배 위원은 ‘추적60분’ 해당편이 방송심의규정 9조(공정성)와 11조(재판이 계속 중인 사건)를 위반한 사실을 지적한 뒤 “추적60분 해당 방송은 재판이 계속 중인 사건의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을 대부분 일방의 주장을 근거로 편파적인 사실과 기법이 과도한 비중을 차지하는 방식으로 제작하고 방영되었다”면서 “이는 명백한 실정법 위반의 소지가 다분한 공정성이 결여된 방송이 아닌가라는 우려가 시청자들 사이에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배 위원은 특히 “재판이 계속 중인 사건에서 피고인은 자신이 혐의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어권의 차원에서 불리한 조건은 감추고 유리한 사실만 밝힐 수밖에 없다”며 “‘추적 60분’은 이 사건 재판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증거의 진실성을 법정 외에서 피고인 일방의 주장을 근거로 확인하고 있다. 재판 과정에서 공방이 된 증거에 대해서 현지답사 등을 통해서 확인하면서 여과 없이 전달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형사 재판의 증거의 진위를 그런 식으로 확인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의 협조가 부족했기 때문에 객관성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나, 진행 중인 재판 그것도 간첩죄라는 특수한 상황의 범죄 행위와 관련하여 취재에 협조하는 행위 자체가 국가 기관의 본분을 망각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객관적 확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방송을 제작 방영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해당 방송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던 배 위원은 “화교 신분의 여성이 탈북자로 위장한 것이 밝혀지면서 시작된 사건으로 국정원의 수사 개시는 하등의 문제가 없는 행위이고, 그 여동생의 진술 과정의 임의성도 재판부가 인정하고 있는 것”이라며 “다만, 그 조서가 증거능력이 없는 참고인 진술서라서 그 내용을 증거로 인정할 수 없는 것이 이 1심 판결의 핵심이다. 1심 무죄 판결과는 별도로 이 들 남매의 간첩 행위 혐의에 대한 의심을 해소되지 않은 상태”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실이 이렇다면, 공영방송이 실제 간첩 행위의 공범일 수 있는 남매에 대해서 그 입증에 필요한 증거 수집의 불충분과 한계를 가지는 안타까운 사건을, 충분한 근거와 심층적인 내용을 확인하지 않은 채 억울한 사람을 국정원이 괴롭히고 있다는 취지로 방영한 위험을 야기한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었다.
소훈영 기자 firewinezer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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